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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미예의 MLB현장] '감기 투혼' 류현진, 이른 교체? 차라리 잘 된 일인지도..

조회수 2017. 9. 18. 17:2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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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다. 더 던질 수 있다.”

자주 보던 장면이 아니었습니다. 류현진은 나름 강하게 어필했습니다. 

5회 2사 1, 2루 상황에서 로버츠 감독은 심판에게 신호를 보낸 뒤, 마운드로 향했습니다. 통역 없이 감독이 마운드에 오른다는 건 투수를 교체하겠다는 의미. 스파이크에 묻은 흙을 털어내던 류현진은 로버츠 감독에게 “난 괜찮아요.”라고 말하며 더 던지고 싶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보통은 감독이 올라오면 공을 건네고 바로 마운드를 내려오지만, 5이닝만큼은 마무리 하고 싶었기에 감독에게 그의 생각을 전달했습니다. 

하지만 로버츠 감독은 생각을 바꾸지 않았고, 류현진에게 마운드를 내려갈 것을 다시 한번 알렸습니다. 

로버츠 감독의 교체 지시에도 류현진은 머뭇거렸습니다. 공을 잡은 팔을 뒤로 빼기도 하고,  

공을 건네지 않으면서 로버츠 감독의 시선을 피하기도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감독은 교체할 것으로 마음을 굳혔기에 류현진은 마운드를 내려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쉬움 가득했던 류현진은 더그아웃에 들어오면서 허니컷 투수 코치와 눈도 마주치지 못했습니다. 더그아웃 벤치에 바로 앉지도 않았습니다. 더그아웃을 지나 화장실로 들어가 마음을 정리한 뒤, 더그아웃에 다시 나왔습니다. 

더그아웃 벤치에 앉아 있는 류현진의 모습만 봐도 얼마나 아쉬운지를 가늠할 수 있었습니다.

5회말 아웃 카운트는 하나 남았고, 주자는 1, 2루에 서 있었습니다. 그리고 타석엔 워스, 마운드엔 스트리플링이 오른 상황. 워스는 좌측 파울라인에 걸린 듯한 타구를 날렸고, 주자가 홈을 밟으며 득점을 올리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비디오 챌린지 결과 파울. 결국, 중견수 플라이로 이닝을 종료했습니다. 이닝이 종료되자, 류현진은 글러브를 챙겨 클럽하우스로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아쉬움은 여전했습니다.

메이저리그 선수들을 보면 경기가 생각처럼 안 풀릴 때, 각자의 방식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합니다. 큰 소리로 욕설을 날리기도 하고, 글러브를 땅에 강하게 내리치기도 합니다. 타자들은 방망이가 부서질 때까지 더그아웃에서 내려치기도 합니다. 

류현진은 다른 선수들처럼 화풀이를 강하게 하는 스타일이 아닙니다. 그가 화났음을 알리는 방법은 고작 글러브를 툭 던지거나, 수건을 툭 던지는 정도입니다. 벽이나 바닥이 아닌 더그아웃 벤치에 말이죠. 이날 경기에서 류현진은 수건을 툭 던지는 것으로 아쉬움을 표현했습니다.  

이날 경기 후,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로버츠 감독은 이런 말을 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포스트시즌에서 110개를 던질 수 있는 투수는 어떤 팀에도 그렇게 많지 않다. 내 생각에 그에게는 15~17개의 아웃 카운트를 잡는 게 적당하다고 생각하는데, 류현진은 후반기 7~8경기에서 우리가 원하는 모습을 모두 보여줬다.”

이 대답은 “(류현진이) 오늘처럼 힘에 부치고, 이닝을 길게 소화하지 못하는 점이 포스트시즌 로스터에 영향을 주느냐?”는 질문에서 나온 답이었습니다.

로버츠 감독의 답은 상당히 긍정적입니다. 5이닝을 채우지 못한 이 날의 경기가 포스트시즌 로스터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답변이었습니다. 15~17개의 아웃 카운트라고 표현한 건 선발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5~6이닝 정도 소화하는 것을 기대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말은 언제든 바뀔 수 있고, 계획도 변경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스프링캠프 때부터 로버츠 감독의 말은 수시로 변경됐었으니까요.  

감기 걸렸을 때, 코를 막고 심호흡을 하는 행동은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것이다. 미열이 있고, 코가 막혔을 때. 

솔직히 말하면, 기자는 차라리 잘 됐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5이닝을 채우지 못한 아쉬움은 있지만, 류현진의 컨디션은 최상이 아니었으니까요. 전날엔 의사가 청진기로 류현진의 가슴과 등을 진단하며 감기 증세를 확인했고, 이날도 이닝 교대시간에 류현진은 감기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모습을 자주 보였습니다. 

콧물이 계속 흐르는 상황은 아니었지만, 코가 먹먹하고, 감기 기운은 여전히 남아 있는 상태. 무리하는 것보단 건강을 챙기는 게 지금 류현진이 해야 할 첫 번째라는 생각이 든 경기였습니다. 

류현진은 감기 기운이 여전했지만, 워싱턴 상대로 4 2/3이닝 3피안타 5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하며, 평균자책점은 3.46으로 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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