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윤경의 포토카툰] 시작은 '레전드데이' 마무리는 '레프리데이'

조회수 2017. 9. 26. 13:17 수정
음성재생 설정

이동통신망에서 음성 재생시
별도의 데이터 요금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24일 K리그 클래식 31라운드를 앞둔 전주월드컵경기장은 경기 전부터 들떠있었다. 전북의 레전드 세 사람 최진철, 김형범, 조재진의 방문 소식에 많은 팬들이 일찌감치 경기장을 찾은 것이다. 경기시작 1시간 30분을 앞두고 시작된 사인회는 긴장과 설렘이 가득했다.


#레전드 삼인방의 방문, 시작부터 뜨거웠던 전주성 

줄이 끝없이 늘어선 가운데 최진철, 김형범 조재진의 사인회가 시작됐다.  

"아이구~ 많이 본 얼굴인데?" "아저씨 이름알아?" 

전북에 12년간 몸담은 레전드 최진철은 넉살좋게 팬들과 대화를 주고 받으며 고향에 온듯 편안한 모습을 보였고, 김형범과 조재진은 팬들과 만남이 어색한지 웃음도 잊은 채 한 글자 한 글자 사인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형범의 전북시절 등번호 22번이 적힌 유니폼을 준비한 팬은 번호 위에 김형범의 사인을 받기도 했다. 
팬들과 자유롭게 대화를 주고 받던 최진철  
반면 다소 긴장한듯 묵묵히 사인에만 집중하던 조재진 

다시 보고 싶은 전북 선수로 가장 많은 이름을 올린 세 사람은 각자 다른 사연을 갖고 전주성을 찾았다. 먼저 가장 긴 시간 전북과 함께 한 최진철은 요즘은 찾아보기 힘든 원 클럽맨이다. 1996년 프로 데뷔부터 2007년 선수생활 은퇴까지 오로지 전북에서만 뛰었던 그는 전북 역사의 산 증인이다. 2004년 전북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의 문턱에서 좌절했을 때도, 2006년 전북의 첫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그리그 우승도 함께 했다. 

2006년 전북의 첫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그리그 우승에 기여한 김형범과 최진철 [사진=전북현대]  

오랜만에 고향을 찾은 최진철은 작년 포항 감독으로 전주를 찾았을 때는 표현할 수 없었던 반가운 감정을 마음껏 표출했다. 

선수입장을 지켜보며 이동국에게 반갑게 악수를 건네는 최진철 
작년까지 포항 사령탑을 맡았던 최진철은 최강희 감독을 만나자 민망하다며 너털웃음을 보였다.   
하프타임 레전드 세 사람이 팬들에게 사인볼을 전달하고 있다.   

최진철이 전북을 떠나던 해 조재진이 입단했다. 전북에 12년간 몸 담은 최진철과 나란히 레전드로 초대받기에 1년이라는 숫자는 턱 없이 부족하다. 하지만 짧은 시간 그가 남긴 임팩트는 그만큼 컸다. 특히 수원전에서 보인 '주먹 세리머니'가 압권이었다. 

2008년5월9일, 친정팀 수원과 골을 넣은 뒤 수원 서포터석을 향해 세리머니를 펼치는 조재진  

2008년 5월 친정팀 수원과의 맞대결에서 경기 내내 수원팬들의 야유를 받은 조재진은 후반 26분 동점골을 터트린 후 앙갚음을 하듯 수원 서포터석을 향해 주먹을 불끈쥐고 세리머니를 펼쳤고, 이 장면은 지금까지도 양 팀의 라이벌 구도에 영향을 주고 있다.    

당시 스물일곱이었던 젊은 청년이 서른여섯 두 아이의 아빠가 되어 아이들과 함께 전주성을 찾았다.   

두 아이와 함께 전주성을 찾은 조재진이 자녀와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변함없이 훈훈한 외모를 자랑하던 조재진  
하프타임 그라운드에 내려온 조재진이 팬들에게 사인볼을 선물하고 있다. 

모델같은 포스를 풍기며 등장한 조재진은 팬들에게 "짧은 시간 함께 했지만 자신을 찾아준 것에 대해 깊은 감사"를 표했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선수는 전북 팬들 앞에 유난히 눈물을 자주 보였던 사연 많은 레전드 김형범이다. 

2009년 11월 1일, 전북의 정규리그 1위가 확정된 날 

2009년 정규리그 1위가 확정되던 날 최강희 감독은 셔츠안에 숨겨놓은 김형범 유니폼을 깜짝 공개했다. 부상으로 1년 가까이 그라운드에서 떠나 재활중인 김형범을 위한 선물이었다. 팬도, 선수도 코끝이 찡해지는 순간이었다.

당시 최강희 감독은 "그라운드에서 오늘 너도 같이 뛴거다. 그라운드에 네 유니폼을 내가 입고 있었으니 너도 오늘 이 자리에 함께 한거다"라는 말을 전했다.  부상 이후 김형범의 출전은 확연히 줄었고, 2011년을 마지막으로 전북을 떠났다. 그리고 5년 만에 전북 유니폼을 입고 다시 전주성을 찾았다.

오랜만에 스승을 찾은 제자는 쑥쓰러워 했고, 스승은 누구보다 반갑게 제자를 맞아주었다. 최강희 감독 뿐 아니라 많은 이들이 특히 김형범을 반가워 했는데, 부상에 대한 아쉬움이 여전히 마음 한 켠에 남아있는 이유일 것이다. 

김형범 피켓에 편지를 적어 사인회를 찾은 여성팬  
사인을 받기위해 김형범의 지난 유니폼을 가져온 팬도 볼 수 있었다. 
하프타임 그라운드레 내려온 김형범은 순간순간 올라오는 감정을 추스리며 팬들에게 인사를 전했다.  

'레전드 데이'의 하이라이트는 하프타임 펼쳐진 김형범의 프리킥 이벤트였다. 벽을 세우고 골키퍼까지 세워 실제 상황을 재연했는데, 김형범은 3번 중 2번을 성공시키며 여전한 실력을 과시했다. 

영생고 선수 머리 위로 가볍게 볼을 넘기는 김형범 
세 번째 골을 성공시킨 김형범이 서포터석으로 달려와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자신의 이름 세 글자를 보이며 응원을 유도하는 김형범   

실력도, 팬 서비스도 현역 선수와 견주어 부족함이 없는 김형범이었다. 

마지막으로 서포터석 앞에 기념사진을 남긴 세 사람  


선선한 날씨에 반가운 얼굴들까지. 결과까지 좋으면 더할 나위 없었던 전북이었다. 그러나 하프타임까지 훈훈했던 분위기는 후반전 180도 다른 양상으로 흘렀다.  




#도입 이후 최악의 장면 낳은 VAR

후반전 대구는 두 골을 몰아넣으며 전주성의 들뜬 분위기를 가라앉혔다. 그러나 경기는 1-1 무승부로 끝났다.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후반 13분 주니오의 골 장면>


두 골 모두 VAR(비디오 영상판독)로 골이 취소되면서 결과가 바뀐 것인데, 후반 13분 대구 주니오의 골은 '골을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한 반칙'으로 주니오가 슈팅 전 신형민의 몸을 밀치는 장면이 반칙으로 판명돼 득점이 무효됐다. 납득이 가는 상황이다.

문제되는 것은 두 번째로 취소된 에반드로의 골이다. 에반드로가 골을 성공시킨 뒤 얼마지나지 않아 심판진은 분주해졌고, 곧이어 VAR 확인에 들어갔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선수출입구 근처에 설치된 영상판독 화면을 지켜보는 박필준 주심 
영상을 확인한 박필준 주심이 득점 취소를 선언하고 있다.  


결과는 또다시 득점 취소였다. 이번에는 조현우 골키퍼의 발끝에서 시작된 볼이 문제였다. 공을 정지한 후 차야하는 골킥을 굴려서 찼다는 것이다. 반칙은 맞지만 과연 그것으로 인해 득점을 취소하는 것이 옳은 판단이었는지는 의문이다.

<후반 38분, 다시 한 번 번복되는 경기결과>


조현우 골키퍼가 골킥을 하는 순간 딴청을 피지 않았다면, 심판진 모두가 그 장면을 지켜봤을 것이다. 골을 취소할 정도의 중요한 반칙이라면, 눈앞에 벌어진 그때 정정했어야 적절했다.

골킥을 하는 정적인 상황의 반칙을 그라운드에 있는 4명의 심판이 아닌 VAR로 잡았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엄연히 따져 반칙이 맞지만, 심판 역시 넉살 좋게 선수의 실수를 지적할 입장은 아니라는 것이다.  

대구의 항의가 이어지자 또 한 번 웃는 얼굴로 상황을 마무리 짓는 박필준 주심 

경기가 종료되자 대구 선수들은 일제히 심판진에게 다가가 항의했고, 전북 선수들은 뜻밖의 행운(?)에 민망한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빠져나갔다. 1-1로 비겼지만 한쪽은 억울했고, 한쪽은 창피했다.  

종료 휘슬이 울린 뒤 심판진에게 억울함을 호소하는 대구 선수들 
침통한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빠져나가는 전북 선수들  

VAR 도입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던 판정 논란이 오히려 더 증폭되고 있다. 어찌된 것인지 VAR의 도움으로 심판의 눈은 더 흐려진 느낌이다. 이런 정도 상황마저 기계의 힘을 빌리니 심판의 권위가 설리 만무하다.

현장을 자주 찾는 한 축구인은 "VAR은 팬들과 선수들의 답답함을 해소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다. 심판들이 기대라고 만든 것이 아니다"라는 뼈 있는 일침을 놓았다. 심판들 넋 놓고 있다가 틀리면 멋쩍게 웃으며 수정하라고 그 비싼 돈을 들여 장비를 마련한 게 아니다 .


글 사진=구윤경 기자 (스포츠공감/kooyoonkyung@daum.net)

공으로 나누는 감동 - 스포츠공감(http://www.sportsgg.co.kr)

Copyright ⓒ 스포츠공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