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왜 필승조는 5점차를 막지 못했나..KIA 불펜의 심각한 악순환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2017. 9. 14.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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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김윤동.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KIA가 우승 매직넘버를 세야 하는 시즌 마지막 지점까지 불펜 고민에 휩싸여있다. 필승 계투조마저 다시 논란의 중심으로 들어갔다.

KIA는 지난 13일 문학 SK전에서 10-5로 앞서다 10-15로 역전패 당했다. 선발 양현종이 내려가고 7회에 김윤동이 등판하면서 위기가 시작됐다. 안타 3개를 맞고 1점을 주자 좌완 심동섭이 등판했고 역시 적시타를 맞자 임창용이 나섰다. 그러나 2사 1·3루에서 연속 적시타를 맞아 10-9까지 허용한 임창용은 만루에서 최정에게 홈런을 맞아 역전 당했다. 전날인 12일 SK전과 상황은 똑같았다. 선발 팻딘에 이어 7회말 김윤동이 등판해 2사 1·3루를 만들자 최정 타석에서 임창용이 등판해 직구과 커브를 섞어 승부해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다. 8회까지 임창용이 막고 9회에 김세현이 등판해 6-2로 깔끔하게 승리했다. 그러나 하루 만에 KIA 불펜은 5점차를 지키지 못하고 무너졌다.

지난 3일 넥센전에서 7-1이던 9회말 7실점해 7-8로 역전패 당한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 한승혁, 박진태, 김진우 등이 맞았던 당시와 달리 이번에는 ‘필승계투조’인 김윤동과 임창용이 맞았다. 계속되는 악순환의 결과다. 그 중심에 김윤동이 있다. 셋업맨 임무에 실패하는 빈도가 잦아지는 데 이유가 있다.

김윤동은 이날 10-5로 앞선 7회말 등판했다. 5점차 리드는 통상적으로 필승계투조까지 나서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지만 SK는 홈런 군단이다. 5점차도 금방 따라올 수 있는 팀이다. 불펜 자원이 약한 KIA가 필승계투조를 투입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다만 김윤동은 8일 한화전부터 이날까지 5경기 연속 등판했다. 9월 들어 KIA가 11경기를 치른 사이 8경기에 등판해 피로도가 쌓여있다. KIA가 이기기 위해 투입할 수 있는 불펜 투수가 제한된 데서 나온 결과다. 최소한 4~5점 차에서 실점하지 않고 막아주리라 기대할 수 있는 투수가 현재 필승계투조로 불리는 김윤동, 김세현, 임창용뿐이다. 등판 횟수가 이들에게 몰리고 있다. 그중 김윤동은 최근 뒤지는 경기에도 투입됐다. 지난 10일 삼성전에서 6-9로 뒤진 8회에 등판해 9회까지 1.1이닝을 막았다. KIA는 득점력이 좋은 팀이다. 타선이 강해 경기 후반 뒤집는 능력이 뛰어나다. 역전을 기대하려면 추가 실점을 하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필승계투조 외에는 1점도 내주지 않고 이닝을 버텨줄 투수가 떠오르지 않는다. 최근 김세현은 마무리로 투입되고 임창용은 1군 복귀 전이었다. 이에 김윤동이 뒤지는 경기에도 투입됐다. 불펜 자원이 워낙 약하다보니 KIA가 이기기 위해 내놓은 승부수들이 결과적으로는 필승계투조에 과부하로 연결되고 있다.

투수 출신인 최원호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불펜이 강한 팀은 투수별로 역할이 확실하다. 어떤 투수가 나오는지에 따라 팀이 이기려고 하는지 포기하는지 신호가 되고 이를 선수들 스스로가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KIA 불펜과는 거리가 있다.

올시즌 KIA의 전력 구성은 우승했던 2009년과 상당히 비슷하다. 그해에도 선발진이 탄탄했고 타격이 강했지만 불펜 자원이 매우 약했다. 이에 개막 직후 6인 선발 체제를 운영해 선발들에게 충분한 휴식을 주며 이닝을 늘려갈 수 있게 준비 기간을 뒀다. 한기주로 시작한 마무리 자리를 5월까지 에이스 윤석민에게 임시로 맡겨 불펜 조각을 맞춰나갈 여유도 뒀다. 그렇게 전반기에 준비를 거친 뒤 후반기에 곽정철, 손영민, 유동훈이 필승계투조로 완성됐다. 좌완 셋업맨이 없었음에도 곽정철과 손영민이 번갈아 7회와 8회를 지키며 경기를 ‘셋업’ 했고 9회에 등판하는 마무리 유동훈은 평균자책 0.53으로 22세이브를 거둬 KIA 불펜을 후반기 최강으로 만들었다. 필승계투조 3명의 역할이 확실했다. 2009년과 매우 흡사한 2017년의 KIA가 갖지 못한 거의 유일한 차이점이기도 하다.

KIA는 전체적으로 전반기에 너무 잘 달린 뒤 후반기에 주춤하면서 그나마 짜놓은 필승계투조까지 다시 무너지는 악순환을 맞고 있다. 아직 15경기가 남았다. 한국시리즈 직행을 위해서는 더 확실한 계산으로 승부해야 하는 시점이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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