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MK포커스] 역시 두산, '미라클 두산'이 되어가는 길

이상철 입력 2017.09.27. 06:04 수정 2017.10.03. 0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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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그래도 KIA가 결국 1위를 하지 않겠는가.” 8월 말, 두산의 거센 추격에도 현장 반응은 대다수 KIA에 힘을 실어줬다.

두산은 8월의 마지막 날과 9월의 첫 날 KIA에 연거푸 졌다. 그리고 4연패를 했다. 0.5경기로 좁힐 수 있던 승차는 5.5경기가 됐다. 예상대로 흘러가는가 싶었다. 하지만 3주 만에 깨졌다.

두산은 지난 24일 KIA와 공동 선두에 올랐다. 지난 3월 31일 개막전 이후 177일 만이다. KIA가 26일 LG에 덜미를 잡혔다면 두산은 시즌 처음으로 단독 선두에 오를 수 있었다. 26일 현재 승차는 0.5경기다. 6연승 중인 두산은 27일 다시 공동 선두를 노리고 있다.

KBO리그 출범 이래, 역대급 기적의 역전 우승 가능성이 펼쳐질지 모른다. 야구만화에서나 이뤄질 것 같던 일이 현실에서 이뤄질까. 그 가능성은 시즌 막바지에 이를수록 커지고 있다. KIA는 자력 우승 기회가 있지만 식은땀을 흘리고 있다. 여유도 잃었다. 두산은 자신감이 넘친다. 잔여 3경기를 다 이긴 뒤 하늘의 선택을 기다리겠다는 각오다.

김태형 두산 감독의 V 포즈. 10월 3일에도 이 포즈를 볼 수 있을까. 사진=김재현 기자
◆연패 줄고 연승 늘다

전반기에서 압도적인 페이스를 자랑하던 KIA는 후반기 들어 5할 승률(26승 1무 27패)에 1승이 모자라다. 전반기 2위 NC도 후반기(28승 1무 27패) 성적이 신통치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KIA가 최악의 뒷걸음질을 하고 있지는 않다.

KIA의 후진보다 두산의 전진이 놀라울 따름이다. 두산은 후반기에서 40승(2무 16패)을 기록했다. KIA보다 14번을 더 이겼다. 후반기 승률은 7할대(0.714)다.

두산은 지난해 역대 정규시즌 최다 승(91→93) 기록을 갈아치웠다. 완벽에 가까웠던 팀은 후반기에서 38승 23패를 기록했다. 두산은 현재 지난해보다 더 대단한 뒷심을 발휘하고 있다.

두산은 약팀이 아니다.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정상에 오른 두산은 올해도 강력한 우승후보였다. 그러나 시즌 초반 행보가 주춤하면서 위기설이 돌기도 했다. ‘두산 왕조’에 대해 부정적인 목소리도 있었다.

두산이 저평가를 받은 것은 아니다. 두산의 가을야구를 의심하는 이는 없었다. 제자리를 찾아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전반기를 5위로 마감한 두산이 후반기 들어 4위, 3위, 그리고 2위까지 올라가도 놀랍지 않았다. 하지만 KIA의 선두 자리를 위협할 것이라고 예상한 이가 2달 전만 해도 있었을까.

두산과 KIA의 시즌 10승별 달성 기록. 두산의 매서운 추격을 파악할 수 있다.
시즌 10승별 달성 기록만 살펴도 두산의 뒷심을 엿볼 수 있다. KIA는 10승부터 80승까지 선착했다. 두산은 KIA보다 번번이 늦었다. 22경기 만에 10승을 기록했다. 30승에서 10승을 추가하는데 무려 1달(23경기)이 걸리기도 했다. 그러나 점차 줄었다. 70승과 80승은 각각 3일과 4일 차이 밖에 나지 않았다.

두산은 올해 연패가 낯설지 않았다. 개막 8경기 만에 4연패를 하더니 전반기 3연패 이상만 4번이었다. 4월(11승 1무 13패)과 6월(11승 14패)에는 5할 승률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후반기 들어서는 4연패만 1번이었다. 후반기 기준으로 7월 1위(9승 1무 2패)-8월 1위(19승 1무 7패)-9월 2위(12승 7패)로 압도적인 페이스다.

후반기 20경기 만에 7연승과 8연승을 한 차례씩 달렸다. 후반기 3연승 이상만 6번이다. 잔여 4경기를 다 이길 경우, 팀 시즌 최다 10연승을 기록하게 된다.

두산의 뒷심에는 김강률의 활약이 크다. 김강률의 후반기 평균자책점은 1.31로 매우 짜다. 사진=김영구 기자
◆고민이 사라지다

‘두산이 이상하다’는 말이 자주 거론됐던 시점은 지난 5월 7일 LG와 잠실 3연전을 싹쓸이 패배를 한 뒤였다. 두산은 14승 1무 17패로 10개 팀 중 7위였다. 공동 8위 한화-kt와는 0.5경기차였다.

불펜은 두산의 최대 불안요소로 꼽혔다. ‘판타스틱4’로 대변되는 선발진과 빈틈이 없는 타선과 비교해 경쟁력이 떨어졌다. 5월 7일 잠실 LG전까지 32경기에서 두산 불펜 평균자책점은 4.76이었다. 김승회(4.34), 이용찬(4.85), 김성배(5.51), 홍상삼(5.91), 김강률(6.08) 등은 평균자책점이 매우 높았다.

5홀드(8위) 5세이브(8위)로 다른 팀과 견줘 뒤처졌다. 당시 LG 불펜은 평균자책점 2.26 25홀드 11세이브로 두산과 대조를 이뤘다. 탈 많은 KIA 불펜도 평균자책점이 7.04로 가장 높았으나 17홀드 11세이브를 올렸다.

그러나 두산 불펜은 이후 달라졌다. 5월 8일 이후 평균자책점 4.14로 10개 팀 중 1위다. 블론세이브는 4개로 가장 적었으며, 구원패도 9번 밖에 없었다.

특히 후반기 들어서는 불펜 평균자책점이 3.50으로 더 낮아졌다. 김강률(1.31)과 김명신(2.63)이 중심을 잡아주며 5선발에서 불펜으로 이동한 함덕주도 안정감을 더했다. 두산이 7회까지 리드한 후반기 28경기에서 역전패를 경험한 적은 1번도 없다.

두산이 초반 흔들렸던 이유는 장점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10개 팀 중 가장 많은 8명(장원준·이현승·양의지·오재원·김재호·허경민·민병헌·박건우)이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한 여파도 컸다.

두산은 후반기 팀 타율 1위다. 오재원(사진)까지 타격감을 회복하다면, 그 화력은 더욱 세질 것이다. 사진=김영구 기자
또한, 판타스틱4의 힘이 1년 전과 달랐다. 몸에 이상이 있던 보우덴은 첫 등판부터 걸렀고, 7월에서야 정상적으로 선발진에 가세했다. 니퍼트의 페이스도 최우수선수를 수상한 지난해와 달랐으며, 유희관도 기복이 있었다.

하지만 후반기 들어 선발진은 22승을 합작했다. 니퍼트, 장원준, 유희관, 함덕주는 5승 이상씩을 거뒀다. 두산은 선발진 평균자책점이 4.22로 넥센(3.99)에 이어 2위다. 특히 선발 로테이션이 별 탈 없었다. 함덕주의 발톱 부상으로 고원준이 지난 16일 대구 삼선전에 선발 등판한 게 유일한 변화였다.

타선도 뜨거워졌다. 지난 5월 7일까지 두산의 타율은 0.272로 6위였다. 경기당 평균 5.2득점으로 딱히 두드러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 이후 타율 0.301 경기당 평균 6.2득점으로 상향됐다. 특히 후반기 득점권 타율은 유일한 3할대(0.325)를 과시한다. 후반기 홈런은 76개로 SK(78개)와 버금간다.

화수분 야구는 유효했다. 6월 이후 양의지, 민병헌, 김재호 등의 부상 이탈에도 박세혁, 정진호, 류지혁, 서예일 등이 빈자리를 메웠다.

[rok1954@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