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준의 超야구수다] 승부수를 던지지도 못하고 끝난 롯데 가을야구

조회수 2017. 10. 16. 10:0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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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의 숙명, 판단하고 결정해야 한다. 

감독은 판단하고 결정하는 자리다. 모든 결정에는 책임이 따르고 때로는 그 무게를 감독 혼자서 짊어지기가 쉽지 않을 때도 있다. 남의 말과 시선에 휩쓸리기도 하고 그 결과, 방향을 잃거나 주저함이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독은 자신의 신념과 철학에 따라 결단 해야 한다. 이것은 피할 수 없는 감독의 숙명이다.

마지막 5차전, 팀 에이스 해커가 등판한 NC와는 달리 여러 가지 변수의 부담감을 안고 있는 박세웅을  선발로 올린 롯데 벤치는 투수교체에 있어 민감하게 반응하고 빠르고 과감하게 결정해야 했다. 지면 모든 것이 끝나는 상황, 감독의 결단은 오직 승리에만 집중하고 철저했어야 했다. 

롯데 조원우 감독은 경기 전 총력전을 펼치겠다고 했다. 단기전 마직막 경기에서 총력전의 의미는 정규 시즌과는 다른 특별함 의미가 있고 이는 모든 결정에 적용되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선발 박세웅의 상태나 각 이닝의 상황에 대한 판단이 보다 냉정하고 과감했어야 했지만 그렇지 못했다.

시리즈의 승패가 갈린 5회초, 롯데 벤치는 선발 박세웅의 교체 타이밍을 놓쳤고 불펜진의 준비 움직임은 기민하지 못했다. 상황의 긴박함에 비해 너무 안이했다. 이미 선취점을 빼앗기고 계속된 무사 1-3루, 필승조 조정훈을 비로소 올렸지만 평소와 다르게 쫓기며 도망가던 그의 투구모습은 이미 그에게 주어진 상황의 무게감이 너무 컸다는 것을 반증했다.   


롯데 선발투수 박세웅의 교체 타이밍 미스가 승리를 NC에 내줬다. 

사실 오늘 롯데 선발 박세웅에 대한 경기 전 예상은 그렇게 밝지 않았다. 우선 NC와의 상대전적이 좋지 않았고 특히 후반기 부진에 대한 우려가 컸다. 굳이 단기전 최종전이 아니더라도 이기는 경기를 만들기 위해서라면 흔히 말하는 원 플러스 원 투수 운영은 어쩌면 모두에게 충분히 공감이 되는 준비였다.

롯데 박세웅의 가장 큰 변수는 제구력이었다. 우려대로 경기 시작부터 공의 구위에는 힘이 있었지만 제구력은 좋지 않았다. 특히 직구는 포수 강민호가 요구하는 코스의 반대쪽(우타자 몸쪽 방향)으로 휘어져 들어왔다.

하지만 직구의 구위가 좋은 투수들의 특권 중에 하나는 바로 타자의 스윙과 투수의 구위가 붙어 이겨낼 수 있을 때에는 제구력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 NC 타자들은 박세웅의 경기 초반 힘 있는 구위와 급하게 휘어지는 직구에 대응하지 못하고 끌려 다녔다.

4회초 2사후 8번 손시헌, 9번 김태군의 연속안타. 모두 직구였고 정타였다. 경기시작 불안했던 1회초 선두타자 김준완의 우전안타와 2번 박민우의 중견수 직선타 이후 15타자 만에 나온 잘 맞은 타구였다. 2사후 였지만 하위타선인 손시헌과 김태군에게 박세웅의 직구가 정타를 허용하기 시작했을 때 이미 한계가 왔다고 판단했어야 했다.   

대개 감독들의 선발 투수교체 기준을 요약해 정리하면 1) 선발투수의 피로도나 구위저하 2) 다음투수와 신뢰도 비교 3) 상대자자와의 상대성을 들 수 있다. 롯데 벤치는 박세웅의 직구가 맞아나가 시작한 시점, 즉 1)번에 대해 필요 이상 민감했어야 했다.   

하지만 롯데 벤치는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아마도 롯데 벤치는 선발투수와 또 다른 선발투수를 잇는 원 플러스 원의 운영은 박세웅이 경기 초반을 넘기면서 없었던 것으로 계획을 바꾼 것 같다.  박세웅과 필승조 조정훈을 바로 이어가려고 한 것 같았고 그렇기 때문에 4회초 2사 1-2루 위기나 5회초 시작과 함께 조정훈을 올리기에는 조금 이르다고 판단했다고 본다.  결국 승부수 조정훈의 투입 타이밍까지 놓치게 되는 악순환의 고리가 여기서 시작됐다. 

승부수를 던지 보지도 못하고 끝나버린 롯데의 가을야구 마지막 경기 

3회말과 4회말 NC 선발 헤커의 스마트한 피칭에 2이닝 연속 3자범퇴. 롯데 타선이 상대 선발 헤커의 공략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 롯데 벤치는 4차전에서 김경문 감독이 5회초 1사에 승부수를 던졌듯이 1점의 무게를 제대로 판단하고 승부를 걸었어야 했다.

경기 중반의 최대 승부처, NC 5회초 공격은 상위타선 2번 박민우부터 였다. 포수 강민호는 오늘 좌타자 상대시 박세웅의 제구력의 불안감 때문에 장타의 위험이 있는 몸쪽 직구와 포크볼은 피하고 있었고 거의 일방적으로 바깥쪽 직구 중심으로 이끌고 있었다. 게다가 박민우와 나성범 모두 박세웅과 3번째 타석. 여기에도 이미 한계가 있었고 정상적인 승부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벤치가 도와줘야 했다. 

 5회초가 시작되고 나서야 비로소 불펜에서 조정훈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앞서 말한 감독들의 투수교체 기준 2)다음 투수와 신뢰도 비교에서도 이미 경기전부터 조정훈으로 결정을 한 상태였다. 그랬다면 조금 이르더라도 다음투수가 가장 편한 상황에서, 나름 가장 확률이 높은 상황에서 승부수를 던지는 결단이 필요했다. 

너무 늦었다. 벤치도 불펜도 상황에 대한 판단이 안이했다. 불펜에서 조금 더 빨리 움직이도록 했어야 했다. 5회초 이닝의 처음은 아니었더라도 늦어도 선두타자 박민우 볼넷 허용 후 다음 타자 나성범 타석부터는 마운드에 올라갈 수 있어야 했다.  

결국 롯데는 조정훈과 함께 준플레이오프 가장 믿을 수 있던 박진형과 마무리 손승락 카드를 써 보지도 못한 채 경기를 내주고 말았다. 돌아보면 롯데에게는 마무리 손승락의 2이닝 투구 계산, 그 이상의 각오가  필요했던 것은 아니었나 싶다.   

'피칭은 타이밍 싸움이다.' 질 수 없는 에이스의 사명을 다한 NC 에이스 헤커     

초반 팽팽했던 승부는 5회초 NC의 빅 이닝이 만들어 지면서 사실상 결정이 났다. 질 수 없는 에이스의 숙명을 안고 5차전 마운드에 오른 NC 헤커는 피칭은 타이밍 싸움이라는 교본과 같은 투구를 보여줬다. 투수로서 그의 영리함과 냉정함은 어린 투수들에게 정말 최고의 본보기가 됐을 것이다. 롯데 타선이 1차전과 다른 변화의 모습을 보였지만 이미 승부에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4차전 롯데의 극적인 분위기 반전으로 끝까지 승패를 알 수 없는 흥미로운 경기 내용을 기대했다. 그러나 홈구장 이닝의 말공격이 갖는 큰 잇 점을 스스로 버린 롯데가 자신들의 승부수를 제대로 한번 써보지도 못하고 쉽게 무너지고 말았다. 오늘 경기의 승패를 떠나 가장 아쉬운 부분이다.

결국 이렇게 이번 준 플레이오프에서도 3차전 승리 팀이 100% 플레이오프에 진출한다는 공식은 깨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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