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딩크 광풍]①히딩크 뭘 원하고 있나, 그 속내와 진정성

박찬준 2017. 9. 18.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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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국민이 원한다면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을 맡을 용의가 있다."

거스 히딩크 감독(71)의 이 한마디는 대한민국 축구계를 발칵 뒤집었다. 이후 의미 없는 소모전이 펼쳐지고 있다. 힘을 모아 목표를 향해 걸어가도 모자랄 시점에 한국축구는 '히딩크 논란'에 묶여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축구팬들은 대한축구협회를 적폐로 규정하고 돌을 던지고 있으며, 그 사이에 어처구니 없는 진실 공방까지 이어지며 논란은 가중되고 있다.

한데, 한국축구를 뒤흔든 저 워딩은 정확하게는 히딩크 감독이 한 말이 아니다. 히딩크 '측근'이 전한 말이다. 정확하게는 이렇다. "히딩크 감독님이 '한국 국민이 원한다면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을 맡을 용의가 있다'는 의시표시를 하셨다." 한 두 사람만 건너가도 전혀 달라질 수 있는 게 말이다. 돌이켜보면 지금까지 히딩크 '측'과 협회가 의미 없는 공방을 펼치고 있는 것도 서로가 전한 말의 진정성을 의심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히딩크의 말 자체에 집중해 보자. 중요한 것은 바로 '당사자' 히딩크 감독의 진짜 의중이다. 그래야 이 의미없는 논란의 출구를 찾을 수 있다.

히딩크재단에서 주선한 14일 히딩크 네덜란드 현지 기자회견 . 캡처=VoetbalTimes
히딩크재단에서 주선한 14일 히딩크 네덜란드 현지 기자회견 .  캡처=VoetbalTimes
히딩크 감독은 14일(한국시각)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직접 속내를 취재진에게 밝혔다. 현지 인터뷰에 참석한 국내 취재진은 소수였다. 해당 매체들은 '히딩크 감독이 감독을 원하거나, 혹은 이에 대한 여지를 남겨뒀다'고 보도했다. "한국민이 원한다면 어떤 자리든 맡겠다", "감독이든 기술 고문이든 뭐라고 언급하든지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있으면 할 용의가 있다"는 워딩이 활용됐다. 하지만 이어진 외신 보도의 뉘앙스는 조금 달랐다. '감독'이 아닌 '조언자 혹은 조력자' 역할이 강조돼 있다. USA투데이도 '히딩크 감독이 내년 월드컵을 준비하는 한국 대표팀을 위해 기꺼이 조언자(advisor)로 활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정확한 의미를 알기 위해서는 히딩크 감독의 영상이 필요했다. 네덜란드 현지 매체 'VoetbalTimes'에서 올린 영상을 직접 듣고 '팩트체크'를 했다. 히딩크 감독은 '한국대표팀 감독을 맡을 용의가 있느냐'는 질문에 "재단 사람들을 통해서 지난 여름에 대한축구협회 내부 인사에게 내가 어떤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또 축구협회에서 원하면 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입을 열었다. 주목할 것은 그 다음이다. 국내 언론과 가장 다른 부분이기도 하다. "Not specific as you were mentioning as a technical director or manager or whatsoever, it is more in advising." 해석해보면 "당신들이 이야기한 테크니컬 디렉터(기술위원장), 감독, 뭐 다른 자리 등등, 그런 것보다는 조언을 해주는 자리에 가깝다"가 된다.

news.com.au 온라인 뉴스 캡쳐
6월에 히딩크 '측'이 협회에 어떻게 의사를 전하고, 협회가 어떻게 받아들였든지는 이번 논란의 핵심이 아니다. 소위 '떡 줄 사람'인 히딩크 본인의 생각이 '조력자'라는 점이 중요하다. 히딩크 감독은 '감독'이 아닌 사랑하는 한국축구를 위한 '조언자' 역할을 자청했고 이를 분명히 표현했다. "어떤 자리든 맡겠다", "무엇이든 하겠다"는 식의 적극적 의지보다는 한국축구를 사랑하고, 한국을 제2의 고향으로 여기는 지도자로서 조언하고 돕겠다는 원론적인 이야기였다. 실제로 히딩크 감독은 러시아월드컵 기간 동안 해설위원 계약을 체결하며 "감독직 수행은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명히 언급했다.

이 해석이 중요한 이유는 히딩크 '측'이 주장하는 '대표팀 감독직' 이야기와는 분명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히딩크 논란의 시작은 히딩크 '측'이 언론을 통해 '대표팀 감독직'에 히딩크 감독이 올 수 있다는 가능성을 언급하면서부터다. 지난 이란-우즈벡전 이후 여론의 뭇매를 맞은 직후였다. 이는 신태용 감독을 향한 불신의 촉매제로 발전했다. 협회가 히딩크 측 대리인의 진정성을 의심하고 불만을 가지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당시 김호곤 기술위원장은 "실제 히딩크 감독이 이 말을 한지도 의심된다. 히딩크 측의 발언은 신 감독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고 분통을 터뜨린 바 있다.

만약 대리인이 히딩크 감독의 말 그대로 '감독'이 아닌 '조언자'로의 역할을 강조했더라면 애당초 큰 논란의 여지는 없었다. 이미 협회는 "기술위원회 및 신태용 감독과 협의해 히딩크 감독에게 조언을 구할 사항이 있으면 언제든지 요청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히딩크 감독의 풍부한 경험은 대표팀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최근 실적은 썩 좋지 않지만 히딩크 감독은 의심할 여지 없는 세계 최고의 명장 중 하나다. 히딩크 감독은 지도자 인생의 종착역을 기다리고 있다. 그의 감독 인생에 전환점이 된 한국에서 그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을 것이다. 그렇다면 '조언자'로도 충분하다. 그가 스스로 언급한대로 말이다.

하지만 그런 히딩크 감독의 진의와 충심이 정확하게 전달되지 않으면서 감정 싸움, 진실 공방으로 변질돼 축구판을 뒤흔들고 있다. 가장 중요한 알맹이가 빠진 이번 껍데기 논란이 더 안타까운 이유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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