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간 51끼 먹방의 신 "종규야, 난 아직 배고파"

송지훈 2017. 10. 13.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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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내일 개막, 현주엽의 각오
LG 맡은 뒤 종규야 수만 번 외쳐
내 입에서 욕 다음으로 많이 나온 말
선수들 키워 나보다 인기있게 할 것
해설할 땐 감독에 마음 비우라 조언
막상 감독 돼보니 쉽지 않더라
프로농구 창원 LG 현주엽 감독은 현역 시절 이루지 못했던 우승의 꿈을 지도자로서 이루겠다는 각오다. 지난 4월 LG와 3년간 계약한 현 감독은 2017~18시즌 개막일인 14일, 고양 오리온 원정경기에서 사령탑 데뷔전을 치른다. [김경록 기자]
“종규야!”

지난 4월 프로농구 창원 LG 지휘봉을 잡은 현주엽(42) 감독이 그간 가장 많이 한 말이 무엇일까. 현 감독은 이 질문에 대뜸 “종규야”라고 대답했다. 그는 “내 입에서 욕 다음으로 많이 나온 말”이라고 단서를 달았다. 11일 경기도 이천의 LG챔피언스파크 훈련장에서 만난 현 감독은 “반년 동안 ‘종규야’를 수만 번은 외친 것 같다. 어떤 날은 하루에 백 번도 넘게 불러 목이 쉰 적도 있다”며 웃었다.

김종규(오른쪽 사진)는 지난 시즌 등 번호(15번) 대신 올 시즌 현 감독의 현역 시절 등 번호(32번)를 단다. [사진 김종규 인스타그램]
현주엽 감독이 애타게 부른 ‘종규’는 LG의 높이를 책임지는 국가대표 센터 김종규(26·2m 6cm)다. 김종규는 농구계에서 ‘2% 부족한 천재’로 통한다. 2013~14시즌 프로농구 신인왕 타이틀을 거머쥐며 국내를 넘어 아시아를 평정할 특급 빅맨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근래 들어 “기량이 정체됐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현 감독은 “종규는 많은 것을 가졌다. 신체 조건과 운동 능력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심지어 얼굴도 잘생겼다. 프로농구 판도를 이끌어갈 수 있는 선수인데, 자신의 가치와 가능성을 잘 모르는 듯했다”며 “내가 맡아서 가르치면 얼마나 변할지, 어디까지 성장할지 확인하고 싶었다. 그래서 일부러 더 엄격하게 대했다”고 말했다.

현주엽 감독은 김종규를 시작으로 팀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변화의 폭을 넓혀 나갔다. 그는 “부임 직후 훈련을 지켜보며 한 발 더 뛸 수 있는데, 조금 더 집중할 수 있는데, 쉽게 포기하는 우리 선수들 모습에 실망이 컸다”며 “LG가 정규시즌 초중반에는 잘 나가다 후반에 경기력이 급격히 떨어져 두 시즌 연속 8위에 그친 것 또한 비슷한 맥락으로 해석했다”고 말했다.

현주엽 감독이 지난 11일 팀 훈련 도중 선수들에게 지시 사항을 전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문제점의 해법은 체력에서 찾았다. 선수들이 시즌 막판까지 집중력을 유지하려면 체력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강도 높은 체력훈련을 실시했다. 일부 선수에겐 체중 감량을 지시했고, 훈련장 내에선 전면 금연을 실시했다. 현 감독은 “현역 시절 내 경험담을 곁들여 선수들에게 알아듣도록 한 번 설명한 게 전부다. 다행히 선수들이 잘 따라주고 있다”며 “선수를 불러다가 체중을 재거나 (담배)냄새를 맡아보는 등의 검사 같은 건 일절 하지 않았다. 달라졌는지는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경기를 통해 자연스럽게 드러나기 때문”이라고 했다.

2017~18시즌 프로농구는 오는 14일 개막해 내년 3월까지 정규시즌을 치른다. 10개 팀이 54경기씩 치러 정규시즌 1~6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한다. 현주엽 감독은 “전주 KCC와 서울 SK의 양강을 형성하고 LG 등 나머지 팀들이 따라가는 형국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KCC와 SK는 주전 뿐 아니라 백업 멤버도 최고 수준”이라며 “그 정도면 주전급 한두 명이 다쳐야 선발 라인업 결정하는 감독 마음이 편해질지 모른다”고 농담을 곁들여 칭찬했다.

LG의 목표는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이며, 이를 위해 1·2라운드 5할 승률을 노린다. 변수는 부상이다. 주축선수인 김종규와 가드 김시래(28·1m78cm), 슈터 조성민(34·1m89cm) 등이 부상으로 훈련이 부족했다. 외국인 가드 저스틴 터브스(30·1m88cm)도 종아리 부상으로 시즌 초반 빠진다. 현주엽 감독은 “터브스는 당초 보름 정도 생각했는데 정밀검사 결과 치료와 재활을 합쳐 6주 진단이 나왔다”며 한숨을 쉬었다. 현 감독은 “농구 해설위원 하면서 삼성 (이)상민(45)이 형한테 ‘마음을 비우고 선수들과 눈높이를 맞추라’고 조언했는데, 막상 감독이 되니 그렇게 하는게 어렵고 힘들다”며 멋쩍어했다.

현주엽 감독이 한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대형 햄버거를 먹는 모습. [사진 TV화면 캡처]
LG 선수단에서 가장 유명한 인물은 사실 현주엽 감독이다. 사령탑을 맡기 전 방송인으로도 주목 받았는데,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1박2일 동안 51끼를 먹어 ‘먹방(음식을 먹는 방송)의 신’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팀에 국가대표 선수들이 있지만 팬과 미디어의 관심은 감독에게 쏠린다. 이에 현 감독은 “프로 스포츠의 주인공은 선수가 돼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감독이 스타 대접을 받는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선수들을 열심히 다그친 데는 나보다 인기 있는 선수를 키워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창원에서) 프로야구 NC 다이노스 인기가 높지만, 한때 우리 선수들이 최고 스타로 대접받던 시절이 있었다”며 “우리 팀도 NC 못지 않게 지역 팬들 사랑을 받는 존재로 만들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천=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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