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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열의 하프타임] 손흥민, 윙백이지만 윙어처럼? 꼭 그래야 했을까?

김상열 입력 2017.09.19. 09:31 수정 2017.09.19.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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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윙백이지만 윙어처럼 생각하고 뛰어라"
빗나간 예상과 결과
포체티노감독의 의중이 궁금하다
보고 싶지 않은 실험
윙백이지만 윙어처럼 뛰라고 하셨어요.

지난 주말, 토트넘 대 스완지시티의 경기가 있던 날, 경기장에 들어서자 손흥민 선수를 비롯해 선수단이 몸을 푸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공격과 수비로 나누어 전술 훈련 중 베르통헌, 산체스 ,알더바이럴트 그리고 트리피어를 앞에 놓고 공격해 나가는 장면이었죠. 손흥민 선수는 공격라인 왼쪽에 있었습니다.

오늘도 왼쪽 윙어로 출전하겠구나..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윙백으로 출전할거 같다는 이야기는 뭐지? 지난 경기에 그렇게 잘했는데…

왜 이런 생각이 들었냐면 경기장으로 들어오는데 한 직원이 “오늘 쏘니 선발이야. 그런데 윙백으로 뛸 수도 있어. 벤 데이비스가 빠지고 알리가 들어왔거든…’이라는 이야기를 해주었거든요.

평소같으면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장면이었는데 그 날 따라 유난히 신경쓰이는 장면이 있더라고요. 전술훈련을 마치고 가면서 베르통헌이 산체스와 이야기를 주고 받는데 걸어가던 손흥민 선수가 멈춰서 그 이야기에 관심 갖고 듣는 모습이 유난히 눈에 들어왔거든요.

‘오늘 베르통헌이 쏘니아래쪽에 서니까 ..그래서 그렇겠지. 서로 호흡 맞추려고… 설마 윙백으로 세우려고 하겠어?’

전술 훈련 뒤, 베르통헌과 산체스의 대화를 유심히 지켜보는 손흥민 선수 
몇 걸음 앞에서 대화를 듣다가 결국 그들 옆으로 다가가 더욱 집중하며 듣는 모습

선발명단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 명단에는 실제로 벤 데이비스의 이름은 없었습니다. 


빗나간 예상, 빗나간 결과

경기가 시작되면서 제 바람과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습니다. 그 직원의 말처럼…  경기는 우리가 잘 아는 바와 같이 0대0 무승부를 기록했고 전반 중반까지 손흥민 선수는 윙백을, 전반 중반을 지나서는 공격에 많이 치중한 윙어같은 윙백이었습니다. 후반에는 포워드까지 했구요. 물론 손흥민 선수는 여러 포지션을 무난하게 소화했어요. 경기 후에도 한국 취재진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어서 좋다.”며 나름 만족감을 표현했습니다. 

 경기를 마친 뒤 믹스트존에서 웃고 있는 손흥민 선수.

그런데.. 손흥민 선수 입장에서 경기 전에 해당 포지션을 수행하라는 말을 들었을 때 부담이 안됐을까요? 감독에게 윙백으로 출전할거라는 이야기를 듣게되면 아무리 윙어처럼 생각하고 뛰라고 했어도 윙백이란 포지션이 어색할 수도 있었을텐데요. 예전에 그 포지션에 대한 안 좋은 기억도 있고… 또한 체력적인 부담도 있을테고… 경기를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손흥민 선수는 자신의 역할을 잘 수행하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체력적으로 부담이 되는 느낌을 받았어요. 오프사이드 라인에 신경쓰는 모습과 드로인을 준비하는 모습은 어색하기까지 하더라고요. 공격에만 전념하면 훨씬 더 좋은 모습이었을텐데..저는 축구 전술을 전문적으로 보는 사람은 아니지만, 경기장 위에서 여러 포지션을 소화하기 위해 동분서주 뛰어다니는 손흥민 선수의 모습이 안타까웠습니다.


*아래 영상에서 윙어의 성향을 지닌 손흥민 선수가, 윙백 플레이를 얼마나 신경쓰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가 경기 중 던지기를 하는 낯선 모습도 함께.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만약 손흥민 선수가 처음부터 윙어로 에릭센 알리와 2선에 자리 잡았다면 더 좋은 결과를 얻지 않았을까요? 수비에 치중하지 않았던 전반 중반부터 공격에 전념했던 후반전 내내 활발하게 공격이 진행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으니까요. 몸에 맞는 옷을 입은 느낌이랄까? 아무리 모델이 좋아도 옷이 어울리지 않았던 느낌에서 제대로 된 옷을 입은 느낌처럼…


포체티노 감독의 의중은 무엇일까요?

물론 포체티노 감독도 충분히 생각하고 결정한 일일 것입니다. 그는 우리보다 훨씬 축구를 잘 아는 명장이니까요. 그런데 이 날 만큼은 그의 결정이 유쾌하지 않았네요.  지난 시즌에 좋은 모습을 보였고, 지난 경기에도 최고의 활약을 보였음에도 여전히 손흥민 선수를 주전으로 인정하지 못하는 느낌이랄까? 케인, 에릭센, 알리가 잘 하는 것은 알지만 포메이션에 따라 스리백을 쓸 경우 공격라인에 설 자리가 없으니까..  안쓰자니 잘하고 쓰자니 자리가 없으니까 그 중 취약한 자리인 윙백자리에 넣어서 사용하려고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었습니다. 

물론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죠. 이번 경기를 통해서 윙어, 윙백, 포워드 어느 포지션이나 소화할 수 있는 선수로 생각될 수도 있을테니까요. 그리고, 감독이 중요한 선수 즉 만능 플레이어로 생각하고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물론 이 역시도 이번 경기결과에 대한 결과론적인 이야기가 되겠군요.

혹시 라멜라의 복귀를 염두해 둔 것은 아닐까?

경기 후반이 끝나갈 때 즈음 플레이어 라운지에서 라멜라를 만났어요. 오랜만에 만난 라멜라 선수, 반가운 마음도 있었지만, 마음 한 켠으로는 혹시 포체티노 감독이 라멜라의 복귀를 염두해두고 손흥민 선수의 포지션을 고민하고 있는 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얼마전 인터뷰에서 10월 중에 다시 경기에 나설 수 있다는 이야기를 언급하기도 했고..

물론 이것 또한 저의 억측일 수도 있겠지만..어쨌든 손흥민 선수를 생각하다보면 ‘팔은 안으로 굽는 법이니까요.’

플레이어 라운지에서 경기를 지켜 본 라멜라 선수


보고 싶지 않은 실험

오늘 현지 뉴스에서 포체티노 감독의 손흥민 선수 윙백기용에 관해 부정적인 의견들을 많이 피력했더라고요. “손흥민은 이전에도 윙백으로 뛰지 않았고, 앞으로도 뛰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버려야 할 운명의 실험이다.”(Real Sports) , “손흥민은 윙백이 아니다.” “손흥민이 2선으로 이동한 후에 경기력은 향상됐다.” “토트넘 팬들은 다시는 이런 실험을 보고 싶지 않을 것이다.” (Evening Standard)등의 내용을… 

이브닝스탠다드에 실린 손흥민 선수 관련 기사
윙백이지만 윙어처럼 생각하고 뛰어라

윙어가 어울리는 선수한테 윙백 포지션을 주고, 윙어처럼 뛰라니.. 차라리 “넌 윙어니까 윙어답게 뛰어라”가 더 당연한 말이 아닐까요. 전술의 핵심적인 선수로 생각하고 있다면, 현재 폼이 가장 좋은 선수라면 그 선수가 가장 잘 하는 것을 하게 해주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자신이 가장 잘하는 포지션에서 가장 잘하는 것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물론 모든 결정과 책임은 감독에게 달린 것이니 우리는 소소한 의견을 낼 수밖에 없겠지만, 손흥민 선수가 출전하는 다음 경기에서는 손흥민 선수가 좀 더 익숙하고 더 잘 할 수 있는 포지션에서 뛰는 모습을 보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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