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16년전의 진실' 초등학생 女제자 성폭행 혐의, 테니스코치 10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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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 전 자신이 가르치던 초등학생 여제자에게 지속적인 성추행과 성폭행을 일삼은 혐의로 테니스 코치가 징역 10년 형을 선고받았다.
춘천지방법원 원주지원 제1형사부는 지난 13일 전직 테니스 코치 김모씨(39)에 대해 징역 10년형과 120시간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선고했다.
김씨는 2001년 4월부터 2002년 10월까지 1년반 동안 당시 강원도 모 초등학교 제자였던 미성년자 테니스 선수 A씨에게 라커룸 등에서 성추행, 성폭행을 수차례 가해 강간치상 혐의로 기소됐다. 10대 초반 나이 어린 제자를 코치의 우월한 지위를 활용해 "죽을 때까지 너와 나만 아는 것이다. 말하면 보복할 것"이라고 위협하며 사건을 은폐한 혐의다.
16년간 가슴에 나 홀로 묻어둔 아픔이 세상에 공개됐다. 지난 16년간 피해자 A씨의 고통은 말로 다할 수 없었다. 중·고등학교를 졸업했지만 10대 초반의 상처는 평생 마음에 남았다. 7년이 지난 2009년 9월 일기에도 '복수심으로 나를 파멸로 몰고 가고 있으니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어떻게 해야 맞는지 모르겠다. 누가 좀 알려주세요. 내가 어떻게 해야 옳은 건지, 슬프다. 세상에 진 기분이다'라고 적었다. 시종일관 심리적 고통에 시달렸다는 방증이다.
성인이 된 A씨는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뒤틀린 과거를 바르게 되돌려놓기로 결심했다. '나영이 사건'을 계기로 아동 성범죄를 중하게 처벌하는 법이 개정됐다는 보도를 접하고 어렵게 용기를 냈다. 2012년 9월 '여성의 전화'를 통해 피해 사실을 알렸다. 전북 성폭력 상담소, 익산 성폭력 상담소, 익산 경찰서까지 찾아갔지만 공소시효 문제로 어려울 수 있다는 이야기에 좌절했다.
A씨는 지난해 5월 한 테니스 대회에서 피고인 김 코치를 15년만에 우연히 마주쳤다. A씨는 "사건 당시의 기억이 떠올라 30분 가량은 혼자 소리내 울었다"고 털어놨다. 다시 용기를 냈다. 사건 이후 15년, 외로운 법정 다툼을 결심했다. 이 사건으로 인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 상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적극적으로 증거 수집에 나섰다.
A씨와 어린 시절 동고동락했던 테니스부 동료들이 증인을 자청했다. 범행 당시 상황에 대해 "피고인이 피해자만 따로 찾는 적이 많았다" "테니스 관사에 A씨만 남기고 문을 닫아 단둘이 있는 적도 많았다" "A씨가 피고인의 방에 다녀오면 힘들어했고 배가 아프다고 했다. 울면서 나온 적도 있다"는 증언을 해주었다. "피고인이 함께 TV를 보면서 A씨뿐 아니라 다른 테니스 부원들을 더듬은 적도 많았다"는 취지의 증언도 이어졌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대해 A씨를 치료한 정신과 전문의들은 일제히 "피해자는 과거 외상과 연관된 자극에 재노출된 후 불안, 주체할 수 없는 눈물, 반복회상, 우울감 등을 보이고 있다"고 진술했다.
피고인 김 코치는 경찰조사 중 변호인에게 "내가 그 때 왜 그런 짓을 저질렀는지 모르겠다.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다"며 범행 일체를 자백하기도 했으나, 법정에서는 태도를 바꿨다. 피고인 김씨는 "한차례 강제추행한 사실은 있으나 강간한 사실은 없다"고 항변했다. 변호인 측은 "설령 강간한 사실이 인정되더라도 피해자는 정상적으로 중·고등학교를 마쳤고 최근 테니스 대회에서 피고인을 다시 마주치기 전까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인지하거나 진료를 받은 적도 없다는 점에 비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앓게 됐다고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피고인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범행으로부터 상당 시일이 경과한 후 고소한 것은 사실이지만 당시 어린 나이여서 부모님이나 다른 사람에게 말하는 것 자체가 두려웠고, 피고인의 보복이 두려워 아무런 대응도 할 수 없었던 상황"을 인정했다. "수사기관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피고인의 진술이 일관되고 신빙성이 높다. 만 13세 미만 피해자를 강간한 사실이 넉넉히 인정된다. 피고인의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해 피해자에게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발생하였고 현재까지 그 증상이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사건발생 16년만에 법정이 '테니스 코치' 김씨의 유죄를 인정했다.
A씨는 여성 체육인으로서 한국스포츠개발원 여성스포츠리더 과정 등을 이수하며, 동년배 스포츠인들과 교류하고 있다. 어린 시절 자신이 겪은 고통과 시련이 비단 자신의 것만이 아니라고 믿고 있다. 판결 직후 A씨는 "오랜 시간 고민했고, 마음 고생도 많았다"고 털어놨다.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법정 싸움을 벌이고 사건을 공개하는 것은 단순히 개인적인 감정이나 복수심 때문이 아니다. 체육계에 나 같은 피해자가 더는 생기지 않기를 바란다. 운동하는 어린 후배들이 더 이상 이런 일을 당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법정 소송을 제기한 이유를 설명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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