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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준의 超야구수다] 2018 KBO리그 신인들에게 보내는 글

김정준 입력 2017.09.14. 09:32 수정 2017.09.14.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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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를 경험해야 보이는 현실'에 대한 조언

26년전 이 맘 때, 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 지명의 날. 자기 손보다 큰 지름 7cm의 야구공을 가지고 놀던 한 어린아이가 자라서 드디어 프로야구 선수가 됐다. 꿈을 이룬 날. 세상을 다 가진듯했던 그 기쁜 날, 슬프게도 기쁨 보다는 나는 ‘여기서 얼마나 버텨낼 수 있을까?’하는 막연한 불안감과 처음 마주하게 되었다.

그날부터 시작된 프로선수로서, 또 야구인으로서 살아내야 하는 버티는 삶. 지나보니 늘 가슴을 옥죄며 떠나지 않았던 불안감은 힘든 시간들을 버텨내는 데 가장 강력한 에너지원이 되어주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불안함이 처음 내 앞에 현실로 나타났고, 그때의 당혹감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프로야구 선수가 된지 1년 조금 지났을 때였다. 걸을 때마다 통증이 왔다. 몸이 많이 안 좋았다. 아프지만 아프지 않은척 버틸 때까지 버텼다. 하지만 그렇게 이 악물고 버틴다고 그 결과 남들에게 이기는 것은 아니었다. 그렇게 시간은 나를 급하게 몰아갔고 선택의 기회가 있을 때 유니폼을 벗어야 했다. 야구인으로서는 몰라도 일단 야구 선수로서는 실패한 것이다. (그 실패를 부끄럽게 생각해본 적은 없지만,그 실패에 대한 세상의 일부 편견에 대항해 스스로의 삶을 지키고 싸워가야 할 때는 사실 조금 많이 버겁기는 하다.)

무엇이든 원인 없는 실패는 없다. 그래서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나는 프로야구 선수로서 왜 실패했을까? 최근 몇 년간 그 이유에 대해 스스로에게 수없이 질문했다.

하나씩 그 실패의 이유가 보이기 시작했다. 생각을 정리해 보니 그것은 나뿐 아니라 프로야구에서 실패하는 많은 선수들에게도 공통적으로 해당되는 이유였다. 프로야구 선수로서 새로운 시작을 하는 누군가는 나와 같은, 우리와 같은 실패의 길을 걷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잘하는 것이 다가 아니라 오래 하는 것이 잘하는 것인, 듣고 보면 당연한 이 이야기를 한번쯤 귀담아 들어줬으면 한다.

첫째,기술은 머리가 아닌 몸으로 익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연습을 할 수 있는 몸을 만들어야 한다.



프로와 아마추어의 가장 큰 환경적 차이는 1년365일, 그리고 하루24시간 야구에만 속해 있는가 아닌가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곧 시작은 있지만 끝은 없다. 선수 유니폼을 벗게 될 때가 비로소 끝이다. 자의로 시작을 한 이상 그때까지는 일상에 야구만이 있게 된다.

특히 이미 저만치 앞서가 있는 경쟁자를 주어진 시간 내에 따라 잡아야 하는 어린 신인 선수들에게 처음 몇 년간은 더더욱 그렇다. 그 시간 속에서 매일 같이 꾸준하게 반복 연습을 지속하면 어느새 프로의 기술이 몸에 익혀지고 분명히 이전과는 다르게 좋아진다. 조금씩 경쟁이 가능해진다. 그러나 여기서 문제는 그들에게 매일 같이 반복 연습을 할 수 있는 몸이 만들어져 있는가이다.

이것이 프로에 들어오면 비로소 몸으로 느낄 수 있게 되는 첫 번째 관문이다. 솔직히 나를 비롯한 많은 선수들이 이 관문을 넘지 못하고 실패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나는 그리고 실패한 우리들은 1년 365일 그리고 하루24시간 야구를 할 수 있는 몸을 결국 만들지 못했다.

프로야구 선수는 몸이 재산이라고 했던 선배들의 조언을 그 때 귀담아 들었어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그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그 진짜 의미를 이미 많은 시간이 지난 후에야 알게 됐다. 그 때 조금 늦더라도 돌아가야 했다. 충분히 몸을 만든 후 다시 도전하는 냉정함이 있어야 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아니 조금 더 정확히 설명하면 프로에 들어올 정도의 선수들이 어려서부터 쌓아온 무언가가 그렇게 하지 못하도록 만들었다는 것이 맞는 말일 것이다. 그것은 바로‘정신력’이라는 말로 둔갑된 잘못된 열심과 노력이었다.

분명히 프로는 일반의 수준을 다루는 세계가 아니기에 과학적으로도 설명되지 않는 그 어떤 한계를 넘어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본질적으로 그 분야의 프로로서 오래 살아남기 어렵고, 또 보고 즐기는 팬들에게도 진정한 감동을 주지 못한다 .그리고 그 한계를 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강한 정신력이 요구된다.

그러나 조금 미안한 얘기지만 프로의 연습을 소화할 수 있는 몸이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것은 아직 프로가 됐다고 할 수 없다. 프로에 들어가기 전이든 ,들어간 후이든 제대로 몸을 만들지 못해 실패했던 나도 그런 의미에서 진짜 프로가 아니었다. 강한 정신력을 들어 한계의 극복을 이야기할 수준이 아니었다.

조금 독하게 얘기하면 이 정도 수준에서 강한 정신력은 오히려 해가 된다. 결국에는 몸이 버텨내지 못하고 다치고 만다. 지극히 당연한 얘기가 되겠지만 다치는 선수는 좋아하는 야구를 오래 할 수 없다. 야구를 오래 하지 못하는 선수는 잘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없다.

먼저 누구보다 많은 연습을 꾸준하게 할 수 있는 프로의 몸을 만들어라.늦었다면 조금 돌아가도 된다.지나보니 시간은 충분했다.정확한 목표와 치밀한 계획의 문제였다.프로의 기술은 몸으로 익혀야 한다고 말했다.연습을 버틸 수 있는 몸이 만들어지고 연습을 통해 기술이 몸에 익혀져야 한다.그 다음 비로소 한계와의 승부다.그 한계의 극복은 프로의 진짜 승부처다.그 단계까지 절대 급하지 않게 하루에 한 걸음씩만 더, 쉬지 말고 계속 가라.그러다 보면 어느날 분명 스스로 바라던 모습에 닿게 된다.  

둘째,기술은 스스로 생각하고 느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자신의 것, 오리지널을 만들어라.



앞서 프로의 기술은 꾸준한 반복 연습을 통해 분명히 언젠가는 좋아진다고 했다. 하지만 여기에는 반드시 갖춰야 할 전제 조건이 있다. 그것은 바로 새로운 기술에 대한 ‘자신의 느낌과 생각’을 갖는 것이다. 새로운 기술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갖고 안 갖고의 차이는 기술을 습득하는 시간과 그 깊이에 큰 영향을 미친다.

프로 입단 후 약한 몸도 몸이었지만 그보다 더 큰 실패요인은 결국 공 던질 때 일어나는 ‘입스’라는 정신적인 장애를 극복하지 못했다는 것이었다.(‘입스’라는 정신적 장애는 정말 원한 품은 귀신처럼 유니폼을 벗은 후에도 오랜 기간 내 야구 인생에 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시도해 봤고 매일같이 치열했는데 나는 왜 ‘입스’를 극복하지 못했을까. 지금 생각해보면 답은 간단했다. 정신적인 부분을 간과할 수는 없지만 근본 원인은 몸의 근력과 균형의 문제, 즉 정신보다는 기술의 문제였다. 또한 문제의 해결을 위해 기술을 받아들이는 과정에도 잘못이 있었다.

우선 스스로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에 자신의 생각과 느낌이 빠진 상태에서 남의 기술과 그에 대한 감각을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였다. 그 결과 매일 같이 남의 생각과 느낌에 이렇게 저렇게 이끌려 다녀야 했다. 기술적인 방황이 왔고 문제는 개선되지 않았다. 늘 반복되는 제자리걸음이었다.

이렇듯 기술을 받아들임에 있어 내 생각이 아닌 남의 생각에 이끌려 따라간다는 것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전보다 상황이 훨씬 심각해 질 수 있다. 만약 선수의 야구인생을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최소한 새로운 시도에 대해 끝까지 함께 가겠다는 지도자를 만나게 되는 행운을 얻지 못한다면 한 번 어긋나기 시작한 기술적인 방황은 좀처럼 끝나지 않고 제 자리로 돌아오기 어렵다.

물론 처음부터 프로의 기술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갖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많으니 보다 더 많은 가르침을 받고 배워야 한다. 대개 신인 선수들은 그런 가르침의 시간을 필요로 한다. 그렇기 때문에 하나를 받아들여야 할 때 스스로 몇 가지를 더해 고민하며 자신의 생각을 가지는 연습 과정이 더더욱 필요하다.

그리고 조언한다면 그 시작은 누군가의 가르침을 받기 이전 잘 하는 선수의 좋은 것을 흉내 내며 자신에게 진짜 필요한 그 무엇인가를 스스로 찾아가는 노력이다. 잘 하는 데는 반드시 이유가 있다. 그 이유를 생각하고 찾아내서 몸으로 해보고 자기 것으로 만들어 가자. 스스로 느끼는 것. 그것이 기술 습득의 전부다. 그 만큼 자기 몸으로 느끼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아무리 잘 가르친다 해도 가르침에는 한계가 있다. 남의 감각은 온전한 내 것이 될 수 없다. 가르치고 배우는데 틈이 생기면 결국 기술적인 방황이 생기게 된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프로는 기술이든 무엇이든 스스로 생각하고, 몸으로 느끼고, 그것을 자신의 것, 오리지널로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과정을 중요시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프로의 경쟁력이고 재산이다.


셋째, 꿈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가기 위해서는
몸과 정신을 건강하게...
 



26년 전 그날의 나처럼 지난 월요일 100명의 야구 선수가 드디어 꿈을 이루었다. 순번이 매겨졌지만 중요하지 않다. 이제 대부분의 선수들은 본무대의 뒤편에서 실력을 갈고 닦으며 기회를 기다려야 하는 긴 인내의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급하게 서두르지 말고, 그러나 쉬지 않고 계속 가다보면 원하는 곳에 닿게 될 것이다. 그러니 가다가 어떤 실패를 만나더라도 포기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러기 위해 언제든 몸과 정신을 건강하게 유지해야 한다.몸과 정신이 건강하지 못하면 기회가 찾아와도 기회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그냥 지나치게 된다.가장 바보 같은 일이다.우선 모든 것에 앞서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하자.

어느 유명한 만화 작가는 평생을 작가로 살아가려면 지치지 않는 집중력과 지구력 이상 중요한 것은 없다고 했다.평생을 프로야구 선수로 살아갈 수 있는 행운을 만나게 되는 힘도 마찬가지다. 몸과 마음이 건강해야 그 행운의 기회가 주어질 때까지 기다릴 수 있다.

축하하고 축하받는 기분 좋은 날, 잔치의 흥을 깨는 글인 것 같아 미안하다. 그러나 곧 만나게 될 현실의 이야기다. 그래서 조금 미리 생각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다.

열심을 다해서 꿈을 이루었다는 것은 축하받을 일이다. 늦었지만 진심으로 축하를 보낸다. 야구 인생의 새로운 시작을 앞 둔 모두에게 행운이 함께 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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