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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지헌의 브러시백] 신재영은 해냈다, 한현희도 해낼까

배지헌 기자 입력 2017.09.14.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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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들어라, 한현희(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 6연패 수렁에 빠졌던 넥센 히어로즈가 13일 '임시선발' 신재영의 데뷔 첫 완봉 역투로 승리를 거뒀다. 넥센은 14일에도 '임시선발' 한현희를 기용해 연승을 노린다. 신재영에 이어 한현희까지 반등에 성공한다면, 넥센 선발진의 잇따른부상은 '전화위복'이 될 수 있을 전망이다.
 
기사회생. 거의 죽을 뻔하다가 도로 살아난다는 의미의 말이다. 전화위복. 재앙과 화난이 바뀌어 오히려 복이 된다는 의미다. 9월 13일 넥센 히어로즈의 승리를 두고 어떤 말로 표현할지 한참을 고민했다.
 
13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kt 위즈와 시즌 15차전을 앞두고, 넥센은 절망적인 상황에 몰려 있었다. 최근 7경기  성적 1무 6패. 그냥 패배도 아니고, 다 잡은 경기를 막판에 역전패한 경기가 워낙 많았다. 전날(12일) kt전도 9회말 2아웃 2-0 리드를 못 지키고 연장 10회 끝에 역전패했다. 같은 패배라도 충격이 두 배다.
 
넥센 관계자는 “분위기가 많이 가라앉은 건 사실”이라 했다. 개막 5연패를 당했을 때도, 다시 6연패를 당한 뒤에도 팀 분위기는 전혀 이상이 없던 넥센이다. 장정석 감독은 “누구 할 것 없이 선수들이 다들 지친 상태”라고 했다. 팀 순위는 어느새 5위에 1.5경기 차 뒤진 7위까지 내려앉았다.
 
더 심각한 악재는 선발투수 부상이다. 11승 투수 최원태가 팔꿈치 부상으로 사실상 시즌 아웃 됐고, 선발과 롱릴리프를 오가던 하영민도 건강 이상으로 자릴 비웠다. 하루아침에 선발투수 두 자리에 큰 구멍이 났다. 
 
이미 제이크 브리검과 앤디 밴헤켄을 ‘4일 휴식 후 등판’으로 당겨 쓰는 마당에, 선발 두 명의 부상은 치명타다. 당장 13일 kt전과 14일 한화전에 올릴 선발투수도 마땅치 않은 상황이 됐다.
 
벼랑 끝에 몰린 넥센은 13일 kt전 선발로 신재영을 기용했다. 신재영은 지난해 혜성처럼 등장해 시즌 15승과 최우수 신인상을 거뒀다. 시즌 개막 때만 해도 넥센의 3선발 투수였다. 그러나 5월 이후 부진에 빠졌고, 7월부턴 선발 자리를 잃었다. 마지막 선발 등판은 6월 27일, 가장 최근 선발승이 102일 전인 6월 3일일 만큼 잘 던진 기억이 까마득했다.
 
기대치는 높지 않았다. 경기 전 장정석 감독은 신재영의 예정 투구 수를 ‘80구’라고 밝혔다. 두 달 이상 불펜으로만 나온 만큼 그 이상은 무리란 판단이다. 또 장 감독은 오주원의 2이닝 투구도, 김상수 등판도 모두 가능하다고 밝혔다. 여차하면 불펜을 일찍 투입해서라도 연패를 끊겠단 생각이 강했다. 
 
"타구가 날아오면 몸으로라도 막으려 했다"는 신재영의 간절함
 
영웅은 난세에 등장한다. 완봉승 후 취재진과 인터뷰 중인 신재영(사진=엠스플뉴스)
 
그러나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신재영이 모든 우려와 부정적 여건을 딛고, 데뷔 이후 최고의 역투를 펼친 것이다. 신재영은 올 시즌은 물론 프로 데뷔 이후 최고의 호투를 가장 중요한 경기에서 선보였다. 9이닝 동안 볼넷 없이 단 5안타만 허용하며 무실점, 프로 데뷔 첫 완봉승을 '무4사구'로 장식했다.
 
9이닝 동안 던진 공은 단 106개. 적은 투구 수로 kt 타선을 효과적으로 요리했다. 최고구속 139km/h에 평균구속 134.7km/h로 빠른 볼의 구위도 평소보다 좋았다. 마치 최우수 신인상을 수상한 지난 시즌 초반의 피칭을 재현하는 듯했다.
 
이날 신재영이 잡은 삼진은 8개. 개인 한 경기 최다 탈삼진 타이기록이다. 몸쪽 빠른 볼을 붙인 뒤 바깥쪽 슬라이더를 던져 무더기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다. 대부분 타자를 2, 3구 이내에 빠르게 승부해 잡아내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1회와 9회를 제외하면 이렇다 할 위기도 없이 순식간에 이닝을 ‘삭제’해 나갔다.
 
경기 후 만난 신재영은 “오늘 모든 공이 원한 대로 간 건 아니지만, 전반적으로 좋았다. 몸쪽 공을 많이 쓰려고 노력했는데 그게 잘 된 것 같다”고 밝혔다.
 
신재영 이전 넥센의 마지막 ‘무4사구 완봉승’을 거둔 주인공, 브랜든 나이트 투수코치도 이날 신재영의 투구를 “전부 다 좋았다”고 칭찬했다. 나이트 코치는 “슬라이더 비중이 너무 높다 보니 우타자들이 바깥쪽만 노리는 경향이 있었다. 그래서 몸쪽 패스트볼을 더 많이 던지게 요구했는데, 오늘 그 부분이 좋았다”고 밝혔다. 
 
완봉승이 처음이라 포즈가 어색해도 이해해 주세요(사진=엠스플뉴스)
 
신재영은 9회 마지막 아웃 카운트를 잡은 순간 주먹을 불끈 쥐며 기쁨을 표현했다. 신재영은 당시 느낌에 대해 “'아! 끝났다’ 싶더라. 대학 시절 이후 완봉승을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다. 마지막 타자를 꼭 잡고 싶은 마음에 간절하게 던졌는데 땅볼이 됐다”고 말했다. 
 
“오늘은 타구가 날아오면 몸으로라도 막아 아웃카운트를 잡겠다는 생각이었다. 그간 팀에 도움이 된 게 너무 없어서 간절한 마음으로 던졌는데, 잘 된 것 같다. 아직 이거(완봉승) 하나로 갚기엔, 그간 너무 못했기 때문에 앞으로 남은 경기에서 잘하도록 노력하겠다.” 신재영의 말이다. 
 
넥센은 시즌 전까지 외국인 원투펀치와 신인왕 신재영으로 이어지는 선발진을 구상했다. 그러나 외국인 투수 션 오설리반 퇴출에, 신재영이 5월 이후 흔들리며 구상이 깨졌고 선발투수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다행히 벼랑 끝에서 살아 돌아온 신재영의 호투로, 넥센은 선발투수 신재영을 다시 얻었다. 한 경기 호투만으로 평가하긴 이른 감이 있지만, 13일 신재영이 보여준 투구는 신인왕을 수상한 지난 시즌 모습 그대로였다. 신재영의 호투로 넥센의 막판 순위 경쟁과 포스트시즌 전망에도 다시 파란 불이 켜졌다.
 
'구원 실패' 한현희, 선발로 반등 노린다
 
한현희의 모자엔 이런 문구가 쓰여 있다(사진=엠스플뉴스)
 
신재영의 역투로 6연패를 끊고 한숨을 돌린 넥센이 넘을 다음 산은 14일 선발투수다. 이번엔 한현희 차례다. 넥센은 선발투수가 구멍 난 14일 한화전 선발로 한현희를 예고했다.
 
한현희는 올해 토미존 수술 복귀 첫 시즌을 보내고 있다. 시즌 초반 선발로 던지다 팔꿈치 통증으로 한 차례 2군에 내려간 뒤, 다시 올라와서는 마무리 투수 역할을 맡았다. 그러나 정작 제대로 마무리를 한 날은 얼마 되지 않는다. 
 
한현희는 7월 27일 LG전 끝내기 홈런 맞고 패전, 8월 5일 롯데전에서도 연장 10회말 홈런을 맞고 패전투수가 됐다. 8월 18일 롯데전에서도 4-2로 앞선 9회초 동점 투런 홈런을 맞고 블론세이브를 기록했다. 9월 9일 SK전에선 제이미 로맥에 9회말 끝내기 홈런을 허용한 뒤 잔뜩 상기된 얼굴로 마운드를 내려왔다.
 
한현희의 잦은 피홈런은 선발과 불펜의 투구 스타일 차이가 원인이다. 한현희는 “선발을 하다 불펜으로 가니까 적응하기 어려웠다. 선발은 초구에 안타를 맞아도 큰 타격이 없다. 초구부터 가운데 보고 던져서 스트라이크를 잡기가 편하다. 그런데 불펜은 초구도 쉽게 던질 수가 없다”고 밝혔다.
 
실제 한현희가 7월 27일 박용택에게 맞은 홈런은 스트라이크를 잡으러 들어간 패스트볼이 담장 밖으로 날아간 사례다. 9월 9일 SK전에서는 카운트를 잡기 위해 바깥쪽으로 던진 슬라이더가 홈런이 됐다. 물론, 이는 한현희의 구위가 수술 이전만큼 압도적이지 않아서 생긴 결과일 수도 있다.
 
안타까운 점은, 한현희에게 심리적 충격을 극복할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잇단 끝내기 피홈런과 구원 실패에도 한현희는 계속 급박한 상황에 마운드에 올랐다. 그리고 다시 피홈런과 구원 실패가 반복되면서, 악순환에 빠졌다. 아무리 멘탈이 강한 한현희라도 견뎌내기 쉽지 않은 상황의 연속이다. 
 
“초반 몇 차례 블론세이브 이후 기분이 정말 좋지 않았다. 일 년에 많아야 4, 5개인 블론세이브를 한 번에 몰아서, 그것도 홈런으로 하니까 어이가 없었다. 사실 처음에는 계속 ‘열 받은’ 상태로 경기에 나가서 던졌다.” 한현희가 8월에 나눈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9월 9일 끝내기 피홈런 다음날인 10일, 넥센 벤치는 6-10으로 뒤진 6회에 한현희를 마운드에 올렸다. 다소 부담이 덜한 상황에 올라가 자신감을 찾게 하려는 의도였다. 하지만 이날도 한현희는 최정에 만루홈런을 맞고 5실점 한 뒤 마운드를 내려왔다. 이제는 불펜으로 다시 기용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 되고 말았다. 
 
결국 넥센은 14일 경기에 한현희를 임시 선발로 정했다. 장정석 감독은 이 기용이 잇단 구원 실패로 위축된 한현희의 분위기를 바꿔 주려는 의도가 있음을 시사했다. 어차피 불펜으로 다시 올리기는 팀으로서도, 한현희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한 가지 희망적인 건 한현희가 시즌 초반 선발투수로 충분한 가능성을 보여줬단 점이다. 한현희는 매 경기 6이닝 이상을 적은 실점으로 버티며 한동안 팀의 에이스 역할을 했다. 비록 팔꿈치 통증과 팀 사정 때문에 불펜으로 이동하긴 했지만, ‘선발 한현희’는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문제가 됐던 팔꿈치 통증도 지금은 많이 줄어든 상태다. 한현희는 “수술 복귀 첫해다 보니 공 던지다 조금이라도 뭔가 안 맞으면 결과가 아픈 느낌이 들었다. 지금은 괜찮아졌다. 시즌 초에 많이 던지긴 했지만, 무리했다는 느낌도 없다”고 밝혔다.
 
넥센은 한현희가 14일 선발 등판을 통해 잃었던 자신감을 되찾길 기대하고 있다. 만약 신재영에 이어 한현희까지 좋은 투구를 펼친다면, 넥센은 구멍난 선발진 두 자리를 감쪽같이 복원할 수 있다. 외국인 투수 두 명과 신재영-한현희의 선발진은 시즌 초반 넥센 선발진이 가장 ‘좋았던 시절’의 조합이기도 하다. 
 
신재영은 해냈다. 한현희도 해낼 수 있을까. 기사회생과 전화위복의 기대를 안고, 넥센은 14일 대전에서 한화전을 치른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