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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구의 빌드업6] 유럽 최고 공격축구의 증명, 과르디올라

조회수 2017. 10. 18. 13:4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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챔피언스리그 맨시티 2-1 나폴리 경기 리뷰

개인적으로 이번 챔피언스리그 라운드에서 가장 기대를 했던 경기는 맨시티 vs 나폴리 전이었다. 잉글랜드와 이탈리아에서 나란히 1위를 달리고 있는 두 팀은 리그에서 한번도 패가 없으며 (맨시티 8전 7승1무, 나폴리 8전 8승) 엄청난 골득실을 기록 중이다 (맨시티 29골 4실점, 나폴리 26골 5실점). 그리고 두 팀은 가장 중요하게도, 확실한 ‘스타일’이 있는 공격축구를 추구한다.

전술적 디테일에는 차이가 있겠지만 두 팀은 기본적으로 닮은 점이 많다. 두 팀 모두 공을 더 많이 소유하고 싶어하고, 위쪽에서 플레이하고 싶어한다. 연계가 굉장히 역동적이며, 전술적으로 매우 세련됐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자신의 쉬는 날에는 나폴리와 사리 감독의 축구를 보는 것을 좋아한다고 인터뷰했으며 사리 감독은 현 시점 유럽의 최고는 맨시티라며 호의를 돌려줬다.

나폴리 아우렐리오 회장과 과르디올라의 설전(?)도 볼만했는데, 과르디올라의 때아닌 칭찬을 ‘심리전’이라고 아우렐리오 회장이 깎아내리자 과르디올라는 과거 엠폴리 시절부터 사리의 축구는 환상적이었으며 현재축구의 거장 아리고 사치 감독의 그것에 비할 만 하다고 한술 더 뜬 극찬을 했고(진심이라고 생각한다) 이번주 리그 2위 인테르와 경기가 있어 주전 선수들에게 휴식을 줄 수 있다고 아우렐리오가 연막을 피우자 이번에는 과르디올라가 “있을 수 없는 얘기(Absolutely not)”라고 일축하며 나폴리의 선발명단 11명을 정확히 맞힐 자신이 있다고 맞받아쳤다.


경기 전 가장 궁금했던 사리감독의 선택

경기 전 가장 궁금했던 점은 ‘사리 감독이 얼마나 현실적인 선택을 할 것인가’였다. 과르디올라 감독 쪽은 명확했다. 맨시티는 올 시즌 어디를 가더라도 자신들의 축구를 보여줬고, 자신감도 있었다. 하물며 2승을 안고 있는 홈에서는 두말할 것 없었다. 반면 사리감독은 냉정히 봤을 때 맨시티가 조금 더 좋은 스쿼드를 가지고 있다는 점, 그리고 원정이라는 걸 고려해서 얼마나 평소의 스타일을 버리느냐, 수비적으로 얼마나 현실적인 선택을 할 것인가가 궁금했다.


결과부터 이야기하자면, ‘기우’였다.


올 시즌 가장 아름다웠던 전반 45분

나폴리가 킥오프와 함께 전방압박을 가하기 시작했고, 맨시티도 똑같이 받아치며 곧 모든 걱정은 기우였다는 것이 확실해졌다. 두 팀 모두 자신의 공격적인 스타일을 전혀 버리지 않았으며 경기는 순식간에 빠른 템포로 접어들었다. 그리고 전반전 45분동안 맨시티가 보여준 축구는 -나폴리가 굉장히 훌륭한 팀이라는 것을 미리 밝히고 말하고 싶다- 내가 올 시즌 봤던 모든 유럽팀들의 경기들 중 가장 뛰어난 경기력을 보여주었다.

두 팀의 차이는 후방 빌드업의 성공률에서부터 갈리기 시작했다. 두 팀 모두 후방빌드업 자존심이 있는 팀들이다. 특히 공격수들의 신장이 작은 편인 두 팀은 전방압박으로 상대 후방에서 롱패스를 끌어내는 것이 일종의 ‘항복’을 받아내는 셈이었다. 이 경기 속의 경기에서 맨시티가 확연히 앞서나가며 전반전이 급격하게 기울기 시작했다.

전반전 나폴리는 전방압박을 11차례 들어갔다.맨시티는 그 중 8번을 후방빌드업을 통해 탈압박에 성공, 볼을 위쪽으로 전진시켰다. 반면 맨시티도 첫 45분동안 전방압박을 11차례 들어갔다. 그 중 나폴리가 볼을 뺏기지 않고 위쪽으로 전진시킨 것은 단 1차례.나머지 10번은 볼을 탈취당하거나, 롱볼을 강요받고 소유권을 넘겨줬다.

골키퍼에서 시작돼 상대 박스 안 또는 측면에서 마무리된 맨시티 공격
반면 똑같이 골키퍼에서 시작돼 위쪽으로 많이 전진못한 나폴리

두 팀 선수들의 기량이 이렇게까지 차이가 난다기보다는 아직 익숙치 않은 원정에서의 미세한 플레이 완성도와 홈팬들의 압도적인 응원과 분위기가 영향을 미쳤다.

한번 생겨난 균열에 둑이 터지자 맨시티는 마치 후반전은 없다는 듯이 물들어온 전반전에 노를 젓기 시작했고, 30여분이 지났을 때 슈팅슛자 11-0, 스코어 2-0으로 경기를 완전히 장악했다. 이때 보여준 맨시티의 경기력은 자신들의 올 시즌 베스트 퍼포먼스를 넘어 올 시즌 유럽 전체의 베스트 퍼포먼스에 명함을 내밀었다.


케빈 데 브라이너

전반전이 끝난 뒤 급하게 데 브라이너의 만 나이를 확인했었다. 다른 수많은 수준급 선수들 가운데서도 특별했기 때문이다. 얼마나 더 성장할지, 전성기가 얼마나 더 지속될지 현기증이 났다.

개인적으로 데 브라이너에게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상황판단’이다. 보통은 예기치 않은 볼을 잡게 되면 일단은 주변 상황 파악부터 다음 플레이를 위한 판단까지 주춤하는 타이밍이 있게 마련이다. 그런데 데 브라이너는 이 부분이 압도적으로 빠르고 정확하다.

 타고난 두뇌와 센스는 물론 후천적으로 경기를 미리 읽는 눈을 익히지 못하면 불가능한 부분이다. 편하게 앉아서 경기를 보는 입장에서도 예상치 못한 패스미스가 나와서 ‘헉’ 한 순간, 얼굴이 벌개질 대로 벌건 데 브라이너는 이미 다음 판단을 내린 상황이고, 높은 확률로 이 판단은 정확하다. 데 브라이너의 엄청난 킥 능력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이 능력은, 

전 유럽에서도 따라 할 수 있는 선수가 몇 되지 않는다.

얼굴이 벌개지면 상대팀 가슴이 뛴다.

달라진 후반전. 불운했던 악재.

후반전의 양상은 사뭇 달랐다. 훨씬 더 급해진 나폴리의 상황을 이용한 점도 있겠지만 전체적으로 맨시티는 전반전과 똑같은 에너지를 쏟아 붓지 못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나폴리의 경기력이 살아났다. 전체 공격횟수 중 몇번이나 위협적인 슈팅으로 완료시켰는지를 보는 ‘완료율’에서 나폴리는 전반 절망적인 2.5%를 후반 8.3%로 많이 끌어올렸다.(맨시티 전반 13.2%, 후반 5.4%)

후반들어 공격패턴이 단순해지고 롱볼이 늘어난 맨시티

다만 한창 박차를 가할 때 인시녜의 부상이 나온 점, 히사이 또한 부상으로 교체카드를 한장 소진한 점, 밀리크의 부상으로 교체 자원에 공격수가 없던 점들이 악재들로 작용하며 나폴리가 보다 탄력을 받아야 되는 타이밍에서 더욱 힘을 내지 못했던 것이 불운이었다. 무엇보다 전반 천금같은 페널티킥 찬스를 ‘리틀 애니멀’ 메르텐스가 실축한 것이 두고두고 뼈아팠다.

유럽에서 인정받는 두 감독이 보여준 진검승부에 눈이 황홀했던 경기였다. 최고의 45분을 보여준 맨시티도, 끝까지 싸운 나폴리에게도 경외심이 든다. 벌써부터 11월 2일이 기다려진다. 나폴리가 홈으로 맨시티를 불러들이는 날이다. 이날도 골들이 터질 것이고, 세련된 공격축구 맞불을 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경기의 양상은, 오늘 경기와는 또 사뭇 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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