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속의 '조원우호', 롯데가 망설이는 이유는?

2017. 10. 21.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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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조형래 기자] 바쁘게 돌아가는 롯데 자이언츠의 겨울이다. 선결 과제는 일단 조원우 감독의 재계약 여부다. 하지만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모양새다. '조원우호'의 재출항은 여전히 안개 속이다.

롯데는 지난 15일 NC 다이노스와의 준플레이오프 5차전을 끝으로 올 시즌을 마무리 했다. 구단 한 시즌 최다승(80승62패2무) 기록을 경신하면서 정규시즌 3위에 올랐고, 5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복귀했지만 준플레이오프 2승3패로 고배를 마셨다.

롯데의 포스트시즌 탈락과 동시에 조원우 감독의 2년 계약도 마무리 됐다. 지난 2016시즌을 앞두고 롯데의 17대 사령탑으로 부임한 조원우 감독이다. 첫 시즌에는 66승78패의 성적으로 8위에 머물며 초보 사령탑의 한계를 절감했다. 첫 시즌 이후 구단 내부에서는 조원우 감독의 역량에 의구심을 품기도 했지만, 일단 조원우 감독의 계약기간을 지키기로 결정했다.

올해는 전반기를 41승44패1무의 성적으로 마감했다. 하지만 후반기 39승18패1무의 폭발적인 상승세로 대반전을 이뤄냈다. 전반기 7위였던 순위는 3위까지 수직상승하면서 조원우 감독은 5년 만에 롯데의 가을야구를 이끈 수장이 됐다.

그러나 롯데는 현재까지 별 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포스트시즌이라는 잔치가 진행 중이긴 하지만 구단 내부의 사안은 사안대로 처리해야 하는 것이 맞다. 무엇보다 한 팀을 이끌어가야 하는 사령탑 자리다. 이달 말에는 일본 오키나와에서 마무리 캠프도 진행해야 한다. 그렇지만 롯데의 행보는 여전히 정중동이다.

롯데 고위 관계자는 “조원우 감독의 재계약 여부는 여전히 심사숙고 중이다. 재계약을 할지, 아니면 새로운 감독으로 갈 지를 판단하는 것이 우선이다”며 “마무리 캠프를 떠나기 전에는 결론이 날 것이다”는 말로 즉답을 피했다. 그룹 본사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아직 구단의 내부 평가가 완료되지 않은 시점에서 그룹이 개입하는 상황까지는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구단이 조원우 감독의 재계약을 망설이는 이유는 두 가지로 추측된다. 첫 번째로 과연 올 시즌의 성과를 온전히 조 감독의 몫으로 판단할 수 있냐는 것, 그리고 두 번째는 단기전에서의 아쉬운 결과다.

전반기까지만 하더라도 여전히 조원우 감독에 대한 내부 평가는 호의적이지 않았다. 1년 반의 시간을 허송세월 한 것으로 판단했던 것. 결국 전반기 막판, 구단에서는 조원우 감독의 중도 경질을 고려하고 있다는 소문까지 퍼졌다.

그러나 후반기 롯데가 전력을 재정비 하면서 지난 1년 반의 시간을 뛰어넘는 호성적을 거뒀다. 상황은 반전됐다. 마무리 손승락과 외국인 원투펀치 린드블럼과 레일리의 부활, 조정훈-박진형으로 재정비한 필승조의 안정, 적재적소에서 활약한 야수진 등 모든 변수들이 상수로 바뀌면서 수직상승했다. 이 과정에서 조원우 감독의 역량이 얼마의 지분을 가지는 지 구단은 숙고 하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하지만 감독은 과정이 어떻게 됐든 결과로 평가받는 자리다. 1년 반의 아쉬웠던 시간이 조원우 감독의 역량을 저평가하는 요소일 수도 있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조원우 감독이 자리 잡기 위한 시행착오의 시간으로 풀이할 수 있다.

그리고 조 감독은 시행착오를 딛고 성적이라는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선수들이 잘 풀어갔다고는 하나, 이런 선수들의 능력치를 끌어내는 것도 감독의 능력이다. 조 감독은 특히 2년 동안 선수단과의 소통과 관리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냈다는 평가다. 또 김원형 투수코치와 함께 젊은 투수들의 육성과 성장이라는 해묵은 과제도 어느 정도 해결했다. 그동안 롯데 감독들이 해내지 못했던 결실이었다.

아울러 조원우 감독 재임 2년 동안 롯데는 146승140패 2무를 기록했다. 역대 롯데 감독들 가운데 5할 승률을 기록하고 있는 4명 중 한 명이다.

두 번째로 올해 단기전에서의 결과다. 정규시즌 3위로 준플레이오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했지만 결국 다음 단계로 진출하지 못했다. 준플레이오프 5차전의 임팩트가 컸다. 단기전 운영 능력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기민한 판단이 아쉬움으로 평가 받고 있다.

하지만 조원우 감독은 첫 가을야구를 치르는 것이었다. 베테랑 감독들도 고전하는 것이 포스트시즌이다. 게다가 레일리가 발목 부상으로 최종전 등판이 불발됐다. 그런 가운데 백전노장 김경문 감독과 밀리지 않는 승부를 펼쳤다.

어쨌든 조원우 감독은 5년 간 근처도 가지 못했던 가을야구를 감독 부임 2년 차 만에 해냈다. 분명한 것은 두 번의 우승을 이끌었던 강병철 감독을 제외하고는 그 어느 감독들도 가을야구에서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사실을 상기해야 한다. 성공적이었다는 제리 로이스터, 양승호 감독도 가을야구에서는 모두 아쉬움이 있었다.

사실 롯데가 조원우 감독에게 다시 한 번 계약을 제시할만한 명분은 충분하다. 그래도 여전히 심사숙고를 한다면 그에 걸맞는 또 다른 명분이 필요하다. 일단 최근 한 외부 인사가 새로운 롯데 감독이 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지만 대꾸할 가치도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결정을 내려야 할 데드라인이 멀지 않았다. 만약 시간을 질질 끌고 새 감독을 선임한다는 결정을 내린다면, 조원우 감독에게는 상처를 두 번 주는 꼴이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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