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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열의 하프타임] 이청용, 이기적이고 나쁜 선수가 돼라

김상열 입력 2017.09.26. 07:37 수정 2017.09.26.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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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이고 욕심내는 나쁜선수가 돼라"
냉담해진 팬들의 반응
이번 시즌 그의 상황
실수해도 자신있게 욕심내는 선수
“배려하는 착한 모습은 버리고
욕심내는 나쁜 모습을 보여라”

스타디움에 있는 대형화면에 한 선수가 소개됩니다.  ‘No. 14 CHUNG YONG-LEE’ 라는 이름과 그의 얼굴이 나옵니다. 지난 19일 저녁(영국현지시간) 셀허스트파크에서 열렸던 크리스탈팰리스와 허더스필드의 카라바오컵 32강 경기 시작 전 선수소개 장면입니다. 여느 때와는 달리 이 장면이 나오는 순간, 기쁨보다는 먹먹함이 생겼습니다.

왜냐구요? 그 이전까지 홈팀 선수들이 호명될 때 들리던 함성이 이 순간만큼은 들리지 않고 스타디움 안이 고요했으니까요. 바로 앞에 마마두 사코가 호명될 때에는 함성이 최고조까지 올라갔지만 다음에 이청용 선수가 호명될 때에는 그를 연호하는 팬들의 함성을 들을수가 없었으니까요. ‘이건 뭐지? 번리전의 여파때문인가? 너무 팬들의 반응이 없네’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SNS에도 이청용 선수에 대한 팬들의 반응도 예전처럼 좋지만은 않습니다. 경기 전에 명단이 발표되자 팬들은 “눈 좀 떠라 리, 해결해” , “리는 18인에 왜 들어 있는거야?” 등 이청용 선수에 대한 반응들을 보였습니다. 모든 팬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번리전 이후에 냉담한 팬들도 꽤 생겨난 듯 합니다. 

팬들이 19일 허더스필드와의 경기전에 올린 SNS내용 캡쳐

위기 후에 기회라던가요? 번리전 이후에 다시 찾아온 선발 출전의 기회였습니다. 컵대회이기 때문에 베스트11이 출전하지 않는다고 할 지라도 그에게는 확실히 무엇인가를 보여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습니다. 공격수로 나왔고, 공수가담에 적극적이며 많은 활동량을 보였습니다. 90분 동안 열심히 뛰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런데 제 눈에는 딱 거기까지였습니다. 특별한 임팩트를 주는 장면이 보이지도 않았고, 슈팅도 없었습니다. 팬들의 침묵을 바꿀만한 어떤 임팩트있는 퍼포먼스를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간절한 마음으로 응원하며 기다렸지만 제 기대처럼 되지는 않았습니다.

타운젠드와 약속된 플레이 과정에서 공을 빼앗기는 이청용 선수 모습 (영상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컵경기였지만 그래도 풀타임을 소화했습니다. 다시금 기회가 찾아올 것이라는 기대도 가져볼 만 했습니다. 그런데 지난 주말 맨체스터 원정 경기에서 또 다시 명단제외가 되었습니다. 하루아침에 그의 상황이 바뀌지는 않았습니다. 예전 감독이나 지금 감독이나 이청용 선수를 제대로 중용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 보입니다. 왜 그럴까요? 그렇게 성실하고 열심히 뛰는 선수를 왜 중용하지 않을까요? 팀 전술때문일까요? 아니면 차별을 하는 것일까요? 도대체 왜?

19일 허더스필드와의 카라바오컵 경기 후에 소감을 말하던 이청용 선수

인터뷰에서 번리전의 실수로 감독에 대한 미안함과 팀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마음… 하지만 이제 미안해하는 마음보다는 해내겠다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팬들의 사랑도 많이 식었습니다. 악플도 달립니다. 하지만 그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어야 합니다 바로 경기장에서 멋진 모습으로...지금은 데부어 감독과 팬들에 대한 미안함이 아닌 자신이 살아남겠다는 욕심이 반전의 카드라고 생각됩니다. 언젠가 다시 기회가 올 것입니다. 


이번 시즌 그의 상황

그의 이번 시즌 성적을 보면 6번의 리그경기 가운데 3번의 명단제외 한 번의 결장 그리고 두 번 출전, 그 중에서 26일 스완지와의 홈경기에 45분 교체출전, 번리와의 경기에서 단 한번의 선발출전과 65분, 즉 리그에서 110분을 뛰었습니다. 그리고 두 번의 컵경기 중 64강 입스위치전에서는 75분교체 출전 15분을 뛰었고, 허더스필드전에서 처음으로 90분 풀타임을 소화하며 컵경기 총 105분이 그가 이번 시즌 그라운드를 밟은 시간입니다. 그는 두 번의 컵경기 동안 단 한번의 슈팅과 크로스도 기록하지 못했습니다. 출전시간이 짧아서 그런이유도 있겠지만 공격수가 215분을 뛰면서 단 한차례의 슈팅을 기록했다는 것은 무엇인가 문제가 있지 않을까 싶네요. 실례로 동료인 타운젠드는 이청용 선수가 선발출전한 리그와 컵경기에서 드리블 14번시도, 슈팅 4번 그리고 크로스를 8번이나 기록했습니다. 왜 이런 차이가 만들어질까요? 타운젠드는 경기 중 실수를 안할까요? 아니죠. 실제로 경기장에서 보면, 타운젠드는 실수가 잦은 선수 중 한 명입니다. 하지만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자신있게 드리블도 하고 슈팅도 합니다. 자신감과 욕심에서 오는 차이라는 생각입니다.

8월 26일 스완지와의 경기 후에 어린 팬들과 사진찍어주는 매너있는 착한선수 이청용


실수해도 자신있게 욕심내라

다른 선수들과 비교를 하지 않더라도 이청용 선수는 조심스러운 축구를 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경기를 지켜보다 보면 때로는 패스미스도 하고 드리블을 하다가 공을 빼앗기기도 합니다. 그래서 대부분 공을 소유하는 시간보다는 패스를 빨리 하는 편입니다. 그리고 자신이 돌파나 슈팅을 하기보다는 옆에 있는 동료에게 공을 주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이청용 선수에게는 안정적이고 이타적인 경기보다는 도전적이고 이기적인 경기가 필요할 때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까지 착한 선수의 모습을 보였으니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이제는 충분히 욕심많은 나쁜 선수의 모습도 보여주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착하고 좋은 선수의 모습은 그라운드 밖에서만 보여주고 그라운드 안에서는 꼭 기회를 잡기 위해 욕심내는 퍼포먼스를 보여주었으면 합니다. 


더 이상은 경기 후에
우박이 내리는 상황속에서
그가 쿨다운을 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는 않습니다.


이청용 선수는 다음 주에 대표팀에 합류합니다. 많은 팬들은 두 번의 평가전에서 과감한 드리블과 자신있는 슈팅을 날리는 모습을 보고 싶어합니다. 그리고 그 자신감을 가지고 다시 한 번 프리미어리그에서 멋진 도전을 이루어내는 모습을 기대합니다.

너무 착한 사람 이청용. 그는 팬들에게도 스탭들에게도 그리고 취재진들에게도 한결같이 매너를 지켜주는 좋은 선수이자 사람입니다. 하지만 이번 만큼은 배려하는 착한선수 이청용이 아닌 욕심내는 나쁜선수 이청용 선수의 모습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욕심은 팀의 화합이나 전술을 깨트리는 것이 아닌 자신의 개인적인 성과를 만들기 위한 것이 아닌 자신이 할 수 있다고 생각될 때는 과감하게 해 보라는 의미입니다.
*실수하는 동영상은 악의적인 것이 아니라 그런 실수를 하더라도 자신있게 하라는 의미에서 그 영상을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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