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민의 푸스발 리베로] '손흥민-박주영 外' 유럽 해외파 데뷔전 TOP5

김현민 2017. 9. 25.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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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닷컴] 김현민 기자 = 한국이 자랑하는 유망주 이승우가 라치오와의 경기에서 인상적인 데뷔전을 치렀다. 이에 골닷컴은 그 동안 유럽 무대에서 인상적인 데뷔전을 치른 코리안리거들을 소개하도록 하겠다.
그래픽=박성재 디자이너

이승우가 만 19세의 나이에 라치오와의 2017/18 시즌 세리에A 6라운드 경기에 출전해 프로 데뷔전을 치렀다. 이와 함께 이승우는 안정환 이후 15년 만에 세리에A 무대를 밟은 한국 선수로 역사에 이름을 올렸다.

후반 25분경 교체 투입된 이승우는 짧은 출전 시간 동안 드리블 돌파 2회와 슈팅 1회, 그리고 키패스 1회를 기록하며 침체된 팀에 활기를 불어넣어주었다. 그러하기에 대다수의 이탈리아 현지 언론들은 이승우에게 베로나 선수들 중 가장 높은 평점을 부여했다. 유럽 축구 통계 전문 사이트 'Whoscored' 평점에서도 이승우는 베로나 선수들 중 미드필더 브루노 수쿨리니 다음으로 높았다.

국내 선수의 유럽 진출 선구자는 한국 축구의 전설 차범근 前 수원 삼성 감독이다. 군 입대 당시 복무 기간을 타군과 같게 맞춰주겠다는 조건 하에 공군에 입대한 차감독은 1978년 12월, 다름슈타트에 입단해 보훔과의 분데스리가 16라운드 경기(12월 30일)에 선발 출전했다. 감격적인 한국인 선수 첫 유럽 무대 데뷔전에서 차감독은 77분을 소화하는 동안 준수한 활약을 펼치며 3-1 승리에 기여했다. 

하지만 공군의 복무 단축 약속이 무산되면서 차감독은 한 경기 출전에 그친 채 부랴부랴 다시 국내로 복귀해 남은 군 복무 생활을 치러야 했다. 만기 제대 후 1979년 여름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에 입단한 차감독은 UEFA 컵 우승에 기여하며 전설의 시작을 알렸다. 차감독은 1988/89 시즌까지 독일 무대에서 뛰며 분데스리가 외국인 선수 최다 골 기록(98골)을 수립했다(이는 10년 뒤, 스위스 축구 전설 슈테판 샤퓌자에 의해 깨졌다).

이후 박지성을 비롯해 많은 한국 선수들이 유럽 무대에서 활약했다. 세계인의 축구 네트워크 '골닷컴'은 한국 축구 역사상 가장 임팩트 있었던 유럽 무대 데뷔전을 치른 선수 5인을 소개하도록 하겠다.

1. 손흥민(2010년 10월 30일 vs 쾰른)

2010년 여름 프리 시즌 9경기에 출전해 9골을 넣으며 무서운 득점 행진과 함께 슈퍼 탤런트라는 호칭을 얻은 손흥민은 분데스리가 개막전을 앞두고 치른 첼시와의 최종 평가전에서 종족골 부상을 당해 2달간 그라운드를 떠나 있어야 했다. 부상에서 복귀한 손흥민은 2010년 10월 27일,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와의 DFB 포칼 2라운드에서 62분경 교체 투입되어 프로 데뷔전(2-5 패)을 치렀고, 곧바로 3일 뒤 쾰른과의 10라운드 경기에 선발 출전해 고대하던 분데스리가 데뷔전에 나섰다.

역사적인 데뷔전이었다. 2010년 10월 30일, 쾰른와의 분데스리가 10라운드 경기에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한 손흥민은 23분경 고이코 카차르의 롱 패스를 받아 감각적인 오른발 볼 터치로 골키퍼 키를 넘긴 후 왼발 슈팅으로 감격적인 데뷔골을 넣었다. 당시 손흥민의 나이는 만 18세 3개월 22일. 이는 독일 역대 최고의 오른쪽 측면 수비수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전설 만프레드 칼츠를 넘어 함부르크 구단 역대 최연소 분데스리가 골이었다.

2. 박주영(2008년 9월 13일 vs 로리앙)

국내에서 '축구천재'라는 애칭을 들은 박주영은 2008년 여름, 이적시장 데드라인을 통해 등번호 10번을 받고 프랑스 강호 모나코에 입단했다. 2008년 9월 13일, 로리앙과의 프랑스 리그1 5라운드 경기에 데뷔전을 치른 박주영은 25분경 상대 오프사이드 트랩을 깨고 들어가 장 자크 고소의 롱 패스를 허벅지로 원터치 후 골키퍼와 일대일 찬스에서 반박자 빠른 슈팅으로 선제골을 넣었다.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박주영은 70분경 환상적인 스루 패스로 프레데릭 니마니의 골을 어시스트하며 팀의 2골을 모두 만들어내는 괴력을 과시했다(2-0 승). 79분경 박주영이 프레디 아두로 교체되자 스타드 루이-II를 찾은 모나코 홈팬들은 기립 박수를 보내주었다.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데뷔전이었다.

3. 설기현(2001년 8월 8일 vs 할름슈타트)

이는 엄밀히 따지면 설기현의 유럽 무대 데뷔전은 아니다. 이미 설기현은 2000년 여름, 로얄 앤트워프에 입단해 벨기에 주필러 리그 데뷔 시즌 10골을 넣으며 스타덤에 올랐다. 이에 힘입어 설기현은 1년 만에 벨기에 명문 안더레흐트로 이적하기에 이르렀다.

2001년 8월 4일 베스털로와의 벨기에 슈퍼컵에서 후반 교체 투입되어 해트트릭을 달성하며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안더레흐트 데뷔전을 치른 설기현은 곧바로 8일, 할름슈타트와의 챔피언스 리그 3차 예선 1차전 홈 경기에 선발 출전해 한국인 선수로는 처음으로 챔피언스 리그 무대를 밟았다. 

설기현은 0-1로 끌려가던 56분경 마크 헨드릭스의 크로스를 헤딩 슈팅으로 연결해 천금같은 동점골을 넣었다. 이 골과 함께 기세가 오른 안더레흐트는 3-2 역전승을 거두었고, 결국 2차전 할름슈타트 원정에서 1-1 무승부를 기록하며 어렵게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무엇보다도 이 골이 의미가 있는 건 (비록 본선은 아니지만) 한국인 선수 최초의 챔피언스 리그 골이라는 데에 있다. 

4. 서정원(1998년 1월 21일 vs 올림피크 리옹) 

선수 시절 날쌘돌이로 명성을 떨쳤던 전설 서정원은 1992년부터 꾸준하게 유럽 구단들의 러브콜을 받았다. 하지만 군대 문제와 소속팀의 반대에 부딪쳐 연신 유럽 진출이 무산됐고, 1998년 1월에 이르러서야 프랑스 구단 스트라스부르에 입단하며 뒤늦게 유럽 무대를 밟았다.

1998년 1월 21일, 올림피크 리옹과의 프랑스 르 상피오나(현재 명칭은 리그1) 23라운드 경기에 데뷔전을 치른 서정원은 후반 10분경 동료 선수의 크로스를 받아 페널티 박스 안에서 왼발 슈팅으로 가볍게 골을 넣으며 1호골을 기록했다. 이어진 지로댕 보르도와의 경기에서도 서정원은 31분경 상대 오프사이드 트랩을 깨고 들어가 각도가 없는 곳에서 정교한 오른발 슈팅으로 2경기 연속 골을 넣으며 프랑스 무대에 '세오 붐(Seo Boom)'을 일으켰다

5. 홍정호(2013년 10월 5일 vs 샬케)

2013년 여름, 이적시장 데드라인을 통해 아우크스부르크에 입단한 홍정호는 샬케와의 분데스리가 8라운드를 통해 뒤늦게 분데스리가 데뷔전을 치렀다. 원래 아우크스부르크는 아직 의사소통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뿐 아니라 유럽 무대도 처음으로 진출한 홍정호를 부담이 가지 않는 팀을 상대로 천천히 데뷔시킬 계획이었다. 하지만 경기 시작 16분 만에 주전 중앙 수비수 라그나르 클라반(현 리버풀)이 퇴장을 당하면서 급작스럽게 홍정호를 투입할 수 밖에 없었다.

깜짝 데뷔전이었으나 홍정호는 출전 선수들 중 가장 많은 5회의 태클과 10회의 클리어링을 성공시켰고, 가로채기 2회와 슈팅 차단 1회도 기록하면서 높은 공헌도를 보여주었다. 비록 수적 열세로 인해 1-4로 대패했으나 독일 현지 언론들은 홍정호의 활약상을 호평했다. 독일 스포츠 전문지 '키커'는 이 경기에서 골을 넣은 사샤 묄더스에 이어 아우크스부르크 선수들 중 2번째로 높은 평점 3.5점을 부여했다. 또 다른 스포츠 매체 'SPOX'는 홍정호에 대해 "현대 축구에서 중앙 수비수가 갖춰야 할 모든 능력을 갖추고 있다. 그는 스스로 롤모델로 평가했던 바이에른 뮌헨 수비수 단테와 도르트문트 수비수 마츠 훔멜스를 섞어 놓은 듯한 선수이다"고 평했다.

그 외

이영표는 유럽 무대 데뷔전은 아니지만 토트넘으로 이적하고 리버풀과의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이하 EPL) 데뷔전(2005년 9월 10일)에서 루이스 가르시아와 스티브 피넌을 연달아 제끼는 멋진 드리블 돌파를 선보이며 화이트하트 레인 홈팬들의 기립박수를 이끌어냈다.

올 여름, FK 오스트리아 빈에 입단한 이진현은 오스트리아 분데스리가 데뷔전에서 아드미라 바커를 상대로 77분경 이스마엘 타유리의 크로스를 슬라이딩 슈팅으로 연결해 골을 넣으며 스타 탄생을 알렸다.

비록 1부 리그 기록은 아니지만 최경록은 프로 데뷔전이었던 2015년 4월 6일, 포르투나 뒤셀도르프와의 독일 2부 리가 27라운드에서 2골 1도움을 올리는 괴력을 알리며 신데렐라 스토리를 썼다.

# 결론

뛰어난 데뷔전을 기점으로 승승장구하며 스타 플레이어로 성장한 선수도 있고, 데뷔전에 기대치만 높여놓고 사라진 선수도 많이 있다. 게다가 대다수의 선수들이 중간중간 힘든 시기를 겪기도 했다. 심지어 차범근 감독조차 선수 생활 2년 차에 큰 부상을 당해 고전했던 적이 있다.

그럼에도 데뷔전을 훌륭하게 치렀다는 건 앞으로 선수 경력을 이어가는 데 있어 큰 메리트로 작용한다고 볼 수 있다. 이승우 선수가 차범근과 박지성, 손흥민 같은 선배들의 발자취를 따라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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