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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열의 하프타임] 손흥민, 역시 난 놈은 난 놈이구나

김상열 입력 2017.09.14. 10:45 수정 2017.09.14.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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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적인 득점장면
실력으로 인정받은 느낌
케인과의 핸드셰이크
영국선수보다 영어를 더 잘 한다구요
역시..난 놈은 난 놈이구나..

경기 후에 카메라 하나가 계속해서 한 선수를 따라다닙니다. 팬과, 동료들과 그리고 상대 선수들과 인사를 마치고 나올때 까지 카메라는 그의 움직임을 따라다닙니다. 그 주인공은 케인도, 에릭센도 아닌 바로 ‘손흥민 선수’였습니다.

축구의 성지라고 할 수 있는 웸블리에서 자신의 시즌 첫 골과 더불어 챔피언스리그 한국 선수 최다골을 기록하며 자신의 진가를 드러냈습니다. 그것도 전반 시작과 동시에 그림같은 왼발 슛으로… 감독이 경기 후에 극찬할 정도로 환상적인 슛이었고 다시 봐도 멋지더라구요. 그렇기에 실시간 그의 득점소식과 경기내용 그리고 그의 활약상과 인터뷰까지 기사로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사실 대표팀에서 그의 경기를 보면서 실망도 했었습니다. 다른 선수들의 경기보다 그의 경기를 보러 많이 가지도 않았습니다. 이번 시즌에도 처음으로 보는 그의 경기였습니다. 그런데 오늘 경기와 경기 후 손흥민의 모습을 보며 그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그가 ‘난 놈은 난 놈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기에…

현장에서 핸드폰으로 촬영한 영상이다보니, 화질이 좋지 못한 점 독자분들의 양해 부탁드립니다. 


'난 놈은 난 놈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게 한 장면

득점 장면도 훌륭했습니다. 입이 벌어질 정도로 멋진 장면이었습니다. 팬들뿐만 아니라 현장에 있는 외신 기자들마저도 환상적인 슛이라고 극찬할 정도였으니까요. 그것 뿐입니까? 포체티노 감독은 기자회견후에 그의 슛과 경기력을 극찬했습니다. 그런데 그것보다 더 인상적인 장면이 있었습니다. 손흥민이 정말 ‘난 놈은 난 놈이구나.’라는 생각을 들게 만든 장면이…

후반 시작한 지 5분 정도가 흘렀을 때였습니다. 에릭센의 완벽한 패스를 받은 케인이 상대팀 크로스바를 넘기는 슛을 하는 장면이 나왔습니다. 케인의 왼쪽에서는 손흥민 선수가 ‘왜 패스를 안 해 주었냐?’라는 제스처를 하고 있었구요. 그 때 였어요. 뒤에 있던 에릭센이 케인을 보면서 손흥민 쪽으로 손짓을 합니다. ‘왜 쏘니에게 패스를 하지 않았니? 쏘니를 봐야지.’라는 의미가 담긴 듯이… 물끄러미 케인도 에릭센과 손흥민 선수를 쳐다보더니 다시 자신의 진영으로 갑니다.

붉은 원: 케인의 마무리 슛팅에 안타까워하는 손흥민 선수 / 노란 원: 케인을 향해 손흥민 쪽으로 손짓하는 에릭센 선수 

이 장면이었습니다. 분명히 에릭센도 케인도 손흥민 선수를 확실하게 인정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전에는 보기 힘든 장면이었거든요. 저 혼자만의 느낌일지는 모르지만 경기를 볼 때마다 손흥민 선수는 공격수들에게 다소 인정받지 못한다는 모습들을 볼 수가 있었거든요. 그런데 분명히 오늘은 다르게 보였습니다. 당당해 보였습니다.

*위 장면은 아래 영상 6분30초~ 6분50초 사이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로부터 3분여 뒤에 비슷한 장면이 나왔습니다. 에릭센의 패스를 받은 케인이 오른쪽 페널티 에어리어에서 왼쪽에서 달려오는 손흥민 선수에게 완벽한 패스를 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손흥민의 슈팅은 케인의 슈팅처럼 크로스바를 넘어갔습니다. 아까와 비슷한 상황이었는데 다른 선택을 하는 케인의 모습이었습니다. 참 아이러니하죠.


핸드셰이크, 그리고 기립박수 

중계 화면에 잡히진 않은 것 같지만 케인은 두 번째 득점을 하고 세리머니 마지막 부분에 손흥민 선수와 핸드셰이크를 했습니다. 지난 시즌 알리 선수와 핸드셰이크를 하는 모습은 종종 봤지만, 헤리케인 선수와 핸드셰이크는 정말 반가운 모습이었죠. 특히, 케인이 다른 동료들과 축하인사를 마친 뒤 천천히 그에게 다가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둘만의 세리머니를 하는 모습이 너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또 한 장면. 축구 선수 실력에 대한 기준이 깐깐한 잉글랜드 관중들을 기립시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 손흥민 선수가 교체되어 나올 때 팬들을 기립시키더라구요. 오랜만에 보는 광경이었습니다. 웸블리에서는 처음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팬들에게 환호가 섞인 기립박수 받는 모습을 오랜만에 봅니다. 그래도 환호와 기립박수를 받는다는 것은 실력이 되니까 그런거겠죠. 보기 좋더라구요.


영국인보다 영어를 더 잘 한다구요?

손흥민 선수는 오늘 경기 후에 가장 많은 기자들에게 인터뷰를 요청 받은 선수가 아닐까 싶은데요. 독일기자들과 인터뷰를 하고 TV와 인터뷰를 하고 영국기자들과 인터뷰를 하고 그리고 우리나라 기자들과 인터뷰를 했습니다. 오늘 좋은 활약을 펼쳤으니까 당연한 것이겠죠. 마치 어제 셀틱파크에서의 네이마르 같았습니다.

믹스트존 화면에 나온 케인과 손흥민이 BT스포츠와 인터뷰하는 장면

믹스트존에서 그를 기다리는데 벽에 걸린 화면에서 BT스포츠와 인터뷰를 하는 장면이 나오더라구요. 케인과 함께 웃으며 인터뷰 하는 모습을 보면서 ‘기특하구나’ 싶었는데 인터뷰 후에 SNS에 달린 댓글들을 보면서 다시 한 번 ‘난 놈은 난 놈’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댓글들의 내용은 “쏜이 영어로 말하는 것이 케인보다 이해하기 쉬워”, “어떻게 쏜의 말을 케인보다 더 잘 이해할 수 있니?”, “거짓말 안하고 손흥민이 케인보다 영어를 더 잘해” 등… 케인은 영국사람인데 어떻게 손흥민 선수가 영어를 더 잘 하겠어요? 농담섞인 이야기겠죠? 하지만 손흥민 선수의 영어가 유창하다는 것은 팬들도 인정한다는 것입니다.

손흥민 인터뷰를 보고 팬들이 트위터에 남긴 댓글

여러분도 아시겠지만 다른 나라 언어를 습득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에요. 그런데 그는 그 어려운 것을 해냅니다. 독일어로 독일 기자들과 영어로 영국 기자들과 그리고 우리나라 말로 한국 기자들과 인터뷰를 자유자재로 합니다. 축구를 위해서 운동만 열심히 할 뿐만아니라 언어도 노력해서 완벽하게 준비해내는 그의 모습은 충분히 박수쳐주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믹스트존에서 다양한 언어로 인터뷰하는 손흥민 선수

솔직히 말하자면 그라운드 밖의 손흥민 선수가 어떤 사람인지는 잘 모릅니다. 그리고 그가 대표팀에서 보여 준 모습은 만족스러운 모습은 아니었습니다. 팬들은 그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잘 모릅니다. 하지만 오늘 이 사실만은 확실히 알게 됐습니다. '선수' 손흥민은 자신의 목표를 위해서 부단히 노력한다는 사실을…

저는 오늘 웸블리에서 '난 놈'을 봤습니다. '난 놈' 이라는 단어가 다소 불쾌하게 느껴지실 분들이 계실지 모르겠지만, 오늘만큼은 이 단어의 의미를 긍정적으로, 손흥민 선수의 능력을 치켜세우는 의미로 받아들여주셨으면 하네요. 

앞으로도 그가 오늘같은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대한민국 축구를 위해서라도 ‘난 놈’이 되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웸블리를 떠나오면서 까지 난 놈은 난 놈이구나’ 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게 만든 손흥민 선수 화이팅!!!

어제 셀틱파크의 주인공은 5000억자리 듀오였습니다. 오늘 웸블리의 주인공은 케인과 쏘니였습니다. 어제 셀틱파크를 떠나면서 특별한 경험을 한 시간이었고, 앞으로도 챔피언스리그를 통해 특별한 경험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오늘도 쏘니때문에 특별한 경험을 했습니다. 다음 챔피언스리그 경기가 펼쳐질 그 곳이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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