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호의 할말하자]히딩크 입장표명 후 12일 그동안 뭐했나, '지금 당장 만나'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입력 2017. 9. 26. 15:55 수정 2017. 9. 26.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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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우리 지금 만나, 당장 만나.'

작곡, 작사, 피처링까지 참여한 장기하식 감성이 듬뿍 담긴 힙합그룹 리쌍의 ‘우리 지금 만나’(2009년)의 가사는 여자친구에게 잘못한 남자친구의 구구절절한 변명, 그리고 만나지 않고 연락으로만 의사를 표하는 상대에게 ‘만남’을 강조하는 해학이 일품이다.

그렇다. 문제가 있으면 만나야한다. 만나서 얘기를 해보면 서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혹은 어떤 오해가 쌓였는지 허심탄회하게 대화할 수 있다.

스포츠코리아 제공

한국 축구는 9회연속 월드컵 진출이라는 업적을 이뤄냈음에도 곧바로 나온 거스 히딩크 논란에 찬성파와 반대파로 나뉘어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

히딩크 감독이 한국 대표팀 감독직에 관심이 있다는 최초 보도가 나온 지난 7일 이후 국내 여론은 요동쳤고 히딩크 감독은 14일 네덜란드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 축구를 위해서, 한국 국민이 원하고 (나를) 필요로 한다면 어떤 형태로든, 어떤 일이든 기여할 용의가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감독직에 대해서 여운은 남겼고 기술자문역도 언급했다.

언론보도만 갖고 대응이 힘들었다면 히딩크 감독이 기자회견을 연 14일 이후 무려 12일이 지난 26일에서야 대한축구협회는 기술위원회를 통해 이 안건에 대해 의논했다.

그동안 한국 축구의 여론은 분열되고 시끄러웠지만 이제야 기술위원회를 통해 ‘신태용이 감독인데에는 변함이 없다. 하지만 히딩크 조언의 필요성은 공감, 정확한 직책은 이후 합의’라는 어정쩡한 결론만 냈다.

김 위원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10월 A매치가 열리는 러시아에서 만나서 히딩크 감독과 얘기하겠다”며 히딩크 감독의 역할에 대해 또 열흘 뒤로 미뤘다.

대체 첫 보도가 나온 9일 이후 17일, 히딩크 감독이 기자회견을 연 후 12일동안 김호곤 기술위원장 및 대한축구협회는 대체 무엇을 했단 말인가. 그저 앉아서 히딩크 감독의 기자회견 내용에 대해 ‘관심에 감사한다, 어떤 역할을 드리면 될까’라고 메일만 보내면 되는걸까.

히딩크 감독이 구체적 역할에 대해 언급을 하지 않은 답장을 보냈을 때 ‘에이 그냥 10월 A매치 때 러시아에서 만나면 되지’라고 안일하게 생각했단 말인가.

그동안 국내 여론이 요동치는 것과 신태용 감독이 흔들리는 것은 신경쓰지도 않는다는 태도 밖에 되지 않는다. 정말로 히딩크 감독에게 도움을 원한다면 히딩크 감독이 기자회견을 가졌던 다음날 곧바로 실무자라도 네덜란드로 날아갔어야 했다. 그리고 실무자를 통해 히딩크 감독이 정말 무엇을 원하는지, 어디까지 도와줄 수 있는지 알았어야 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인천공항에 가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공항으로 가는 비행기가 매일 4회 이상 운행 중이다. 약 11시간이면 도착한다. 정말 의지가 있었다면 히딩크 감독의 기자회견 후 26일까지 12일 동안 만나서 대화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했다.

우리가 찾아가야한다. 히딩크 감독은 나름 기자회견까지 열어 성의를 보였다. 대한축구협회는 기자회견 후 고작 취재기자단에 문자를 통한 공식입장 표명과 히딩크 측에 메일을 보낸 것이 전부다. 그쪽이 성의를 보였으면 이쪽이 성의를 보여야한다.

물론 대한축구협회 입장에서는 ‘기술위원회를 통해 충분한 합의가 필요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렇다면 기술위원회를 빨리 열었어야 했다. 그렇게 중요하고 국내 여론이 요동치는 사안이라면 기술위원회를 비상소집해 의견을 합의하고 빨리 움직였어야 했다. 무려 12일 동안 요동치는 여론은 뒤로 하고 이제야 ‘필요성은 공감한다’는 말을 하는 것은 늦어도 참 늦었다.

이렇게 늦은 대응이야말로 대한축구협회가 얼마나 히딩크 측의 제안을 가벼이 여기는지 보여주는 바로미터다.

김호곤 기술위원장은 26일 기자회견에서 “신태용 감독이 안쓰럽다. 최대한 힘을 실어 달라. 언론과 팬들 모두 신태용 감독에게 힘을 주셨으면 한다”고 했다.

만약 대한축구협회가 히딩크 감독의 기자회견 이후, 혹은 히딩크 관심설의 최초 보도 이후 재빨리 움직여 히딩크 측과 역할에 대해 미리 합의했다면 여론에 더 빨리 잠재워지고 신태용 감독도 힘을 얻었을 것이다. 신태용 감독의 힘을 빠지게 한 것은 여론이 아닌 대한축구협회의 늦장 대응이다.

김호곤 기술위원장은 기자회견 중 “러시아에서 만나면 된다고 생각한다. 만나서 협의하겠다”는 말을 최소 5번은 했다. 계속 “만나서 얘기하고 알려드리겠다”고 했다.

만나서 얘기하는 것의 중요성을 알았다면 대체 전국민적 관심이 높은 사안인데 왜 이제야 만나겠다고 하는가. 정말 의지가 있다면 기자회견을 끝내고 인천공항에 가도 12시간 후면 히딩크 감독을 만날 수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만나려면 지금 당장 만나서 얘기해야한다. 그동안 신태용 감독은 지속적으로 히딩크의 그림자와 싸워야하고, 여론은 히딩크 선임론에 대해 얘기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시간은 많았고 지금도 러시아전이 열리는 10월 7일까지도 열흘이 남았다.

다시 한번 ‘우리 지금 만나’의 가사가 머릿 속을 맴돈다.

‘일단 지지고 볶고 싸우던 풀던 우선 만나…(중략) 우리 지금 만나 (만나), 아 당장만나 (당장만나), 말문이 막혔을땐 니가 웃는지 우는지 나는 도저히 모르겠으니까, 그냥 당장 만나(만나 만나 당장만나)’

-이재호의 할말하자 : 할 말은 하고 살고 싶은 기자의 본격 속풀이 칼럼. 냉정하게, 때로는 너무나 뜨거워서 여론과 반대돼도 할 말은 하겠다는 칼럼입니다.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jay12@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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