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팀 간 박정아 "그래도 내 운명은 리시브"
최하위권 도로공사로 이적
"못하면 당연히 욕먹겠지만 리시브 제대로 해보고 싶어"
프로배구 여자부 정상급 레프트로 꼽히는 박정아(24·사진)는 2017~18시즌을 앞두고 우승팀인 IBK기업은행을 떠나 꼴찌팀 한국도로공사로 갑자기 이적했다. 기업은행 유니폼을 입고 6시즌 동안 3차례나 챔피언을 경험한 그의 이적에 놀라는 팬이 많았다. FA(자유계약선수) 신분이 된 박정아를 붙잡기 위해 기업은행은 도로공사보다 더 높은 연봉을 제시한 걸로 알려졌지만, 박정아는 결국 도로공사를 택했다.
11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박정아는 그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기업은행에 있으면 안정적이고 성적도 잘 나왔겠죠. 도로공사로 떠난 건 더 성장하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자신을 둘러싼 '리시브 논란'을 끝내기 위해 팀을 바꿨다는 얘기였다. 박정아는 기업은행에서 공격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리시브를 면제받았다. 그 탓에 수비는 안 하고 공격만 하는 반쪽짜리 선수라는 놀림에 시달려야 했다. '반정아(반쪽짜리 박정아)'라는 별명도 그래서 붙었다. 도로공사행은 레프트로서 자존심을 지키려 한 '일생의 선택'이었다고 한다. "저, 그거(리시브) 제대로 해보고 싶어요. 잘 못 하면 당연히 욕도 먹겠죠. 그런 비난은 얼마든 감수할 수 있어요."
그는 지난 8월 리우올림픽 때 잇따라 리시브 실책을 저질렀다. 한국이 4강 진출에 실패하자 그는 '원인 제공자'로 지목돼 팬들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인스타그램을 폐쇄해야 할 정도였다. 올림픽에 다녀온 뒤 절치부심하며 리시브 훈련에 전념했지만 2016~17시즌에도 팀은 그에게 공격만 주로 맡겼다. 그는 "리시브 면제는 팀을 위한 선택으로 알고 있다"면서 "안 믿으실지 몰라도… 감독님께 섭섭한 마음은 전혀 없다"고 했다.
지난 8월 국가대표팀 아시아선수권 시상식(한국 3위) 때는 박정아가 허리 부상으로 중도 귀국한 양효진(28·현대건설)의 메달을 따로 챙기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혀 눈길을 끌었다. "양효진 언니가 같이 고생했는데 혼자 메달 못 받으면 안 될 것 같았어요. 관계자한테 '마이 프렌드, 고 홈'이라고 말했죠. 그랬더니 메달을 하나 더 주더군요." 지난달 세계선수권 예선전(한국 본선 진출)에선 대표팀 에이스 김연경(29·상하이)의 '간택'을 받아 같은 방을 쓰면서 많은 조언을 들었다.
올림픽 이후 악성 댓글에 시달렸던 그는 최근 팬들의 격려에 힘입어 다시 일어설 용기를 얻었다고 한다. 그는 "팬들이 저를 응원하는 댓글만 모아서 만든 책자를 보내줬는데 그걸 보고 크게 감동했다"고 했다. 그는 2020년 도쿄올림픽에 김연경과 함께 레프트로 출전하는 것이 꿈이다. 지난해 최하위(6위)에 머물렀던 도로공사는 박정아와 1순위 외국인 선수 이바나 네소비치(29·세르비아)의 합류로 단번에 우승 후보로 떠올랐다. 박정아는 "이적 첫 시즌부터 큰 기대를 받아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꼴찌 후보란 말보단 우승할 것 같다는 얘기를 듣는 게 더 좋다"고 했다. 올 시즌 프로배구는 14일 남자부 현대캐피탈과 대한항공, 여자부 IBK기업은행과 흥국생명의 대결로 막을 올린다. 박정아가 속한 도로공사는 17일 GS칼텍스와 시즌 첫 경기를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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