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신재영 "'15승 투수' 소리 듣기 싫었다"

최희진 기자 daisy@kyunghyang.com 2017. 9. 14.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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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타임 2년 차인 넥센 사이드암 투수 신재영(28)에게 올 시즌은 파란만장했다. 지난해 선발 투수로 15승을 올리고 신인상을 수상했지만 올해는 부진 탓에 불펜에서 보낸 시간이 길었다. 정규시즌 홈 최종전인 지난 13일 kt전에서 다시 선발 마운드에 오른 그는 프로 데뷔 후 첫 완봉승을 기록하며 화려한 부활을 알렸다.

이날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만난 신재영은 “완봉승 한 번으로 갚기엔 내가 너무 많은 것을 팀에 빚졌다. 그동안 너무 못했다”며 “남은 경기 다 잘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페이스로) 돌아왔다기보다는 (제구·구위가) 안 좋았을 때보다 많이 좋아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2012년 프로에 입단한 신재영은 오랜 2군 생활 끝에 지난해 1군에 데뷔했다. 15승7패, 평균자책점 3.90의 좋은 성적을 내고 ‘중고 신인’으로 이름을 날렸다. 그는 기자단 투표에서 만장일치에 가까운 표를 얻고 신인상을 거머쥐었다.

하지만 올 시즌은 순조롭지 못했다. 지난 6월까지 14경기에 선발 등판해 평균자책점 4.97의 다소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6월 마지막 등판인 NC전에서 3.2이닝 6실점으로 흔들린 신재영은 불펜으로 이동했다. 최근 선발 최원태가 부상으로 2군에 가면서 신재영은 정규시즌 종료를 눈앞에 두고 다시 선발 등판 기회를 잡았다.

넥센 신재영(왼쪽)이 13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7 프로야구 KBO리그 kt전에서 완봉승으로 경기를 끝낸 후 포수 박동원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넥센히어로즈 제공

신재영은 선발에서 불펜으로 자리를 옮겼던 시기에 대해 “팬들한테 욕도 많이 먹고, ‘왜 안 될까’ 계속 나쁜 쪽으로만 생각하고, 2군에서 지내던 시간만큼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야구가 잘 안 될 때는 무슨 공을 던져도 다 안타를 맞을 것 같았다. 그래서 스트라이크 존의 구석으로 더 정확하게 던지려고 했고 그러다 보니 제구가 더 안 됐다”며 “심리적으로 불안했다”고 말했다.

지난해의 화려했던 시간도 불안을 잠재우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신재영은 “주변에서 ‘넌 15승 투수야, 자신감을 가져’라고 격려해줬는데, 이런 말들이 싫었다. 지금 못하고 있는데 지나간 일을 얘기하는 건 의미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 머릿속에서 15승을 지웠다. 주변 사람들에게 ‘신인상 얘기도 하지 말라’고 했다”고 말했다.

혼자 고민하고 괴로워했던 신재영은 마음을 비우고 욕심을 버리기로 했다. 그러자 일이 잘 풀리기 시작했다. 그는 “자꾸 안 좋은 쪽으로 생각하니까 더 구렁텅이에 빠지는 것 같았다”며 “이왕 이렇게 된 것, 편하게 생각하자고 마음을 내려놓았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니까 조금씩 좋아졌다”고 했다.

그는 지난달 25일 두산전부터 이달 8일 LG전까지 구원 등판했던 6경기에서 무실점 행진을 벌였고, 결국 선발로 돌아와 무사사구 완봉승을 수확했다.

신재영은 남은 시즌에 대해 “선발 욕심은 없다.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감독님이 원하는 위치에 나가서 던지고 싶다”며 “팀이 포스트시즌에 갈 수 있도록 선수들 모두 더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최희진 기자 dai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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