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모의 Respect] '토트넘 손흥민=국대 손흥민'이 되는 또 다른 방법

조회수 2017. 9. 15. 09:4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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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넘 손흥민과 국대 손흥민이 다른 이유에 대한 손흥민 본인의 말.
그리고 손흥민에게 보내는 박지성의 말.
현 한국 축구의 최고 스타인 '토트넘 손흥민'이 '국대 손흥민'이 되는 또 다른 방법.
지난 시즌 중, 한국인의 유럽 최다골 기록을 경신한 직후 환하게 웃으며 포즈를 취했던 손흥민. 사진출처=골닷컴 
'토트넘에서의 손흥민과 국가대표팀에서의 손흥민은 왜 그렇게 다를까" 

한국의 축구팬이라면 누구나 생각할만한 수수께끼인 동시에 모두가 해결하고 싶은 숙제다. 13일, 손흥민이 유럽의 강호 도르트문트를 상대로 전반 4분 만에 환상적인 골을 터뜨리는 장면을 보면서도 같은 질문을 떠올리는 팬들도 있었고, 그 이유에 대해 분석하는 축구 언론의 기사도 이어졌다.


손흥민도 그 문제를 모를 리 없다. 국가대표팀 코칭스태프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그 문제를 해결하고 싶지 않을 리도 없다.(분명히, 그걸 가장 해결하고 싶은 두 주체는 손흥민 본인과 대표팀이 아닐까?) 한국 축구 언론이나 팬들이 지적하는 원인에도 저마다 일리가 있다. 

나는 이 칼럼에서 나의 생각이 무조건 맞는 단 하나의 정답이라고 주장하고 싶지 않다.

다만, 지난 2년 간 토트넘에서 활약하는 손흥민을 경기 직후 가장 많이 만났던 기자 중 한 사람으로서, 직접 현장에서 손흥민 본인의 목소리를 통해 들은 말을 통해 그 문제를 개선해나갈 수 있는 작은 하나의 방법을 제안해보고자 한다. 


1. 국가대표팀 손흥민 부진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

이 주제에 대한 나의 의견을 개진하기 전에, 우선 현재까지 나온 다른 의견들과 축구팬들의 목소리를 정리해보자. 지금까지 축구 언론에서, 또 축구팬들이 내놓고 있는 의견 중에 가장 눈에 띄는 다수의 목소리는 아래와 같은 두가지다. 

1) 손흥민의 강점은 전력질주에 이은 슈팅인데 국가대표팀에서는 이런 장면이 거의 나오지 않고 있다.(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 - '하얀' 손흥민과 '빨간' 손흥민은 어떻게 다른가 중) 

2) 손흥민의 토트넘 동료들과 대표팀 동료들 수준, 혹은 플레이 성향의 차이다. (다수의 네티즌들이 지적하고 있는 문제)

위 두가지 지적은 큰 그림으로 보자면 '전술'과 '전력'적인 측면에서 본 이 현상에 대한 의견이다. 나는 위의 두 지적이 옳은가, 그른가에 대해 평가하기보다 그 문제는 손흥민 본인과 코칭스태프, 또 축구팬들의 판단에 맡기고 싶다.

다만, 나는 손흥민이 대표팀에서 오랫동안 침묵하는 이 현상의 원인에 저 두가지 측면 이외의 또 다른 측면이 있다고 말하고 싶다. 아래 영상을 보며 구체적인 예와 같이 생각해보자.


대한민국의 월드컵 본선 진출 운명이 걸려있었던 최종예선 우즈베키스탄 전에서 손흥민에겐 두 차례의 결정적인 득점 찬스가 있었다. 그 두 번 중 한 번은 골대를 맞혔고, 또 한 번은 후반 45분 손흥민의 슈팅이 아예 골문 밖으로 벗어나버렸다. 

손흥민이 토트넘에서 터뜨리는 수많은 '원더골'을 현장에서 본 기자로서, 나는 '어떻게 그 손흥민이 저걸 놓칠 수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그런 생각을 한 건 물론 나 혼자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손흥민은 토트넘에서 그보다 훨씬 더 어려운 골을 터뜨려온, 충분히 저 슈팅을 골로 연결할 수 있는 선수이기 때문이다.(당장 2일 전에 터진 그의 첫 골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내가 손흥민의 현재 문제가 단순히 '전술'이나 '전력'의 측면에 기인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지점도 바로 거기에 있다. 우즈베키스탄 전에서 손흥민이 프리슈팅을 골문 밖으로 날리는 장면은, '질주의 유무'여부나 '동료들의 수준'과는 거의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오히려, 그 장면에서 충분히 골을 넣을 수 있는 선수가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은 '심리'적인 측면이 강하다고 볼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손흥민 본인 스스로가 그 부분을 털어놓기도 했다. 


2. '태극기와 부담', 손흥민 본인의 말 

손흥민과 해당 인터뷰를 한 것은 그가 우즈베키스탄 전을 마치고 토트넘 소속팀으로 돌아와서 처음 가진 경기인 에버튼 전 직후 구디슨 파크에서였다. 그는 이날 눈에 띄게 피곤해보이는 모습이었고 기침을 하며 나를 비롯한 한국 취재진과의 인터뷰에 응했다. 

손흥민은 이날 대표팀과 토트넘에서의 다른 모습에 대한 자신의 솔직한 말을 털어놨다. 이날 그의 인터뷰 중 일부를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았다. 

"대표팀에 가면 더 잘 하려고 하고 태극기를 달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책임감을 갖고 합니다. 그러다보니 오히려 결과가 안 좋은 것 같습니다."

"경험 많은 형들이 제가 다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고 말을 해주기도 했어요. 제 부담을 덜어주더라고요. 많이 느꼈습니다." 

"(우즈베키스탄전 슈팅에 대해) 많이 아쉬웠죠. 선수들도 승리하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찬스를 놓친 것은 저도 많이 반성하고 있습니다. 골을 못 넣은 점에 대해서는 공격수로서  비난을 받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손흥민 본인의 말은 한마디로 국가대표팀('태극기를 달고')에서 뛰는 것과 토트넘에서 뛰는 것 사이의 책임감, 심리적 부담감이 얼마나 다른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4년에 한 번 열리는 월드컵, 그것도 마지막 한 경기에 진출 여부가 달려있는 경기에서 뛰는 것과 올해 탈락해도 내년 또 도전할 수 있는 챔피언스리그, 각종 컵 대회, 리그 경기들과 중압감의 차이는 비교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다양한 국가에서 온 선수들이 함께 뛰는 클럽 팀과 국가 전체의 이름을 걸고 뛰는 것의 차이도 마찬가지다. 

지난 7월, 골닷컴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손흥민에 대한 솔직한 조언과 의견을 내놨던 박지성. 사진출처=골닷컴 


3. '흥민이는 자신감이 있을 때 더 잘 하는 선수' 박지성의 말 

손흥민과 이날 인터뷰를 하고, 또 며칠 후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그가 터뜨린 시즌 첫 골을 보면서 나는 두 달 전 바르셀로나에서 박지성을 만나 가진 인터뷰(골닷컴 단독 인터뷰)에서 그가 손흥민에 했던 말들이 떠올랐다. 그가 했던 말 역시 손흥민이 직접 말한 '심리적 원인'과 일맥상통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박지성은 이날 프리미어리그, 대표팀 후배 손흥민에 대한 의견을 묻는 나의 질문에 다음과 같이 말했다. 

"흥민이 같은 경우는 자신감이 있으면 아주 잘 하는 선수이기 때문에 다음 시즌에도 이번 시즌의 자신감을 바탕으로 잘했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시즌에 충분히 자신의 경쟁력을 입증했기 때문에 오랜 시즌 EPL에서 활약할 수 있는 선수라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의 페이스를 유지할 수만 있다면, 큰 부상이 없다면 충분히 흥민이가 저보다 더 좋은 커리어를 쌓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4. 심리적 부담과 자신감의 차이, 그리고 우리가 도와줄 수도 있는 부분 

앞서 소개한 손흥민 본인의 말과, 그를 잘 아는 박지성의 말은(우리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을 대표하는 인물 두 사람의 말은) 어쩌면 내가 이 칼럼의 서두에 언급한 '전술'과 '전력' 외의 문제인 심리적인 부분이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클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손흥민이 아시아를 넘어 유럽 정상에서 경쟁하는 공격수라는 것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 

그리고 그가 토트넘에서의 활약을 대표팀에서도 보여주는 것이 우리 대표팀 전체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 역시 우리는 알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어쩌면 손흥민, 또 그 혼자가 아닌 대표팀 전체가 부진할 때마다 너무 가혹한 비판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어쩌면 그로 인해 선수들이 받아들이는 우리의 예상을 뛰어넘는 부담과 책임이 그들을 더더욱 심리적인 궁지로 몰아 오히려 더 부진하게 되어버리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손흥민도, 다른 대표팀 선수들도 '프로이기 때문에' 스스로 극복해야 하는 문제라고 말하고 평가만 할 수도 있다. 

그러나 혹시 선수가 문제를 알아서 극복하길 바라고, 극복하고 나면 박수를 치고 그렇지 못하면 가혹한 비판을 하는 방식보다는 그들이 문제를 이겨낼 수 있도록 응원하고 도와주며 모두가 함께 성장해나가는 방법은 어떨까.

'토트넘 손흥민 = 국대 손흥민'이 되는 날이 올 거라 믿어 의심치 않으며 그 날이 더 빨리 올 수 있도록, 손흥민도 나도 한국의 축구팬들도 모두 노력할 수 있길 바라며 이번 칼럼을 마무리한다.  

* 이번 칼럼의 주제인 손흥민 선수의 심리적인 문제는 물론, 최근 연일 새로운 이슈가 터지고 있는 한국 축구계의 문제에 대해 어쩌면 가장 정확한 진단이자 조언이 아닐까 싶은 박지성 선수의 골닷컴 인터뷰 중 한 문장을 여러분께 공유합니다.

"대표팀이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은 저도 충분히 공감을 하고요. 대표팀이 경기 결과가 안 좋았을 때 질타를 받는 건 어떻게 보면 당연한 거고, 그걸 질책을 하지 마세요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고요. 질책을 받아야 마땅한 것이고요.

하지만 질책을 하더라도, 그 안에 있는 진심은 대표팀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의 질책이어야 한다고 생각을 하고요. 지금처럼 어려운 상황에서는 선수들 뿐만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축구를 사랑하는 모든 분들이 힘을 합쳐야 이 정말 큰 위기를, 안 좋은 시기를 잘 넘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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