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예의 MLB현장] 결전의 날 하루 앞둔 류현진을 챙긴 커쇼

조회수 2017. 9. 25. 14:3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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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장생활 참 잘한 류현진! 커쇼가 챙겨주고, 허니컷이 감싸주고. 

LA 다저스 5년 연속 지구 우승. 류현진이 입단한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우승의 순간에 류현진도 늘 함께했습니다. 하지만 시작이었던 2013년과 올해는 많은 게 바뀌었습니다. 커쇼, 푸이그, 곤잘레스, 이디어, 잰슨이 있지만, 대부분 동료가 바뀌었고, 허니컷 투수 코치를 제외하면 모든 코치진이 교체됐습니다. 이 와중에 류현진은 어깨 수술을 받고, 재활에만 몰두. 그 시간이 자그마치 2년여였습니다. 

류현진은 “재활을 할 때보다, 올해는 같이 고생해서 우승했기 때문에 기분이 더 좋다.”며 우승 소감을 전했습니다. 팀 승리는 언제라도 기쁜 일이지만, 본인이 경기에 뛰었을 때와 그렇지 못했을 때는 분명 감회가 다른 거죠. 

LA 다저스는 98승 56패를 기록하며 5년 연속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우승을 확정지었다. 

9회 마운드에 오른 건, 특급 마무리 투수 켄리 잰슨. 선두 타석에 오른 산도발에 우월 홈런을 허용하더니, 그다음 세 타자를 연달아 삼진 아웃으로 잡아냅니다. 아웃 카운트 하나 남은 상황이 되자, 이미 다저스타디움은 축제를 즐길 분위기로 바뀌었습니다. 

다저스타디움을 가득 채운 5만여 관중도 일어나 환호했고, 대기하고 있던 다저스 선수들이 일제히 그라운드로 뛰어나옵니다. 잰슨이 존스를 삼진아웃으로 돌려세우며 우승이 확정된 순간입니다. 저 뒤에 류현진도 보입니다. 다음날 등판이 예고되어 있기 때문에 우승의 기쁨을 적당히 즐기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잠시 들었지만, 쓸데없는 걱정이었습니다. 우승의 기쁨은 지금 이 순간에 제대로 즐겨야 했던 것이죠. 

“언제가 아니라 우승하는 게 중요하다”

다저스가 지는 법을 잊어버렸다고 불리던 8월 말. 9월 초면 지구 우승 확정될 것을 예상했지만, 어느 순간 이기는 법을 잊어버렸습니다. 9월 중순 어느 날 류현진에게 “아쉽지 않으냐. 9월 초에 우승 확정했으면, 조금 더 편하게 시즌을 마무리할 수 있었을 텐데..”라고 물었습니다. 이때 류현진은 “언제든 우승하는 게 중요하다.”며 시기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우승은 우승으로 가치가 있다면서 말이죠.  

이번 시즌 ‘선발 오디션’이라는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두 선수. 다저스는 두 선수를 경쟁하게 했지만, 경쟁 이전에 친한 동료, 한팀원이었습니다. 정말 잘 지낸 둘입니다.  

우승이 확정되기 수십 초 전에도 둘은 이야기를 나누며 우승의 순간을 기다렸습니다. 

다저스 선수들이 그라운드 한가운데 모여 우승을 자축했습니다. 한데 모여 점프하며 때리기. 보통 경기를 끝낸 선수가 희생양(?)이 되는데, 이날은 잰슨이었습니다. 그렇게 방방 뛰며 우승을 자축했던 선수들은 이제 서로를 껴안고 기쁨을 나눕니다.  

그런데 세상에나. 반스가 무리한 시도를 합니다. 류현진보다 반스가 더 걱정되는 상황입니다. 그런데도 반스는 온 힘을 다해 류현진을 들어 올립니다.

들어 올리는 데 성공. 그런데 반스가 참 힘들어 보입니다. 힘들면서도 감격스러운 저 표정은 뭘 의미하는 걸까요. 

어쩌면 지구 우승의 기쁨보다 류현진을 들어 올렸다는 사실이 더 기쁜지도 모르겠습니다. ㅎㅎ  

사실 기자는 반스에 감동을 받은 적이 한 번 있습니다. 류현진이 롱릴리프로 등판한 다음 날, 느닷없이 한 마디 던집니다. “현진이는 내가 챙긴다. 걱정하지 마~”

팀훈련을 하기 위해 더그아웃에서 외야로 뛰어가던 반스가 한국 취재진에 한 말입니다. 인터뷰도 아니었습니다. 반스가 그 상황에서 류현진을 얼마큼 생각하고, 아끼는지를 느낄 수 있는 한 마디였습니다.  

2년의 재활, 그리고 성공적인 복귀. 3점 중반대 평균자책점이 말해주고 있습니다. 그가 성공적인 복귀를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를.

푸이그가 빠질 수 없습니다. 입사 동기인 푸이그. 악동 푸이그이지만, 류현진을 챙기는 것만큼은 탑입니다.  

피더슨과도 기쁨을 나누고,  

로버츠 감독과도 우승의 기쁨을 나눴습니다.

류현진의 어깨를 다독이며 한 마디 건넸던 로버츠. 다음날 등판이 예정됐지만, 이 순간만큼은 즐겨야죠.  

허니컷 투수 코치도 류현진에게 다가옵니다.

언제나 그랬듯, 진심으로 따뜻하게 류현진을 안아 준 허니컷 코치. 그가 류현진을 생각하는 마음은 더 말할 게 없습니다. 표정이 곧 마음입니다. 

이제 장소는 필드가 아닌 클럽하우스로 옮겨졌습니다. 뿌리고, 마시고, 또 뿌리고.. 샴페인과 맥주를 쉼 없이 뿌렸습니다. 스포츠넷 LA와 인터뷰하고 있는 커쇼에게 방해 작전을 펼치는 류현진. 인터뷰 내내 옆에서 샴페인 총알을 발사합니다. 커쇼에게 집중 공략할 수 있는 것도 류현진이기에 가능한 것 같습니다. 

▶ 결전의 날 앞둔 류현진에게 다가간 커쇼, “현진~ 너 내일 던지지?”

류현진을 진짜 챙기는 선수는 바로 클레이튼 커쇼입니다. 푸이그, 잰슨, 곤잘레스 등 대부분 동료와 친하게 지내지만, 야구(투구)에 대한 도움을 받는 동료는 클레이튼 커쇼입니다.  

꽤 자주 봤던 모습입니다. 류현진이 등판을 앞둔 하루 이틀 전, 커쇼가 류현진 캐치볼 파트너를 자처합니다. 미리 정해 놓은 건 아닙니다. 류현진의 등판을 확인한 커쇼가 류현진에게 다가갑니다. 이런 상황에 대해 류현진은 “커숀데~ 영광이지”라며 웃으며 답하기도 했습니다. 

캐치볼 마지막 단계에선 포수 역할을 제대로 해줍니다. 그리고 류현진이 구사하는 변화구를 모두 확인합니다. 커쇼는 류현진의 공 하나하나를 유심히 살핍니다. 그리고 수정할 부분이나 보완할 부분이 있으면 그 자리에서 바로 조언을 해주기도 합니다. 

류현진이 경기 감각을 되찾는 데 애를 먹었던 전반기. 클레이튼 커쇼는 자진해 류현진 챙기기에 나섰습니다. 평소 류현진은 불펜 포수나 트레이너와 캐치볼을 하지만, 커쇼가 직접 나서면 둘이 캐치볼을 하며 투구 감각을 익히는 거죠. 

류현진 포스트시즌 선발 관련해 말도 많고 추측도 많지만, 이제 결정의 시간이 될 샌프란시스코 2차전입니다.  

그 중요한 경기가 있기 하루 전날 커쇼는 류현진에게 다가가 “현진~ 너 내일 던지지?”라고 말하며 캐치볼 파트너를 다시 한번 자처했습니다. 일부러 찾아와 캐치볼 파트너가 되어준 커쇼가 고맙기만 합니다. 생각해서 챙겨주는 동료가 많다는 건 그가 팀 생활을 참 잘했다는 방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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