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골프매거진]이미향, 그리고 베스트 프렌드 '아빠'

조회수 2017. 10. 8.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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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향의 든든한 조력자이자 베스트 프렌드 아빠
[사진 김진경]

1편 보러 가기

▶ 늦둥이 효녀, 스카이72 드림레인지 명예회원 1호 

이미향은 무남독녀다. 아버지 이영구 씨가 마흔 넘어 갖게 된 귀한 딸이다. 이영구 씨는 “결혼 후 아이를 갖기 위해 많은 노력을 다했다. 미향이를 갖기 위해 3000만원 이상을 병원비로 썼다”고 고백했다. 힘들게 얻은 늦둥이가 어릴 때부터 골프에 소질을 보이자 이 씨는 넉넉지 않은 형편에도 부족함 없이 키우려 노력했다. 

골프 마니아인 아버지를 따라 네 살 때부터 클럽을 잡은 이미향은 재능을 보였다. 이 씨는 “어린 나이에도 하루 종일 벙커샷 연습을 하는 근성을 보며 프로 골퍼로 성공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미향은 2005년 스카이72 드림레인지 개장 이전부터 이곳에서 연습하며 프로 골퍼의 꿈을 키웠다.

이미향은 스카이72 드림레인지 명예회원 1호다. 드림레인지 개장 기념 주니어 장타 대회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초등학생이었던 이미향은 당시 장타 대회에서 200야드 이상의 엄청난 장타를 때려내 이 부문 2위를 차지했다. 부상으로 드라이버를 받았다. 그는 “드림레인지는 집 같은 곳이다. 어렸을 때부터 이곳에서 골프를 했고, 양찬국 프로님, 지배인님 등이 다 아는 분들이라 항상 반갑게 맞아주신다. 모든 것들이 익숙하다”고 친근감을 드러냈다.

국가대표 상비군을 거친 이미향은 2011년 프로 전향 후 곧바로 미국 무대를 노크했다. 2012년 2부 투어인 시메트라 클래식에서 우승한 그는 LPGA투어에도 가끔 모습을 드러냈다. 그해 시메트라 투어 상금 랭킹 6위에 오른 이미향은 2013년 LPGA투어 풀시드를 획득하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이미향은 2012년 시메트라 투어 올해의 신인상을 받기도 했다.

이미향의 미국 진출 이면에는 아버지의 헌신이 뒷받침됐다. 이미향은 “아버지께서 어렵다는 생각을 하지 않도록 해주셨다. 넉넉하지는 않았지만 부족하지는 않았다. 그 덕분에 골프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공을 돌렸다.

또 이미향은 아버지를 ‘베스트 프렌드’로 표현했다. 그는 “어렸을 때는 스킨십도 많이 했는데 커가면서 부쩍 줄었다. 무엇인가 필요하거나 허락을 맡아야 할 때는 ‘사랑한다’면서 애교를 부리긴 한다”며 미소를 지었다. 아버지 때문에 결혼 생각도 하고 있다. 그는 “아버지가 손자를 빨리 보고 싶어 하신다. 만 28세 안에만 가면 될 것 같다. 지금 만 24세니까 4년 안에는 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수줍게 웃었다. 그리고 이상형으로는 배우 유승호를 꼽았다. 하지만 그는 “배우자는 전체적으로 평범했으면 좋겠다. 나와 어울리는 분이면 좋겠다”며 현실적으로 답했다.

아버지 이 씨는 딸이 선물한 시계를 하루도 빼놓지 않고 자랑스럽게 차고 다닌다. 미즈노 클래식에서 첫 우승을 하고 LPGA에서 받은 롤렉스 시계다. 시계 뒷면에는 우승 대회와 날짜 그리고 이미향의 이름이 적혀 있다. 아버지 입장에서는 가장 소중한 선물이다. 이 씨는 칭찬에 인색하고 표현을 잘 안 하는 편이다. 그러나 아직 가야 할 길이 먼 딸을 잡아주는 멘털 코치 같은 역할을 한다. 이미향은 “아버지가 못 쳤을 때는 혼을 안 내고 오히려 괜찮다고 말씀해주신다”며 “잘 못 쳤을 때는 ‘들뜨지 마라’, ‘정신 차려라’라고 하신다. 지난해 에비앙 챔피언십 마지막 날에 못 쳐서 4등으로 마무리했을 때 아버지가 ‘수고했어’라고 말해주셨는데 그 순간 눈물이 펑펑 났다. 18홀 동안 너무 힘들었는데 내 기분을 알아준 것 같아서 많이 울었다”고 털어놓았다.

이 씨 부녀는 모두 6번 아이언으로 홀인원을 작성한 공통점이 있다. 지금 미국에서 타고 다니는 아버지의 승용차도 이미향의 홀인원 부상이다. 이미향은 2015년 노스텍사스 슛아웃 1라운드 17번 홀에서 홀인원으로 받은 기아자동차 K900을 어버이날 선물로 아버지에게 건넸다. 

▶ 양찬국과 카메론 메코믹 코치 그리고 롤모델 유소연

아버지 이 씨의 친구이기도 한 양찬국 스카이72 골프장의 헤드 프로가 이미향의 첫 스승이다. 이미향에게 양찬국 프로는 또 다른 아버지 같은 존재다. 이미향은 양찬국 프로를 ‘사부’로 표현했다. 그는 “내 골프의 50%는 사부님께 배운 것이다. 기본기나 스윙의 틀을 사부님께 지도를 받았다. 골프의 반은 양 프로님으로부터 나왔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정신적인 부분에서도 많은 도움을 받았다. 이미향은 “주니어 때부터 조급해하지 말라고 말씀해주셨다. 박성현, 김세영이 또래인데 국가대표도 하고 프로 전향을 일찍 해서 정말 부러웠다. 그럴 때마다 가야 할 길을 잘 잡아주셨다. 덕분에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었던 것 같다”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사실 사부는 제자의 성공을 높게 점치지 않았다. 양찬국 프로는 “이렇게까지 성공할 줄 몰랐다. 당시에는 체격이 크지 않아서 경쟁이 쉽지 않을 거라고 판단했다”며 “하지만 초등학교 때부터 혼자서 연습장을 다녔고, 꿈쩍하지 않고 훈련을 하는 등 근성은 남달랐다”고 평가했다. 양찬국 프로는 이제는 제자가 자신보다 훌쩍 컸다며 기특해하기도 했다.

지금 이미향의 스윙코치는 세계 골프계에서 가장 핫한 카메론 메코믹이다. 그는 조던 스피스와 유소연을 세계 랭킹 1위 자리까지 끌어올린 인물이다. 이미향은 올해 초부터 메코믹의 지도를 받고 있다. 이미향은 “가장 큰 변화는 어프로치의 다양성이다. 예전에 두세 가지 옵션이 있었다면 지금은 다섯 개까지 선택할 수 있을 정도로 폭이 넓어졌다. 그렇다보니 어떤 샷이 가장 성공할 수 있는지에 대한 판단력도 높아졌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스윙의 안정감과 샷 메이킹 능력도 예전보다 향상됐다는 평가다.

이미향은 올 시즌 스윙 교정으로 초반에 부진하다 하반기부터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LPGA투어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에비앙 챔피언십에서도 4언더파 공동 9위로 한국 선수 중 두 번째로 좋은 성적을 냈다. 그는 “초반에는 업 앤 다운이 심했다. 그런 적응기들이 집중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 것 같다. 홈 코스에서 열리는 KEB하나은행 챔피언십뿐 아니라 아시안 스윙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 우승보다는 ‘매해 성장’으로 잡은 개인적인 목표를 달성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미향은 LPGA투어 2승을 수확했지만 아직 미국 본토에서 우승컵이 없다. 미국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는 이미향이 반드시 통과해야 할 관문으로 볼 수 있다. 그는 “본토 대회 우승을 특별히 신경 쓰진 않는다. 다만 ANA 인스퍼레이션이나 US 여자오픈 같은 권위 있는 대회에서 우승한다면 정말 멋진 일이 될 것 같다”고 의욕을 보였다. 

롤모델은 세계 랭킹 1위 유소연. 그는 “개인적으로 소연 언니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매년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소연 언니를 보면서 자기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느낀다”라고 고백했다. 그러곤 “매년 기량이 꾸준히 향상돼 은퇴할 때쯤에는 정점에 오르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승부사 이미향다운 최종 목표였다. 

◇ 이미향 profile

생년월일 : 1993년 3월 3일 

신장 : 162cm

학력 : 함평골프고-한국체대 재학 중

소속 : KB금융그룹 

취미 : 프로야구 관전

프로 전향 : 2011년

LPGA투어 데뷔 : 2012년

주요 경력 : 시메트라 클래식 우승, 시메트라 투어 올해의 신인(이상 2012년), LET 뉴질랜드 여자오픈, LPGA투어 미즈노 클래식 우승(이상 2014년), LPGA투어 스코티시 여자오픈 우승(2017년)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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