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륭의 원사이드컷]한국 축구는 이제 무엇으로 어떻게 경쟁해야할까?

조회수 2017. 10. 11.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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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더 벌어지는 아시아와 세계의 격차.

한국 축구의 민낯이 드러났다.

신태용 감독은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라는 말로 유럽 평가전 출사표를 던졌지만 결국 역부족이였다. 러시아 전 0-4에서 두 골 만회, 모로코 전 0-3에서 한 골을 만회하며 스코어를 좁히고 공을 갖고 있는 시간을 늘려나갔지만 상대의 집중력이 이미 느슨해진 상황이였다.

평가전 두 경기를 지켜보면서 내 눈은 화면을 보고 있었지만 뇌는 마치 멈춰있는 것 같았다. 언젠가부터 대표팀 경기를 보면 경기가 눈에 잘 안들어온다. 집중하기도 어렵고 그냥 답답하고 가슴이 먹먹하다. 지금 대표팀의 어려운 흐름은 단순히 필드에서 선수단의 경기력만으로 반전하기 어렵다는 사실이 먼저 떠오르기 때문이다.

장현수가 중심이 된 '포어 리베로' 에 대한 첫번째 실험은 실패였다.

# 변형 스리백

러시아, 모로코를 상대한 두 차례 평가전에서 대표팀은 변형 3-4-3 포메이션을 우선적으로 사용했다. 신태용 감독은 U23, U20 대표팀 시절에도 종종 백스리를 활용한 기억이 있다. 우선 아이디어 자체는 신선했지만 결과와 내용 모두 만족스럽지 못했다. 물론 이번 소집에는 K리그 선수들을 소집하기 않았기에 처음부터 제한적인 운영이 예상되었고, 해당 포지션에 최상의 선수를 배치하는 것이 아닌, 포지션에 선수를 대입해보는 상황이 발생했다.

분명 긍정적인 요소도 있었다. 러시아를 상대한 전반전, 공격 전개 과정에서 선수들은 스스로형태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실수가 발생했지만 무엇을 의도하려고 했는지 느껴지는 장면이 있었다. 슈틸리케 감독 시절 보이지 않았던 ‘공격 전개’에 대한 기본적인 방법을 선수들이 함께 생각하며 플레이한다는 느낌이 전해졌다.

하지만 변형 스리백, 그것도 포어 리베로를 활용한 전략은 숙련이 필요한 난이도 높은 포메이션이다. 포어 리베로 역할을 맡는 선수는 물론, 전체적으로 모든 선수들의 ‘축구 이해도’가 일정 수준으로 동일해야 공수 모든 상황에서 팀 밸런스를 유지 할 수 있다. 이론적으로 이것이 가능하게 되면 특히 미드필드 지역에서 수적 우위를 점하는 상황이 많아지기에 상대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이번 두 차례 평가전에서 포어 리베로 역할을 맡은 장현수는 어려움을 겪었고 대표팀의 팀 밸런스는 늘 좋지 않았다. 변형 스리백으로 상대를 혼란시키고자 했으나 먼저 혼란스러움을 느낀 쪽은 우리 대표팀이였다.

백포 포메이션으로 변경한 후 경기력이 나아진 느낌도 있다. 물론 대표팀이 분전해서 경기력이 조금 향상된 부분도 있지만 이미 스코어를 벌려놓고 경기 리듬을 스스로 바꾼 상대의 상황이 더 크게 적용했다. 주 포메이션을 백포로 할것이냐, 백스리로 할것이냐는 모든 선수가 소집되는 11월 평가전 나아가 유럽파가 제외될 12월 동아시안컵에서도 테스트 해보고 지켜봐야 한다. 하나의 포메이션을 완성도 90% 까지 향상시켜 본선에 임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75% 완성도의 두 가지 포메이션을 갖고 본선에서 경쟁하는 것도 나름 방법이 될 수 있다. 다만 백스리를 사용해야 한다면, 포어 리베로를 기반으로 한 3-4-3 포메이션은 시기적으로, 현재 상황적으로 본선에서 버틸만할 완성도를 만들기 어려울 것이다. 차라리 수비라인을 깊게 내려 철저한 역습을 노리는 3-5-2 포메이션이 나을수도 있다.

이청용은 이번 유럽 평가전에서 윙백으로 출전했다.

# 선수 테스트

두 경기에서 이청용은 오른쪽 윙백으로 출전했다. 보통 2선 공격 자원을 풀백 또는 윙백 같은 수비 포지션에 포진시키는 이유는 해당 선수의 기술적 능력을 극대화 시켜 빌드업과 공격력을 향상 시키고자 하기 때문이다. 반면 수비 상황에서 발생 할 수 있는 리스크는 감수해야 한다. 공격 포지션의 선수와 수비 포지션의 선수는 일대일 또는 협력 수비를 포함한 모든 수비 상황에서 차이가 있다. 도전해야 할 때와 지연해야 할 때, 옆에서 커버해야 할 때와 뒤에서 커버해야 할 때, 심지어 몸의 방향, 수비 자세, 먼저 내민 발의 방향 등 작은 부분에서 다른점이 있다. 아무리 이론적으로 알고 있어도, 결국 중요한 순간에 몸은 익숙한 동작을 우선적으로 표현한다. 바로 이 부분이 공격 포지션에 익숙한 선수들이 일시적으로 수비 포지션에 배치 될 때 발생 할 수 있는 수비적 리스크다.

사실 이런 수비적 리스크는 미드필드에서 상대보다 높은 점유율로 경기 리듬을 관리 할 수 있다면 크게 나타나지 않는다. 하지만 현재 한국 대표팀의 미드필드 안정성은 월드컵 본선 수준으로 볼 때 가장 낮은 레벨이다. 그렇다면 풀백 또는 윙백 포지션의 우선 고려 대상은 공격력이 아닌 수비력이 되어야 한다. 최근 측면 수비수의 공격력이 현대 축구 트렌드의 중요한 요소임은 분명하나 현재 한국 대표팀에게 ‘공격하면서 수비도 한다.’즉 공격과 수비는 하나의 개념은 조금 접근하기 어려운 사항인 것 같다.

권경원은 러시아를 상대한 A매치 데뷔전에서 데뷔골을 기록했다.

새로운 얼굴에 대한 테스트도 진행됐다. 권경원과 송주훈이 A매치 데뷔전을 치뤘고 경쟁에 본격으로 합류했다. 러시아 전에서 권경원은 데뷔골까지 기록했지만 모로코 전 이후 인터뷰에서 신태용 감독은 “선수들을 많이 파악한 것은 약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두 선수 모두 어려운 시기에 힘든 데뷔전을 치렀다. 평가전이기에 선수,전술 등 다양한 테스트를 할 수 있지만 문제는 지금 분위기가 평가전이 단순한 평가전으로 인식되기 어려운 환경이라는 것이다. 그래도 연말까지는 더 해봤으면 한다. 특히 중앙 수비 포지션은 K리그 선수들도 경쟁력이 있다. 전북의 김민재가 그것을 증명했고 소속팀에서 그의 파트너인 이재성을 비롯하여 제주의 오반석, 서울의 황현수도 좋은 폼을 유지하고 있다.

한가지 추가한다면 손흥민에 대한 활용 방법도 보다 폭넓게 원점부터 생각해볼 필요도 있다. 모로코 전에서 페널티킥으로 370일 만에 A매치 골을 기록했지만 손흥민을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할 방법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손흥민이 ‘크랙’이 되어주길 바라는 사람들이 많지만 이번 월드컵 예선 기간부터 보여준 모습을 고려하면 손흥민은 결코 ‘크랙’이 아니다. 반드시 선발로 들어갈 필요가 있을까? 오히려 교체로 나오는게 영향력이 클 가능성도 있다. 뿐만아니라세트피스 키커 또한 상황에 따라 보다 다양하게 설정되어야 한다.

대표팀에서 손흥민 활용법에 대한 방법을 원점부터 다시 생각한다면?

본선까지 8개월 남았다. 그리 짧지도 길지도 않은 시간이고 이미 체재는 확정됐다. 신태용 감독은 자신이 구상한 계획을 뚝심있게 밀고 나가는게 그래도 나을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본인은 물론 선수와 팬 그리고 다양한 구성원들이 의도하지 않은 상처를 받을 가능성도 있다. 아무리 철학이 뚜렷한 사람도, 자신감 넘치는 사람도, 지금 대표팀 감독이라는 수트를 입으면 자신만의 것을 밀고 나가기 어려울 것이다. 어제(10일)는 고 조진호 감독의 비보로 한국 축구가 슬픔에 잠겼다. 어쩌면 지금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라는 자리는 그 어떤 K리그 팀의 감독직보다 더 힘든 자리라는 생각이 든다.

# 수비

아시아 최종예선 이란, 우즈베키스탄 전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하지만 이번 유럽 원정 두 경기에서는 7골을 실점했다. 실점 상황도 다양했다. 물론 테스트 중인 수비라인 이였지만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수수깡 같이 부러지는 느낌은 좋지 않았다.

우선 초반 실점만 하지 않는다면 어느 정도 버틸수 있다. 대표팀은 현실적으로 ‘팀’으로 하는 수비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일대일 상황이 되면 대단히 불리하다. 월드컵 레벨에서는 개인 능력의 차이가 더 크게 느껴질 것이다.

‘바짝 다가서기도, 거리를 두기에도 애매했다.’

지난 모로코 전, 수비 상황에서 거리 조절에 대한 지적이 많았는데 경기에 출전한 한 선수는 경기 후 메시지를 통해 자신의 의견을 전했다. 덤비면 빠져나가고, 지연하면 하고 싶을 것을 다하니 수비 자체가 너무 어렵다는 뜻이다.

쉽지 않겠지만 결국 일대일 상황을 최대한 적게 만들어야 한다. 단위적인 전방 압박이 하나의 방법이지만 높은 활동량과 조직력, 수비 타이밍에 대한 이해도가 필요하다. 그게 어렵다면 수비 라인 자체를 내리는 대신, 최전방부터 수비 방향을 한 쪽으로 설정하여 측면으로 유도해야 한다. 러시아, 모로코를 상대한 두 경기 모두 한국의 수비 형태는 대부분 좋지 않았다. 수비, 미드필드, 공격 라인의 간격도, 수비의 절대 요소인 압박과 커버의 관계도 모두 나빴다. 상대가 이동시키는 공의 위치와 흐름을 한국은 따라가지 못했다. 소통의 노력은 보이지만 늘 반응이 늦고 한 두명은 엉뚱한 위치에 서 있다. 이런 상황에서 수비 밸런스가 좋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한 것이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태용 감독 체재로 첫 평가전 캠페인을 치렀다. 완전체 소집도 아니였고 제한적인 유닛으로 퍼즐을 끼워 맞췄다. 결과적으로 두 경기 모두 패했고 실점도 많았다. 우려했던 시나리오로 상황이 흘러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심을 갖고 11월을 기다려야 한다. 8개월 앞으로 다가온 월드컵에 대해 한국 축구는 지금 다른 대안이 없다. 한번 냉정하게 생각해보자. 이 상황을 만든 것은 결코 감독이나 선수가 아니다. 평가전은 말그대로 이것저것 평가를 해보는 무대여야 하는데 지금은 평가전에서 평가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세계 축구의 중심은 유럽은 우리보다 시스템과 문화가 앞서고, 남미는 우리보다 영악하고 기술이 우수하다. 아프리카는 우리보다 신체적으로 훨씬 빠르고, 오세아니아는 우리보다 힘이 쎄다. 그리고 아시아 팀들의 조직력도 우리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다.

한국은 지난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16강에 진출했다. 그리고 7년이 지났다. 우리는 아주 천천히 기어갔지만 풋볼 사이언스가 다양한 경로로 현장에 도입된 유럽은 그동안 쉬지 않고 전력 질주를 했다. 결국 한국, 그리고 아시아와 세계의 격차는 더 많이 벌어졌다.

우리 이제 무엇으로 어떻게 경쟁해야할까?

참 쓰디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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