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준의 超야구수다] NC 에이스 해커를 넘어선 두산 타선의 영리함

조회수 2017. 10. 21. 12:1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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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타선이 강해도 너무 강하다. 

NC의 마지막 보루, 에이스 해커까지 무너졌다. 두산 타선이 강해도 너무 강하다. 또 무서우리만치 영리하고 노련하다. NC는 김경문 감독이 4회초부터 마무리 임창민을 불펜 대기시키는 초강수까지 두었지만, 2차전에서 한 번 넘겨준 흐름을 되찾아 오기에는 역시 모든 면에서 힘에 부쳐 보였다.

사실 3차전은 NC 해커가 두산 타선을, 두산 타선이 NC 해커를 어떻게 공략하는가가 가장 중요했다.

준플레이오프에서 영리한 투구의 본보기를 보여준 NC 해커나 2차전에 대폭발한 두산 타선, 양 쪽 모두 빈틈이 없었기에 이 둘의 대결은 결과를 떠나서 매우 기대되는 볼거리중 하나였다.

결과는 두산 타선의 완승. 기대했던 에이스 해커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준 플레이오프 5차전 이후 4일을 쉬고 등판한 NC선발 헤커는 3.2이닝동안 5안타 2홈런(만루홈런 포함), 그리고 4사구 7개를 허용하면서 7실점 6자책. 최악이었다.

두산 타선의 진짜 힘은 바로 상대와 상황에 맞춰 변화를 줄 수 있는 영리함

우선 NC 해커에게도 2차전 15안타 17득점을 올린 두산 타선에 대한 공포심이 컸던거 같다.

원래 해커는 스트라이크존 안에서 다양한 변화구를 중심, 완급을 기본으로 타자들의 스윙과 범타를 유도하며 맞춰 잡아가는 투구 스타일. 그러나 오늘은 그렇지 못했다. 타자들의 스윙을 피해 코스 코스의 핀 포인트를 의식했다. 분명히 신중해야 했지만 신중함이 지나쳤다.   

이렇게 평소와 전혀 다른 투수 해커로 만든 것은 다름 아닌 두산 타선의 진짜 힘, 바로 영리함이었다.  디펜딩 챔피언의 영리함은 NC 에이스 해커를  더이상 움직이기 어려운 코너로 서서히 몰아 갔고 마지막 카운터 펀치를 날렸다.  

보통 투수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타자는 상대와 경기 상황에 맞춰 타석에서 1구1구마다 변화를 줄 줄 아는 타자다. 공격을 하는데 있어 어떠한 패턴이 뚜렷하지 않고 상대와 상황에 따라 변하기 때문에 이를 상대하는 투수나 수비 측도 똑같이 상대와 상황에 맞춰 따라 생각하고 대응해야 한다. 그만큼 대응해야 하는 폭이 넓어지고 순간의 변수가 많아지기 때문에 지키는 쪽에서 실수가 나오기 쉽다. 

두산 타선에는 이런 뛰어난 능력을 가진 타자들이 많다. 영리한 NC 해커가 필요이상 긴장하고 예민할 수 밖에 없었다.  두산 타선의 이러한 영리함이 돋보인 첫 번째 장면은 1회초 1사후 연속 볼넷.  정규시즌 경기당 2개미만(1.63개)의 볼넷을 기록하고 있는 해커에게서 류지혁과 박건우가 볼넷을 얻어낸 것이다. 정확하게 표현하면 단순히 얻어냈다라고 하기보다 빼앗았다 라는 의미에 가까웠다.

2차전부터 2번 타선에 들어온 류지혁은 자신의 역할은 ‘출루’임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었고 공격에 서두름 없이 최대한 공을 많이 보려고 했다. 그 결과 첫 번째 볼넷을 얻어 냈다. 해커의 표정이 굳어졌다.

다음 타자 박건우도 초구와 2구 모두 바깥쪽 커터에 스윙과 지켜 보냄으로 쉽게 0B-2S로 볼카운트를 몰린다. 그러나 2S이후 치는 방향을 우측 방향으로 정해놓고 대응했다. 4개의 파울을 쳐내며 결국 10구까지 끌고 갔고 그  끝에 다시 2번째 볼넷을 얻어낸다.

반대로 해커는 0B-2S라는 투수에게 절대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타자를 마무리를 짓지 못하고 볼넷을 허용하고 말았다. 아마도 이제껏 느껴보지 못한 압박감을 느꼈을 것이고 이는 해커로 하여금 타자가 아닌 코스 코스의  핀 포인트를 의식하게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4번타자 김재환의 2루 땅볼 병살타로 1사 1-2루 찬스가 무산됐지만 이 장면을 오늘 경기의 첫번째 중요한 포인트로 꼽게 되는 이유다.

NC 에이스 해커의 공략법은 이렇게.  두산 타선의 완벽했던 준비

그리고 두 번째 장면, 자신의 실책으로 선취점을 허용, 당황한 해커를 계속 몰아 붙이면서 카운터 펀치를 날린 2회초 두산 우타자들의 공격 과정이다.

롯데와의 준 플레이오프에서도 다루었지만 NC 해커는 우타자를 상대하면서 몸쪽 코스를 거의 던지지 않는다. 오늘도 그 패턴은 크게 변함이 없었다. 두산 우타자들은 해커의 일방적인 바깥쪽 중심 패턴을 그냥 내버려 두지 않았다. 타석에서 노림수와 치는 방향을 바깥쪽과 우측방향으로 설정, 적극적으로 파고들며 공략에 성공해 냈다.

먼저 2회초 1사1-2루 9번 허경민 우전안타, 계속된 만루상황에서 경기를 결정지은 민병헌의 우월 만루 홈런, 그리고 NC 김준완의 호수비에 묻히기는 했지만 박건우의 우중월 플라이. 모두 바깥쪽 체인지업이었고  타구는 우측 방향이었다. 이미 타석에 들어서기 전 노림수와 치는 방법까지 완벽하게 준비했고 타석에 들어서서는 일구필타(허경민과 민병헌은 초구,박건우는1B-0S)의 찬스를 놓치지 않고 결과를 만들어 냈다.    

강함에 영리함까지, 가장 이상적이라 할 수 있다. 두산 타선이 무서운 이유다. 그런 의미에서 3번 타자 박건우의 존재는 특별하다. 그는 두산에서도 강함과 영리함을 갖춘 대표적인 타자다. 중심타자로 주자를 불러들이는 한 방의 역할도 잘 해내지만 무엇보다  4번타자 김재환과 연결, 상대를 가장 힘든 상황으로 몰고 가는 팀플레이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실천한다는 것이 그를 특별하게 만든다. 정말 팀의 보배와 같은 선수가 아닐 수 없다.

에이스 해커가 등판하는 3차전에 팀의 명운을 걸었던 NC가 2차전에 이어 또다시 대패했다.

NC에게는 더 이상 두산의 흐름을 막아낼 여력이 없어 보인다. 사실상 승부는 두산 쪽으로 거의 기울었다고 봐도 될 듯하다. 그러나 아직 끝나지는 않았다. 한국시리즈까지 1승이 남아있는 두산에게도, 4차전의 기적이 필요한 NC에게도 '야구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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