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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why] "쇼트트랙 선수의 ○○는 보통 사람보다 크다"..숨겨진 과학의 비밀

정윤식 기자 2017. 10. 9.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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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BS 뉴스가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평창why' 시리즈를 선보입니다. 국내에서 처음 열리는 동계올림픽을 맞아 대한민국 대표팀 선수들이 보여줬던 땀과 눈물, 감동의 순간과 함께 알고 보면 더 재밌는 평창 동계올림픽 소식을 생생하게 전해 드립니다. <편집자 주>

쇼트트랙은 1992년 알베르빌 동계올림픽에서 처음 정식 종목이 된 뒤 20년 넘게 팬들의 사랑을 받아왔습니다.

순식간에 순위가 뒤바뀌는 역전의 연속, 몸을 거의 바닥에 눕다시피 하면서 달리는 곡선 주행, 몸싸움을 방불케 하는 치열한 자리 다툼과 계주 주자들의 전력을 다한 밀어주기(push)까지. 쇼트트랙은 다른 종목에서 볼 수 없는 박진감을 선사하며 최고의 동계 스포츠 가운데 하나로 자리매김했습니다.

높아진 인기만큼 과학 기술도 총동원됐습니다. 현재 쇼트트랙 선수들의 스케이트와 선수복에는 누구보다 빨리 달리기 위한 각종 기술이 집약됐습니다. 곡선 구간 승부가 핵심인만큼 원심력과의 싸움에서 이기기 위한 각종 전략도 고도화됐습니다. '평창why' 4번째 순서로는 쇼트트랙에 숨겨진 재미있는 과학의 비밀을 파헤쳐보겠습니다.

■ 쇼트트랙 선수들은 일부러 휘어진 스케이트를 신는다?

밴쿠버 올림픽을 2년 앞두고 강도 높은 훈련에 여념이 없던 지난 2010년 태릉선수촌.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의 조해리(2014년 소치올림픽 금메달리스트, 현 SBS 해설위원)는 새 스케이트를 두고 대표팀 최광복 코치와 씨름하고 있었습니다. 새로 구입한 부츠의 스케이트 날이 직선으로 곧게 뻗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최광복 코치가 조해리 선수의 새 스케이트 날을 들고 간 곳은 쇼트트랙 빙상장 옆의 라커룸이었습니다. 최 코치는 강철로 된 롤러 사이에 스케이트 날을 넣더니 날을 휘어지게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스케이트 날의 각도를 조절하는 이른바 '벤딩' 작업입니다. 새 스케이트 날을 힘껏 휘게 만든 최 코치는 만족한 표정을 지으며 스케이트를 다시 조해리에게 건넸습니다.

직선으로 곧게 뻗은 날은 빠른 속도가 필수적인 스피드 스케이팅에 적합하지만 쇼트트랙은 상황이 다릅니다. 치열한 자리 다툼 속에서 순발력 있게 상황을 판단하며 방향을 전환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안쪽으로 휘어진 날은 곡선 구간에서 확실한 효과를 발휘합니다. 휘어진 트랙을 벗어나지 않게 하는 동시에 안정된 주행 자세를 유지해 추월을 가능하게 합니다. 조해리 위원은 SBS와 통화에서 "과거 직선 형태의 날이 오면 경험이 많은 코치진이 선수들의 주행 스타일에 맞게 손으로 직접 벤딩을 했다. 선수들은 올림픽 등 큰 국제대회를 앞두고 자신에게 맞는 벤딩된 날을 2~3개씩 여분으로 챙기는 일이 필수였다"고 회고했습니다. 쇼트트랙 스케이트의 날이 중심에서 왼쪽으로 치우쳐져 있는 것도 같은 곡선 구간 때문입니다. 날이 가운데에 달려 있으면 곡선주로에서 신발을 왼쪽으로 기울일 때 빙판과 충돌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스케이트 날의 가운데를 볼록하게 남기고 앞과 뒤 부분을 둥글게 깎아내는 '로그' 작업도 필수입니다. 쇼트트랙 선수들의 스케이트 날 앞 뒤가 둥근 모양을 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이 로그 작업 때문입니다. 스피드 스케이팅은 얼음판에 닿는 날의 면적이 고를수록 차는 힘이 강해져 스피드를 끌어올릴 수 있지만 쇼트트랙은 날의 면적을 줄여야 유리합니다. 빙판에 닫는 면적이 적을수록 마찰력을 줄여 곡선구간을 부드럽게 주파할 수 있게 되기 때문입니다.

조해리 위원은 "선수마다 최적화된 로그의 정도를 '로그 게이지'라고 부르곤 했는데 날의 높이와 각도 등이 경기력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새 날이 오면 본인이 늘 타던 로그 게이지와 벤딩 정도를 맞추는 게 늘 중요한 일이었다"고 말했습니다. 토리노 올림픽 3관왕 안현수는 자신의 스케이트 날 앞쪽의 3분의 1을 가장 볼록하게 유지하는 로그 게이지를 유지하고는 했습니다. 이 밖에 부츠와 날을 연결하는 부위인 '컵'의 높낮이를 조절하는 것도 성적과 직결되는 중요한 요소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 "원심력을 견뎌라!"…넘어질 듯 안 넘어지는 곡선 주행의 비밀

쓰러질 듯 기울어진 자세로 트랙을 질주하는 곡선 구간 질주는 쇼트트랙의 가장 큰 볼거리로 꼽힙니다. 쇼트트랙이 '원심력과의 싸움'으로 불리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쇼트트랙 경기장은 112.12m의 경주로 가운데 48%인 53.81m가 곡선 구간입니다. 이 때문에 곡선 구간을 주파하는 능력이 승부의 열쇠가 됩니다. 평균 시속 45km로 곡선 구간을 달리는 선수들은 곡선의 중심과 반대 방향으로 작용하는 원심력을 받게 됩니다. 속도가 빨라질수록 원심력의 크기도 증가하고 몸에 미치는 부담도 커지게 됩니다.

선수들은 원심력을 극복하기 위해 빙판을 왼손으로 짚고 몸을 최대한 안쪽으로 기울입니다. 속도가 빠르거나 곡선이 심할수록 몸을 안쪽으로 더 눕혀야 일정한 원의 궤도를 그리며 안정된 자세로 곡선 구간을 주파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선수들은 몸과 지면이 만드는 각도가 50도에서 30도가 될 때까지 코너 안쪽으로 몸을 눕히는데 이 과정에서 넘어지는 것을 방지하려고 빙판에 손을 짚고 곡선 구간을 돌게 됩니다. 장갑의 손가락 끝 부위에 방수제의 일종인 에폭시 수지가 발라져 있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얼음에 닿을 때 마찰력을 최대한 낮춰 부드러운 곡선 주파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관성을 최대한으로 이용하면서 몸에 가해지는 원심력의 압박을 이겨내기 위해 이른바 '호리병 주법'이라고 불리는 주행법도 개발됐습니다. '한국 쇼트트랙의 선구자'로 불리는 알베르빌-릴레함메르 올림픽 챔피언 김기훈은 직선주로에서 인코스 쪽으로 바짝 들어왔다가 다시 바깥쪽으로 빠지면 원심력을 최대한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호리병 주법은 이후 더욱 발전돼 지금까지 애용되고 있습니다.

기록으로 승부하는 '빙속 여제' 이상화 선수 등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들도 스피드 스케이팅 트랙이 아닌 쇼트트랙 선수들이 뛰는 트랙에서 훈련을 하기도 합니다. 롱 트랙과 쇼트트랙에서 똑같이 달린다고 가정할 때 쇼트트랙에서는 롱 트랙 곡선 구간에서 가해지는 힘의 3배에 달하는 힘이 바깥쪽으로 몰리게 됩니다.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들은 이 훈련을 통해 하체 근육을 더욱 단련해 곡선 구간에서 보다 강한 힘을 발휘하게 됩니다.


■ "쇼트트랙 하면 ○○가 커진다"… 쇼트트랙 선수들의 뇌를 들여다봤더니

공기의 저항과 원심력을 이겨내기 위한 부단한 노력은 쇼트트랙 선수들의 신체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고려대학교 의대의 류임주 교수 연구진은 지난 2012년 4월 쇼트트랙 선수 16명과 평소 운동을 잘 하지 않는 20대 남자 대학생의 뇌를 비교한 결과 선수들의 소뇌가 대학생들보다 크게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자기공명영상(MRI)을 통해 3차원으로 들여다봤더니 선수들의 소뇌에서 오른쪽 반구와 소엽이 큰 것으로 관찰됐던 겁니다.

연구진은 이런 차이가 쇼트트랙 선수들의 훈련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꾸준한 운동이 뛰어난 균형 및 협응 능력으로 나타나 소뇌를 발달하게 만들었다는 겁니다. 대뇌의 약 8분의 1 정도 크기를 지닌 소뇌는 평형 감각을 관장하는 기관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연구진은 오른쪽 소뇌가 발달된 이유에 대해서는 "선수들이 오른발로 균형을 유지하면서 왼쪽으로 코너를 도는데 이때 균형을 잡는 오른발이 오른쪽 소뇌 반구를 활성화시키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미끄러운 빙판에서 매우 빠른 속도로 경쟁하며 곡선 구간을 넘어질 듯 달리는 쇼트트랙 선수들은 일반인보다 뛰어난 균형능력과 협응 능력 및 시각 유도성 운동을 할 수 있게 됩니다. 협응 능력이란 주어진 운동과제를 부드럽고 신속하고 정확하게 수행하기 위해 신체 여러 부위의 감각을 잘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합니다. 우리 쇼트트랙 선수들이 치열한 자리싸움에서 넘어질 듯 하다가도 다시 자세를 잡고 질주할 수 있는 것도 발달된 소뇌의 역할이 크다는 분석도 가능한 대목입니다.


■ 경기복에 가득한 돌기와 홈의 비밀..공기 저항과의 싸움

과학 원리는 경기복에도 숨어 있습니다. 선수들은 공기 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해 몸에 딱 달라붙는 경기복을 입는데 자세히 보면 돌기와 홈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표면이 매끄러우면 공기가 몸에 부딪힌 뒤 뒤로 밀려나면서 소용돌이를 일으키고 이 과정에서 공기가 몸을 뒤로 잡아끄는 이른바 '견인 현상'이 일어납니다. 선수복에 있는 돌기와 홈은 부딪히는 공기를 흩트러지게하고 저항도 줄어들게 만들어 견인 현상을 완화시킵니다. 골프공 표면에 '딤플'이라고 불리는 작은 홈을 촘촘하게 만들어 멀리 날아갈 수 있도록 한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다른 선수를 추월하려고 속도를 낼 때 쇼트트랙 선수들의 다리는 바쁘게 움직입니다. 이 때문에 허벅지 안쪽 부분에는 두 다리의 마찰을 막는 특수소재 안감이 덧붙여 있습니다. 경기복 허리에는 딱딱한 우레탄 소재를 덧대 상체를 구부린 상태로 유지하도록 돼 있습니다. 선수들의 허리가 쉽게 들리지 않게 잡아주기 위해서입니다. 바람의 저항을 이겨내기 위해 상체를 숙인 자세를 유지해야 하는 선수들을 보다 편하게 달릴 수 있게 만든 구조입니다. 쇼트트랙 선수들이 경기를 끝낸 뒤에도 한동안 몸을 앞으로 구부린 상태에서 트랙을 돌며 휴식을 취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근육 사용량이 많은 부위는 상대적으로 탄력적인 소재를 사용해 근육의 수축과 이완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하기도 합니다.

대표팀은 이번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새 경기복을 공개했습니다. 기존의 전신 방탄복이 아닌 부분 방탄복으로 개량해 무게를 줄이고 몸에 달라붙는 일체형 경기복으로 개량됐습니다. 전신 방탄 재질이 아니어서 안전성에 대한 우려도 나왔지만 선수들도 대체로 만족감을 표시했습니다.

디자인도 호평을 받았습니다. 상의의 태극 문양과 양팔의 건곤감리 4괘 그리고 포효하는 호랑이의 얼굴이 새겨진 빨간 헬멧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처음으로 국내에서 열리는 2018년 평창올림픽을 향한 쇼트트랙 대표팀의 꿈이 무르익고 있습니다.

(그래픽 : 김은정)  

정윤식 기자jys@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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