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최준용 어머니가 말하는 아들 "진득함이 매력이죠, 우리 준용이!"

강현지 2017. 10. 13. 0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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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강현지 기자] “집에서 봬요!” 최준용의 어머니가 집으로 초대했다.

마산항이 내려다보이는 창원 마산 합포구의 한 아파트. “집보다 아들을 더 잘 설명할 게 어딨겠냐”라며 서효숙(48) 씨는 집 구경을 시켜줬다. 최근 이사 온 집은 최준용이 부모님을 위해 마련한 선물이란다.

물론 ‘일시불’은 아니다. 행동만큼이나 믿음직스러운 최준용의 숨겨진 매력을 어머니 서효숙 씨가 공개했다. “우리 준용이 같은 남자 만나요~!”라고 덧붙이며 말이다.

# 본 기사는 점프볼 2017년 7월호에 게재된 내용을 일부 편집했습니다. 

 

축구? 배드민턴? 결국엔 농구!
어렸을 적부터 최준용은 공놀이를 좋아했다. 내성적이었던 형과 반대로 최준용은 골목대장 스타일이었다. 어머니는 “쫄쫄 굶어도 저녁에 들어올 땐 배부르게 들어올 아이”라고 최준용의 어린 시절을 회상했다. 사람을 좋아하는 외형적인 성격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았다.

또 축구에 농구, 배드민턴 등 공으로 하는 운동을 모두 좋아했다. “하루는 축구부에서 준용이를 스카우트해서 데려갔어요. 합포초등학교에서 데려가서 운동을 시켰는데, 2골을 넣은 거예요. 그 친구들은 선수를 하려고 준비하던 애들이었는데, 준용이가 두 골이나 넣었으니 견제를 받았던 거죠. 거기에 기겁해서 집(경남 창녕)으로 다시 돌아왔어요.”

당시 서효숙 씨는 아버지 최도원(50) 씨와 일을 하느라 바빴고, 최준용은 할머니 서재석(76) 씨 손에서 자라고 있었다. 이번에는 농구부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왔다. 그는 마산 회원초에서 홀로 숙소생활을 시작했다. 농구가 너무 좋아 내린 결정이었지만, 갑작스럽게 부모님과 할머니 품을 떠나게 돼 밤마다 울었다.

“준용이가 밤마다 울더라고요. 외로웠던거죠. ‘조금만 더 버텨보자’라고 했지만, 계속 울어서…. 결국 준용이 농구 시작한 지 한 달 만에 창녕에서 마산으로 이사를 왔어요. 농구를 안 한다 그러면 모르겠지만, ‘농구는 너무너무 재밌다’고 그러더라고요. 아빠는 출퇴근하면 되니 결국 이삿짐을 쌌죠.”

농구뿐만 아니라 배드민턴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승부욕이 남달랐던 덕분에 어떤 운동이든 잘했다. “마산동중에 있을 때는 배드민턴부에서도 준용이에게 러브콜을 보내왔죠. 하하. 새벽마다 배드민턴하던 선수가 준용이를 데리러 왔었어요. 그래서 새벽에는 배드민턴을 치고, 오후에는 농구하고 했었죠(웃음). 대회에 출전시키려는 걸 저희가 극구 말렸어요. 농구 선수로 키우려는데 마음 흔들리면 안 된다고요.”

 

노랑머리 최준용
“친구들과 잘 어울리고, 어쩌다 일이 생기면 ‘내가 그랬다’라고 말하는 스타일이에요. 구구절절 변명을 늘어놓기보다 ‘내가 했다’하는 스타일이죠. 여자들은 싫어하는 스타일이라고 하는데 남자들끼리는 그게 의리래요.” 서효숙 씨가 이렇게 말했다. 옆에 있던 아버지 최도원 씨는 “특별했죠”라고 웃으며 아들의 어린 시절을 회상했다.

아버지가 “초등학교 때는 다른 사람들이 준용이를 ‘날라리’라고 했었어요. 머리를 노란색으로 물을 들였거든요”라고 말을 꺼내자 어머니가 또 생각났다는 듯 무릎을 탁 쳤다. “준용이 아빠도 같이 귀걸이를 했어요. 마산에서 서울 올라오면 ‘마산 촌놈’이라고 하잖아요. 창녕에서 마산에 가니 애들이 ‘촌놈’이라고 놀림을 받았나 보더라고요. ‘쉽게 보지 마라’라는 뜻이었던 거죠. 주변에서 준용이 보고 날라리라고 했는데, 그래서 아빠도 같이 귀걸이를 하고 그랬죠.”


경상도 남자
“준용이 성격이 그래요. 호불호가 갈리는 스타일이라고 해야 하나요. 좋은 사람에게는 한 없이 좋고,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네’하고 더는 말을 덧붙이지 않는 스타일이에요. 준용이 아빠가 그런 스타일이거든요.”

또 하나. 자신이 말한 것에는 책임지는 스타일이다. “어렸을 때 집안 형편이 안 좋았어요. 준용이도 예쁜 농구화를 신고 싶었을 텐데 ‘무조건 사줘’가 아니라 경기 때 목표를 세워놓고 아버지랑 협상하는 식이었어요. ‘이번 경기 때 어떤 기록을 하면 사줄 수 있어요’라고 이야기를 꺼내면, 아빠는 ‘아들이 잘한다고 그러는데, 그게 뭐라고’라며 허락하는 스타일이었죠. 못할 줄 알았는데, 잘해버리더라고요(웃음).”

집도 그 중 하나였다. 최준용은 “프로선수가 되면 집부터 옮겨요”라는 말을 늘 해왔다. 어느 날 최준용이 집 이야기를 꺼냈다. 일시불은 아니지만, 차차 갚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최준용은 부모님이 살 집을 장만해 드렸다. 서효숙 씨는 집을 한 번도 돌아보며 “이사 온 지 한 달 정도 됐어요. 지금도 아직 안 믿겨요. 자고 일어나면 다시 보게 되죠”라고 흐뭇해했다.

어머니가 아들에게… 최준용의 못다 한 이야기 그 후
「바스켓코리아」 이재범 기자는 지난해 12월, 최준용의 ‘못다 한 2순위 지명 소감’을 점프볼에 기고했다. 드래프트 지명 소감에 대한 이야기였다. ‘어머니’의 이름을 깜빡했던 것이 아니라 눈물이 날 것 같아 일부러 안 했다는 것이 최준용의 말.

“부모님 이야기를 하면 아예 말도 못하고 울다가 내려올 거 같아서 밝게 웃으면서 내 이미지대로 했다. 다른 선수들이 수상 소감을 말할 때 앉아서 울었다. 내가 못한 걸 하고 있어서 멋있고 부러웠다. 당당하게 울면서 이야기를 하는 게 맞는 거였나 싶었다. 하지만 막상 말을 했으면 아무 말도 못 했을 것 같다.”

이 글을 읽은 어머니는 한참을 울었다고 한다. “이게 진짜 준용이 마음인 걸 알고 있었어요. 섭섭한 마음은 없었죠. 아들 마음을 누구보다도 잘 아니까요. 그날도 준용이가 계속 저를 쳐다보는 거예요. ‘잘했어, 잘했어’라고 했는데, 준용이의 고개가 자꾸 숙여지더라고요. 가족 이야기를 못해서 미안해서 그런 거죠.” 서효숙 씨가 말을 이어갔다.

“울었다고 말하지도 않았어요. 지나고 나서는 ‘부양한다는 말 지켜라’라고 쿨하게 카카오톡을 보내고 말았죠. 전 다시 태어나도 경상도 남자를 만나야 할 것 같아요. 진득한 매력이 있거든요. 준용이 아빠도 그래요. 사람이 변함이 없거든요.”

EPILOGUE ① 할머니가 손자에게… “준용아, 미안하다”
이미 알려졌다시피 최준용은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자랐다. 할아버지는 최준용이 초등학교 2학년 때 돌아가셨지만, 할머니는 지금도 그의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다. 최준용이 인터뷰를 할 때 빠지지 않고 챙기는 두 분이 할아버지, 할머니다.

“세상 둘 없는 손자지”라고 최준용 이야기를 꺼낸 서재석 씨는 손자에게 미안해했다. “내가 참 많이 때렸어. 형이랑 싸울 때면 속상해서 그러기도 했고. 준용이 아빠, 엄마가 돈 벌러 가고, 나도 힘들어서 때리기도 했는데 아직도 그게 참 미안해. 지금 생각하면 준용이한테 너무 미안하지”라고 말하며 눈물을 닦았다.

그러면서 손자에게 “안 다쳤으면 좋겠어. 건강하고 잘했으면 좋겠어. 그게 첫째지. 착한 손잔데, 고생을 많이 했거든… 준용이 아빠, 엄마도 고생이 많았지. 아무것도 난 해준 게 없어. 준용이도 잘 커줘서 고맙지. 좋은 사람 만나서 잘 살았으면 좋겠어”라고 말했다.


EPILOGUE ② ‘날 닮은 너’ 아버지가 아들에게
아버님에게 “아들에게 하고 싶은 말 없으신가요?”라는 물음에 한참을 생각 하던 아버지는 이렇게 답했다. “운동도 열심히 하고, 노는 것도 열심히 놀아라. 하고 싶은 거 하는 대신 본업은 운동이니깐, 그것만큼은 더 열심히 했으면 한다”라고 짧게 답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난 다음 날, 아버지는 긴 장문의 메시지를 다시 보내왔다.

“언젠가 인터뷰에서 제일 존경하는 분으로 날 이야기했을 때 다시금 나는 아빠라는 존재를 생각했었던 계기가 되었단다. 그 이후로 더 힘내서 더 열심히 살아온 것 같다. 아들에게 존경 받을 수 있다는 아빠가 될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단다. 아들도 미래의 자식에게 존경받을 수 있는 늘 모범적이고 의리 있는 사람이길 바란다. 자기가 하는 일에 언제나 진실 되고 최선을 다하는 그런 사람이길…. 우리 가족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뿐이란다. 참 오래간만에 이야기 하는 것 같구나. 사랑 한다 아들아~”

# 사진_최준용 부모님 제공, 점프볼 DB

  2017-10-12   강현지(kkang@jumpba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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