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안뛰는 한국야구..'100도루 팀' 실종 위기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2017. 9. 19.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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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박해민이 NC전에서 도루하고 있다. NC 유격수는 손시헌. 이석우 기자

‘뛰는 야구’가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

지금 추세라면 올 시즌 KBO리그의 100도루 팀은 삼성이 유일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지난 18일 현재 팀 도루 97개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경기당 0.7개를 올린 페이스다. 잔여 7경기에서 팀도루 100개까지는 무난히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례적이다. 100도루 팀이 이토록 희귀했던 적이 없었다. 1982년 리그 원년 이후 100도루 팀이 나오지 않았던 적은 한번도 없었다.

지난해만 해도 5개팀이 팀 도루 100개를 돌파했다. 불과 2시즌 전인 2015년에도 팀 도루 100개 이상의 팀이 8개에 달했다. 2014년에도 팀도루 100개 이상의 팀이 7개로 적지 않았다. 그런데 올해 들어 팀도루수는 절벽을 만난듯 급강하했다.

18일 현재 팀 도루 2위 팀은 91개의 롯데다. 롯데는 6경기만을 남겨두고 있다. 지금 페이스로는 100도루까지 가는 길이 쉽지 않아 보인다.

도루수가 점차 줄고 있는 것은 ‘타고투저’ 현상에서 비롯됐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다득점 경기가 늘어나며 1점에 대한 가치가 달라졌다. 1~2점 승부에서 위력을 떨치는 ‘발야구’의 효용성이 떨어졌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일종의 과도기엿다면 올 시즌에는 리그 내에 스며든 의식이 제대로 수치화돼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벤치부터 뛰는 것을 굳이 권장하지 않는 분위기다. 위험을 안고 베이스 하나를 더 노리기보다는 타자에게 믿고 맡겨 다득점을 노리는 편이 현명하다는 생각을 기반으로 작전을 펴는 팀이 늘어났다.

특히 넥센의 팀 도루수 감소가 더 눈에 띈다. 넥센은 지난해 팀도루 154개로 1위에 올랐지만, 올해는 시즌 종착역을 앞두고 도루 성공 회수가 68개에 그치고 있다. 도루 시도 자체도 딱 100차례 뿐이었다. 그야말로 100도루는 ‘언감생심’일 수밖에 없었다.

선수들도 체력 소모를 감수하고 애써 도루수를 늘리지 않으려는 흐름이기도 하다. 무릎 부상으로 시즌 도중 하차한 ‘대도’ 이대형(kt)도 부상을 당하기 전에 “언젠가는 도루의 가치가 다시 올라갈 날이 올 것”이라며 최근 야구 추세에 다소 아쉬움을 나타냈다.

지금의 KBO리그는 ‘거포’는 나와도 ‘대도’가 나오기 어려운 환경이 돼가고도 있다. 삼성 박해민은 39개로 도루 1위를 달리며 3년 연속 도루왕 등극을 눈앞에 두고 있지만, 지난 2년에 비하면 도루수가 뚝 떨어졌다. 2014년 60도루, 지난해 52도루를 기록한 박해민은 이제야 40도루 문턱에 도달해있다. 역대 최소 도루 타이틀홀더는 1984년 41개의 해태 김일권이었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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