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축구

한국과 정반대인 일본의 점유율 축구 논란

김태석 2017. 10. 9.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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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정반대인 일본의 점유율 축구 논란



(베스트 일레븐)

한국에서도 점유율 축구의 허수에 관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일본에서는 정반대의 관점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바히드 할릴호지치 일본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점유율은 승리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주장을 내비치고 있지만, 일본 축구 관계자들은 할릴호지치 감독의 지론에 회의감을 보이고 있다.

일본 매체 <일간 겐다이>에 따르면, 할릴호지치 감독은 이번 10월 A매치 2연전에 출전할 선수 엔트리 발표 공식 기자회견에서 점유율 축구 무용론을 펼친 바 있다. 할릴호지치 감독이 이끄는 일본은 지난 6일 저녁 도요타 스타디움에서 뉴질랜드를 2-1로 격파한 바 있으며, 오는 10일 요코하마 닛산 스타디움에서 아이티전을 앞두고 있다.

뉴질랜드전에서 경기력이 썩 좋지 못해 언론과 팬들의 비판을 사고 있는데, 이때 제기되고 있는 논란이 있다. 과연 할릴호지치 감독의 축구 철학이 일본 축구에 부합하느냐다. 할릴호지치 감독은 부임 초기부터 선수들의 운동량과 피지컬에 대해 무척이나 강조했다. 왕성하게 그라운드를 누빌 수 있는 체력을 갖춤은 물론 상대 선수들과 격하게 몸싸움을 벌이는 투쟁심 어린 경기 자세를 선수들에게 요구하고 있다. 패스를 통해 볼을 점유하고 이를 통해 만들어진 기회를 골로 연결하는 플레이를 즐긴 일본 축구와는 사뭇 다른 색깔의 축구다.

하지만 할릴호지치 감독은 자신의 고집을 꺾지 않고 있다. 할릴호지치 감독은 지난 명단 발표 기자회견에서 “일본에서는 지도자를 만나거나 미디어를 통해 ‘포제션’이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점유율이 높으면 이길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주장”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무려 20분 동안 이 주제에 관해 역설했는데, 단순히 개인 견해를 밝히는 정도가 아니라 특정 경기의 경기 기록까지 거론하며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바로 2017-2018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맞붙은 파리 생제르맹과 바이에른 뮌헨의 맞대결이다. 32강 B그룹 조별 리그 2라운드에서 벌어진 두 팀의 맞대결에서 파리 생제르맹이 바이에른 뮌헨을 3-0으로 완파했다.

할릴호지치 감독은 “파리 생제르맹의 점유율은 37.6%, 바이에른 뮌헨은 62.4%였다. 파리 생제르맹의 패스 총 횟수는 386개, 바이에른 뮌헨은 568개였다. 코너킥? 파리 생제르맹은 1개, 바이에른 뮌헨은 18개였다. 그러나 경기는 파리 생제르맹이 3-0으로 이겼다. 파리 생제르맹이 앞서는 통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듀얼(duel)’의 성공률이다. 파리 생제르맹은 57.4%에 달하는 듀얼 성공률을 기록한 반면, 바이에른 뮌헨은 42.6%에 그쳤다. 볼 점유율은 의미가 없다”라고 주장했다.

여기서 할릴호지치 감독이 말하는 ‘듀얼’은 프랑스어로 결투, 즉 일대일 싸움에서의 우위를 뜻한다. 아무리 패스를 통해 볼을 점유해도 볼을 가진 선수가 그렇지 않은 상대 선수의 맞대결에서 진다면 의미가 없다는 뜻이다. 최근 볼 점유율에 치중하는 반면 일대일 경합에서 이기는 선수가 없다는 평가를 받는 한국 축구에 비추어봐도, 할릴호지치 감독의 주장은 꽤나 설득력있게 들린다.

그런데 일본 축구계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일간 겐다이>와 인터뷰한 한 일본 축구 관계자는 “할릴호지치 감독이 브라질 월드컵 때 16강에 돌파해 독일과 치열하게 싸웠다. 알제리 때는 볼을 쥐고 싸우는 방법이 확립되어 있었다. 하지만 같은 전술을 일본 선수들에게 주문하는 건 무리가 있다. 알제리 대표팀처럼 할 이유가 없다”라고 말했다. 피지컬이 훌륭한데다, 빠르며, 저돌적이었던 알제리의 경기 스타일이 일본 선수들과는 전혀 맞지 않다는 주장이다. 더군다나 할릴호지치 감독은 엄청난 강도의 수비 가담까지 주문하고 있는데 가뜩이나 육체적으로 괴로운 플레이스타일을 주문받는 일본 선수들이 이를 수행하는 건 무리라는 게 일본 축구계의 반응이다.

일본 축구계는 할릴호지치 감독의 축구 전술과 철학은 대단히 뚜렷하며 설득력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지금껏 그런 경기 방식을 수행하지 않았다는 점을 거론하며 탐탁찮게 여기고 있다. 흥미로운 건 볼 점유율에 고집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과거처럼 피지컬과 선 굵은 축구로 회귀해야 한다는 주장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는 한국 축구계 내의 논란과는 완전히 정반대 분위기라는 점이다. 점유율을 둘러싼 일본 축구계의 논란은 할릴호지치 감독 부임 기간 내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글=김태석 기자(ktsek77@soccerbest11.co.kr)
사진=ⒸgettyImages/게티이미지코리아(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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