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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륭 원사이드컷]토트넘의 '챔스 힌트 찾기'는 계속된다.

조회수 2017. 10. 18.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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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8 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3차전, 레알 마드리드 v 토트넘 매치 리뷰
호날두와 케인, 두 명 모두 빛난 경기였다.

“우리가 어떤 위치까지 왔는지 확인할 수 있는 좋은 시험 무대가 될 것이다.”

경기 전 에릭센의 인터뷰는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하는 토트넘의 입장을 대표했다. 레알과 토트넘, 양 팀은 확실한 컨셉을 갖고 경기에 임했다. 레알은 높은 점유율을 앞세워 차근차근 전진했고, 토트넘은 예상 밖의 352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서로 격렬하게 치고 받지 않았다. 오히려 턴 방식의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이나 체스처럼 잔잔하게 턴을 주고 받았다. 하지만 자신의 색깔을 내려놓은 쪽은 토트넘이였다. 포체티노 감독의 네 번째 시즌, 그리고 클럽 역사상 세 번째 챔스 조별리그.

토트넘이 드디어 챔스에 대한 감을 잡은 것 같다.


# 토트넘의 3-5-2

킥오프 60분 전 발표된 토트넘의 포메이션은 4-2-3-1. 하지만 경기 시작과 동시에 눈으로 확인한 포진은 그것과 달랐다. 다이어가 산체스와 알더베이럴트 사이에 추가되어 백스리를 형성했고 최전방에는 케인과 요렌테가 함께 위치했다. 포체티노 감독의 선택은 세 명의 중앙 수비수와 두 명의 공격수였다.

지난 시즌 백스리 트렌드를 주도한 두 팀은 첼시와 토트넘 이였다. 빠른 전환 능력이 필수인 첼시의 3-4-3, 점유율과 밸런스를 중시하는 토트넘의 3-4-2-1이 그 중심이였다. 하지만 이번 시즌 도르트문트를 상대한 챔스 조별리그 1차전에서 토트넘은 3-4-2-1을 사용하며 기존과 다른 밸런스와 전략을 통해 3-1 대승을 기록했다. 철저히 계획된 낮은 수비, 직선적인 측면 역습을 통한 공격 전개로 토트넘은 스스로에게도 어색한 35%의 점유율로 지난 1차전에서 승리했다. 도르트문트 전은 최근 두 시즌 연속 챔스 본선에 출전하는 토트넘에게 중요한 힌트가 됐을 것이다. 뿐만아니라 지난 시즌 리그와 유럽대항전의 경기 컨셉이 크게 다르지 않았던 토트넘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도 제법 신선한 모습이였다.

그래서 오늘 경기 해설을 준비할 때, 지난 도르트문트 전을 떠올렸다. 그런데 다른 점은 선발에 손흥민이 아닌 요렌테가 포진했다. 두 명의 중앙 공격수, 그렇다면 투톱이자 3-5-2 였다. 3-4-3, 3-4-2-1과 달리 3-5-2는 보다 수비 쪽에 무게감을 두는 포메이션이다. 블록을 두텁게 쌓아 우선적으로 수비를 하고, 전방으로 단순하게 공을 연결하여 두 공격수의 능력을 극대화시켜 공격하는 전략이다. 3-5-2를 선택한 토트넘에게 점유율은 우선 고려대상이 아니였다. 토트넘은레알보다 공을 적게 갖고 있었지만 케인, 요렌테 투톱의 조합은 경기 내내 레알을 불편하게 했다.

바란의 자책골이지만 케인이 관여된 골 장면에서도 투톱의 영향력이 느껴졌다. 측면에서 크로스가 진행되는 순간, 케인과 요렌테 모두 페널티 에어리어 안에 위치하고 있었다. 크로스 상황에서 에어리어 안에 공격수 한 명이 있는 것과 두 명이 있는 것의 차이는 매우 크다. 수비 입장에서 크로스 상황 때 상대 공격수가 한 명만 있다면 첫 번째 수비수의 압박, 두 번째 수비수의 커버를 통해 원천봉쇄 할 수 있다. 하지만 상대 공격수가 최소 한 명 더 에어리어에 들어온다면 수비 숫자가 많더라도 수비가 생각해야 할 옵션들은 가하 급수적으로 증가한다.

골 장면 외에도 토트넘 투톱은 다양하게 빛났다. 케인과 요렌테는 서로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며 레알 수비를 분산시켰고, 좋은 타이밍에 패스가 나올수 있도록 각도를 열어주기도 했다. 케인도 훌륭했지만 베테랑 요렌테의 역할이 더 인상적이였다. 과거 유벤투스 시절을 포함하여 최근 레알을 상대한 네 경기에서 2승2무를 기록한 베테랑 요렌테는 최전방에서 끊길수 있는 공을 최소한의 터치로, 불필요한 경합을 생략시킨채 동료에게 연결했다.

4-2-3-1, 4-1-4-1, 3-4-2-1 까지 토트넘은 지난 시즌 경험을 통해 다양한 포메이션을 능숙하게 사용한다. 여기에 추가로 포체티노 감독은 과거 얀센과 케인을 함께 활용하는 투톱을 잠시 시도하기도 했는데 결과는 좋지 못했다. 하지만 최상의 투톱 활용법을 3-5-2와 요렌테로 찾은 듯 하다.

토트넘 패스맵 - 에릭센의 왕성한 영향력과 백스리를 기반으로 한 안정된 형태

무게감 있는 두 명의 공격수가 전방에 있다면 점유율이 적더라도 수비에 중심을 둔 3-5-2는 충분히 위력적이다. 토트넘은 하나의 확실한 옵션을 오늘 경기에서 추가시켰다.


# 리듬을 타다

경기 첫 20분은 레알이 압도했다. 홈팀의 초반 공 점유율이 75%까지 육박한 시간대도 있었다. 4분 만에 호날두의 헤더가 골대를 강타했고 이어진 벤제마의 슈팅은 골대 바로 옆으로 빗나갔다. 축구에 만약은 없지만 레알이 첫 번째 상황에서 득점했다면 경기 결과는 달랐을 가능성이 높다. 초반 20분은 원정팀 토트넘이 끌려다닌 시간이였다. 수비 상황에서 세 명의 중앙 수비가 깊게 내려서다보니 윙크스, 시소코 두 명의 중앙 미드필더의 수비 범위는 계속 넓어졌다. 토트넘의 벌어진 중앙 공간을 이스코, 모드리치가 초반부터 적극적으로 공략했다면 레알은 선제골의 기회는 레알에게 더 많았을 것이다.

레알 패스맵 - 이스코+벤제마&호날두, 익숙한 것을 표현한 레알

포메이션과는 별개로 토트넘은 오늘 적은 점유율 속에서 경기 리듬을 유지했다. 전반과 후반, 각각 한 차례 상징적인 장면이 있었다. 전반 20분, 코너킥 상황에서 케인의 위력적인 헤더가 있었고 이 장면으로 토트넘의 분위기는 반전됐다. 이후 점유율을 조금씩 회복하면서 풀백 오리에도 전진 할 수 있었고 결국 그 과정에서 골도 터졌다. 두 번째 장면은 후반 25분, 이번에도 케인의 슈팅이였다. 나바스의 본능적인 선방에 걸렸지만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강화된 레알의 기세를 누그러뜨리는 장면이였다. 토트넘은 잔잔하게 밀리다가 한 차례 결정적인 기회를 만들면 그 기회를 기점으로 남은 시간동안 리듬을 만들어냈다. 이것은 지난 시즌 챔스는 물론, 유로파 무대에서도 토트넘이 잘 하지 못했던 부분이다. 포체티노 부임 이후, 어리고 유망했던 토트넘은 비교적 짧은 시간에 경험과 성과를 내며 발전했다. 이제 토트넘의 주축인 젊은 선수들은 오히려 나이에 비해 깊이 있는 플레이를 한다. 경험을 통한 발전은 늘 무섭다

# 유닛과 스탯

부분적으로 빛난 유닛들이 많았다. 토트넘 중원의 윙크스와 시소코는 시간이 갈수록 긴장이 풀리며 활발하게 활동했다. 여기에 에릭센은 총 12.5km를 뛰며 오늘도 토트넘 선수 중 가장 많은 활동량을 기록했다. 무엇보다 수비진의 블로킹 (슈팅 & 크로스) 스탯이 인상적이였다. 토트넘은 총 17개의 블로킹을 기록했는데 (슈팅 4회, 크로스 13회), 이는 레알보다 7개가 많은 수치였다. 대다수의 블로킹이 페널티 에어리어 안에서 기록됐고 17개 중 11개를 수비수들이 해냈다. 블로킹 수가 많다는 것은 상대에게 결정적인 장면이 많았다는 뜻도 있지만, 블로킹 수에 비해 슈팅 허용 빈도가 낮다면 그만큼 수비 형태가 좋다는 뜻으로 해석 할 수 있다. 토트넘 수비진은 슈팅이나 크로스를 허용하는 순간에 대부분 공에서 눈을 돌리지 않았고, 결코 가볍게 몸을 날리지도 않았다.

토트넘의 블로킹 (슈팅 & 크로스) 지점

사실 오늘 경기는 보다 많은 골이 나올수 있었다. 최종 공 점유율은 레알이 62%로 앞섰고 슈팅도 총 21개로 토트넘보다 10개 더 많았지만 결정적인 기회는 비슷했다. 하지만 양 팀의 골키퍼 나바스와 로리스는 놀라운 선방으로 추가 실점을 허용하지 않았다.

양 팀의 슈팅 기록 지점 (왼쪽=토트넘 11회 / 오른쪽=레알 21회)



“두 명의 훌륭한 골키퍼가 있었고 그들은 잘 막아냈다. 납득할 수 있는 결과다.”

경기 후 지단 감독의 인터뷰에서 진심이 느껴졌다.


# 감독

지단과 포체티노. 1972년 생 동갑내기 이기에 같은 시대에 뛰었고, 스타플레이어 출신으로 지금은 각자 훌륭한 팀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다. 지난 주말 레알 마드리드 감독으로 100번째 경기를 치른 지단은 비록 시즌 초반 스타트가 상쾌하진 않지만 조금씩 폼을 회복하고 있다. 시즌 초반 선수단에 부상이 발생하며 분위기가 어수선했고, 리그 홈 경기 승리가 늦어지며 팬들의 불만이 생기기도 했다. 하지만 경기를 돌이켜보면 큰 문제로 보이진 않는다. 카르바할의 베일의 부상 공백, 최근 복귀한 마르셀루와 벤제마의 폼 회복 등이 불안 요소지만 현재 상황에서 극복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단 체재에서 각종 트로피를 수집하고 있는 레알도 이번 시즌 이후에는 한 번 쯤 환기가 필요할 것 같다. 그런 점에서 하키미, 마르코스 요렌테 등 B팀에서 올라온 젊은 자원들의 이번 시즌 성장 속도가 지단의 계획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포체티노 역시, 시즌마다 팀과 함께 발전하고 있다. 마드리드 원정에서 352 카드는 지난 1차전 도르트문트를 상대한 경기 때 보다 아이디어를 한 단계 더 넓힌 것이였으며 결과까지 만들어냈다. 여기에 마지막 10분을 남기고 부상에서 9개월 만에 복귀한 로즈를 중앙 미드필더로 투입하여 이스코의 활동 공간을 방해한 전략은 인상적이였다. 경기를 해설하며 지단의 교체 타이밍이 조금 아쉽게 느껴졌다. 이스코를 중심으로 한 다소 정적인 공격 전개에서 변화를 준다면, 아센시오와 바스케즈를 동시 출격시켜 스타일 변화에 의한 과감한 속도전을 펼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아센시오, 바스케즈 모두 교체 투입되며 필드를 밟았지만 바스케즈가 투입된 시점은 후반 42분이였다.

이번 무승부로 사실상 11월에 런던에서 열리는 조별리그 4차전 맞대결이 H조 1위 결정전이 될 것이다. 런던에서는 오늘 느껴진 잔잔함이 사라질 것 같다. 레알 선수들의 폼도 많이 올라올 것이고, 토트넘 역시 부상자들이 복귀 할 수 있다. 아, 델레 알리도 징계에서 돌아온다. 양 팀이 확실한 컨셉을 갖고 임한 경기였다. 분명한 건 토트넘은 이번 시즌 챔스 경기를 하나씩 소화하면서 계속 힌트를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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