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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준의 超야구수다] 두산의 완승, 그러나 끝날 때까지 신중했고 다시 확인했다.

조회수 2017. 10. 22. 14:4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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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에는 드러난 전력 외적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흐름이라는 것이 있다. 

야구에는 흐름이라는 것이 있다. 2차전 17:7, 3차전 14:3, 4차전 14:5. 시리즈 전적 3승 1패. 예상대로 두산의 압도적인 대승이었지만 돌아보면 그 과정 속에 NC에게 기회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시리즈 전체 그리고 매 경기, 흐름의 공방 속에서 두산이 압도적 우위를 보인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오늘 경기도 그랬다. NC 선발 정수민은 1회 초 2사 만루의 위기를 넘어서 기대 이상의 호투를 보여주고 있었고, 타선은 1회 말 공격 때 두산 선발 유희관에게서 선취점을 뽑아냈다. 경기 전 예상과는 조금 다른 양상이었다. 

'어떻게든 되겠지' 라는 막연함이 가져온 또 한번의 대패

하지만 3회 초 2사 후 경기의 흐름이 순식간에 두산으로 넘어가 버린다. 2아웃 이후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NC 배터리의 막연한 대응이 결국 대패의 도화선이 된 것이다.

우선 2아웃 1B-2S 라는 투수가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에서 박건우와의 승부를 급하게 서둘렀고, 그 결과 우전안타를 허용했다. NC 정수민이 호투하고는 있었지만 구위와 제구 그리고 경험까지 두산 타자들의 적응이 관건이었고 언제든 한 번에 무너질 확률이 있었다. 게다가 김재환과 오재일로 이어지는 두산 중심타선에게 2아웃이라는 아웃 카운트는 큰 의미가 없다. 박건우와의 급한 승부, 순간의 방심이 아쉬워지는 이유다.

계속된 2사1-2루,오재일의 타석에서 초구부터 스트라이크 존으로 정면승부에 들어간 것 또한 그랬다. 역전 우월 3점 홈런. 홈런 한 방으로 두산이 끌려가던 흐름이 단번에 돌아섰다. 다음 투수, 다음 타자 등 확률을  충분히 살폈어야 했다. 모든 확률 상 다음 투수 장현식과 다음 타자 박세혁의 승부를 계산했어야 했다.

더욱이 타선이 힘들게 4:4 동점을 만들어 준 다음 이닝, 6회 초 2사1-2루 오재일을 맞아 3회 초와 똑같은 실수가 다시 반복된다. 오재일의 경기 2번째 3점 홈런. 2B-0S 포크볼. 투수나 포수나 타자 유리 카운트에 변화구, 그리고 포크볼이니까 역시 어떻게든 되겠지 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2번째 타석과 마찬가지로 스트라이크 존으로 승부해서는 안 되는 상황이 먼저였다.  

만약 포수가 스트라이크가 아닌 승부구의 개념이었다면 투수 이민호가 포크볼을 스트라이크에 밀어 넣듯 던지는 습성도, 타자 유리 카운트에 한 방의 노림수를 크게 갖고 타자의 배꼽 라인 근방 높이의 포크에 장타의 위험이 가장 큰 타자 오재일의 특징과 스윙도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압도적 우위의 두산은 신중하고 또 신중했다.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사실‘어떻게든 되겠지’라는 막연하게 흘러가는 경기 흐름은 시리즈 마지막 1승을 남겨둔 두산이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었다. 그러나 우려와는 반대로 두산은 추가점 1점, 1점을 위해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그리고 선발 유희관은 비록 4실점에 동점을 허용하긴 했지만 경기 흐름이 NC 쪽으로 한 번에 완전히 넘어가지 않도록 최대한 신중에 신중을 기했다.

이번 플레이오프 4경기를 돌아보면 두산은 매 순간 가장 높은 확률을 추구하려고 노력했음이 승부 곳곳에 보인다. 특히 타선은 스트라이크 하나, 아웃 카운트 하나를 허투루 소비하지 않았다. 상대로서는 최악의 상대이지만 경기의 흐름을 요소요소 제어할 줄 아는, 단기전 승부의 좋은 본보기였다.

포스트 시즌에서 벌써 3번째 두산전 패배. 단기전에서는 경기의 흐름을 누가 지배하는가에 따라 승패가 크게 좌우된다. 어떻게든 되겠지 라는 막연함은 한 순간에 흐름을 넘겨주는 위험을 동반한다. 그렇게 단기전에서 한 번 빼앗긴 흐름을 되찾아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에 대해서는 NC가 이번 시리즈에서 뼈아프게 경험했을 것이다. 그래서 신중하고 또 신중해야 한다. 순간순간 확인하고 다시 확인해야 한다. 내일이 없는 단기전에서 경기의 흐름, 그 주도권을 잡는 비결은 이것 밖에는 없다. 

이제 첫 단군 시리즈의 막이 오른다.

이제 곧 한국시리즈의 막이 오른다. 2017 정규시즌 우승팀 KIA와 전년도 우승팀 두산의 만남. 무엇보다 강함과 영리함을 갖춘 양 팀 타선의 한판 승부는 정말 흥미로운 대결이 아닐 수 없다. 서로 주축 투수들을 상대로 어떻게 흐름을 가져오고 또 무너뜨릴지 벌써부터 기대가 크다.

특히 KIA가 플레이오프에서 NC 타선이 보여준 두산 투수 공략법을 어떻게 활용할지 궁금하다. 그리고 모든 면에서 최고조에 올라 있는 두산 타선을 과연 어떻게 막아낼지, KIA 배터리의 투구 전략에도 관심이 간다. 무엇보다 두산 타선에 대한 공포의 실체를 정확히 들여다보는 것에서 시작해야 될 것이다.

2017시즌, 이제 마지막 승자를 가리기 위한 일곱 경기만이 남아있다. 1구 1구, 한 타석 한 타석, 모두의 기억에 남는 멋있는 경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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