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륭 원사이드컷]기름기 뺀 바르셀로나, 담백해졌다.

조회수 2017. 9. 13. 09:0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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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8 UEFA 챔피언스리그 D조 1차전, 바르셀로나 v 유벤투스 매치 리뷰

바르셀로나가 담백해졌다.

에르네스토 발베르데 신임 감독의 첫 번째 챔피언스리그 경기에서 바르셀로나는 유벤투스에 3-0 완승을 기록했다.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 8강 맞대결 이후 5개월 만의 재회, 스코어는 같았지만 이번에는 바르셀로나가 웃었다.

유럽대항전 통산 99호 골을 기록한 메시 (UEFA.COM)

# 발베르데의 바르셀로나

루이스 엔리케가 떠나고 에르네스토 발베르데가 왔다. 바르셀로나는 시끄러운 이적 시장 속에서 새 시즌을 맞이했다. 프리시즌은 무난했지만 곧바로 이어진 슈퍼컵에서 레알 마드리드를 넘지 못했다. 하지만 리그 1라운드 베티스 전을 시작으로 알라베스, 에스파뇰을 상대로 실점없이 9골을 넣으며 3연승을 기록했다.

엔리케 시절, 좋았을 때의 직선적 연결과 전방 MSN의 현란한 느낌은 적었다. 과르디올라 시절 같이 눈이 피곤하지도 않았다. 앞선 리그 경기를 통해 지켜본 발베르데의 바르셀로나는 결코 화려하진 않지만 담백했다. 마치 피자에 가장 기본적인 토핑만 들어갔는데 훌륭한 맛을 내는 것처럼 바르셀로나는 공을 줘야 할 때 주고, 뛰어야 할 때 뛰면서 그 누구도 경기 내내 흐름을 역행하지 않았다.

                                                          바르셀로나 선발 라인업
                                                            유벤투스 선발 라인업

# 미드필드

기름기를 뺀 담백한 플레이 스타일의 중심은 미드필드였다. 발베르데는 중원에 영향력을 향상시키며 공수 밸런스를 중시했다. 리그 2라운드 알라베스 전부터 부스케츠-이니에스타-라키티치 조합으로 미드필드가 구성됐다. 파울리뉴나 세르지 로베르토 등 다른 유닛이 있지만 이 조합이 현재 바르셀로나 중원 조합의 첫 번째 선택이다.

히트맵을 통해 세 미드필더의 활동 범위와 역할을 확인 할 수 있다. 부스케츠는 후방에 위치하여 팀의 운전대를 잡았고 라키티치는 오른쪽에서 간결한 터치로 중립적인 역할을, 이니에스타는 주로 왼쪽에서 중앙으로 치고 들어오며 공격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세 선수는 총 269 차례의 볼 터치를 기록했는데, 이는 바르셀로나 전체의 32%에 해당되는 기록이다. 뿐만 아니라 공 터치 수 에도 서로 큰 차이가 없었다. 부스케츠 93회, 이니에스타 90회, 라키티치 86회, 고르게 분포된 미드필더들의 볼 터치는 중앙과 측면 모든 곳에서 전진 패스를 가능하게 했다.

                       부스케츠 히트맵
                     이니에스타 히트맵
                       라키티치 히트맵
 양 팀 중앙 미드필더들의 히트밉 비교 (좌-바르셀로나 / 우-유벤투스) 후스코어드닷컴

바르셀로나의 모든 상황에 미드필드가 관여되어 있었다. 메시와 이니에스타를 제외한 대부분 선수들은 세 번의 터치 내에서 플레이를 진행했다. 어려운 패스 대신 눈에 보이는 동료에게 쉽게 연결하고, 다시 한 발 움직였다. 그 과정이 반복되다 보니 공의 전개가 간결해졌고 효율적인 점유율을 유지 할 수 있었다. 궁극적인 목적, 그 과정에서 바르셀로나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균형(밸런스)였다. 공수 대부분 상황에서 수비-미드필드-공격의 간격은 적절하게 유지되었고 적절하게 유지된 간격은 좋은 형태로 연결되었다. 자연스럽게 좋은 형태가 나오다보니 전환 과정에서도 장점이 되었다. 공격에서 수비로 전환 될 때는 기초 빌드업 단계에서 몇 차례 개인 실수로 유벤투스에게 역습에 의한 슈팅을 허용했지만, 반대로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 될 때는 완성도 높은 모습을 보여줬다.

가장 흐름이 좋았던 후반전 첫 25분 동안, 바르셀로나의 볼 점유율은 75%까지 치솟았다. 그 시간대에 라키티치와 메시의 추가골도 터졌다. 바르셀로나는 오늘 모두 9차례의 슈팅을 기록했다. 그리고 모든 슈팅은 중앙 지역에서 시도됐다. 유벤투스가 수비 블록을 견고히 쌓고 기다렸지만 바르셀로나는 여러 차례 중앙에서 중앙으로 연결되는 전진 패스를 통해 유벤투스 수비 블록을 흔들었고 골 까지 만들어냈다. 수비 블록을 구축한 모든 팀의 중앙은 견고하다. 특히 센터백과 수비형 미드필더가 겹쳐 위치한 페널티 에어리어 위 쪽 지역은 공격수 입장에서 두 차례 이상 공을 만지기 어려운 곳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르셀로나는 그 지역을 공략했고 결과까지 만들어냈다.

 바르셀로나의 모든 슈팅은 중앙 루트에서 발생했다.

공 하나만 통과할 정도로 좁은 간격이지만, 그곳으로 빠르고 정확하게 패스를 보낼 수 있는 이니에스타, 그리고 공을 만지기 어려운 그 지역에서 강하게 온 공을 수비의 압박을 이겨내며 컨트롤하고 공격적으로 돌아서서 슈팅까지 연결하는 메시. 어느덧 서른 세 살이 되었지만, 이니에스타는 여전히 이니에스타 이다.

 33세 , 하지만 이니에스타는 여전히 이니에스타 이다.
페널티 에어리어 중앙 지역에서 메시의 영향력

# 메시

당연한 이야기지만 메시는 특별하다. 메시는 오늘 드디어 부폰을 상대로 두차례나 골망을 갈랐다. 최근 3경기에서 7골, 유럽대회 통산 99번째 골을 기록했다. 은퇴한 선수가 선수출신이 섞여있는 조기축구에 나가서 매 경기 꾸준히 한두골 이상 기록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메시는 세계에서 가장 축구를 잘하는 선수들이 모인 리그에서 수 년 째 거의 매 경기 득점하고 있다.

시즌 초반, 메시의 퍼포먼스가 대단하다. 사실 바르셀로나의 프리시즌 경기 때 느낀건데 ‘액션 스피드’가 향상된 것 같았다. 멈췄다가 빨라질 때의 폭발성, 순간적으로 치고 나갈 때의 속도 변화가 향상, 아니 거의 가장 좋았을 때의 수준으로 돌아온 것 같았다.

최근 몇 년간 메시는 여름에 충분히 쉬지 못했다. 브라질 월드컵, 코파아메리카에 연이어 참가했고 충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로 다시 새 시즌을 준비했다. 하지만 이번 여름은 달랐다. 고향에서 재충전의 시간을 갖었고 결혼식도 올렸다. 그래서인지 몸 동작에서 에너지가 느껴진다.

드리블, 터치 등 공과의 관계에서 최정상급인 메시가 ‘액션 스피드’까지 스스로 컨트롤 할 수 있다면 이론을 통해 훈련으로 구축 할 수 있는 수비 조직력은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어차피 한 경기에 1~2 장면만 나오면 되는 법, 그리고 이미 축구팬들은 그런 장면이 제법 익숙하다. 메시는 그렇게 해왔으니까.

메시는 바르셀로나 선수 중 가장 많은 6회의 드리블 돌파를 중요한 위치에서 기록했다. (후스코어드닷컴)
 메시 볼터치 총 83회. 특히 슈팅으로 연결된 PA 근처 터치가 핵심이다. (후스코어드닷컴)

# 유벤투스

양 팀 모두 시즌 오프닝 슈퍼컵에서 패했지만 리그 개막 이후 나란히 3연승을 달리고 있었다. 챔피언스리그 1차전부터 거인들끼리 만났지만 기록과는 반대로 팀 컨디션은 판이하게 달랐다. 바르셀로나는 수아레즈의 무릎이 100%는 아니였지만 최상의 라인업을 구성하는데 어려움이 없었다. 하지만 유벤투스는 만주키치, 케디라, 키엘리니, 마르키시오가 부상으로 빠졌고 콰드라도 까지 징계로 결장했다.

“출발은 좋았지만 바르셀로나는 경기를 바꿀 수 있는 선수를 보유하고 있었다.”

데 실리오, 마튀이디, 코스타 등 새로 영입된 선수들이 선발 출전하여 분전했지만 몇 차례 중요한 장면에서 결장한 선수들이 계속 떠올랐다. 설상가상으로 데 실리오 조차 부상으로 전반전 경기장을 떠나며 미드필더인 스투라로가 풀백에서 플레이했다. 어려운 상황에서 유벤투스는 첫 44분을 영리하게 보냈지만 전반 종료 직전, 메시에게 한 차례 왼발을 허용한 이후 알레그리 감독의 인터뷰처럼 격차는 빠르게 벌어지기 시작했다.

 경기 내내 유벤투스는 기초 빌드업  단계에서 실수가 있었다. 키엘리니, 케디라의 공백? 어쩌면 보누치?

후반전, 공격 강화를 위해 베르나르데스키를 투입하며 디발라와 이과인을 지원했지만 큰 효과는 없었다. 디발라 역시 이번 경기를 앞두고 4차례 공식전에서 7골을 터뜨렸지만 리그보다 낮은 점유율 속에서는 뚜렷한 장점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앞으로 부상 선수가 돌아오고 새로 영입된 유닛들까지 적응을 마치면 11월 말,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리턴 매치에서 알레그리 감독이 색다른 아이디어를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면 알레그리 감독이 제조하는 토리노 산 와인은 늘 숙성 기간이 필요했던 것 같다.


# 9월 일정 

리그와 챔피언스리그는 다르다. 그렇기에 초반 리그에서 잘 나가는 양 팀의 챔스 맞대결을 기대하고 있었다. 바르셀로나는 담백함을 통해 발베르데 체재에 대해 기대감을 갖게 했고, 유벤투스 역시 패했지만 앞으로 개선될 가능성을 보여줬다. 바르셀로나는 이번 승리로 시즌 초반 순풍을 달게 됐다. 10월 A매치 전까지 헤타페-에이바르-지로나-라스팔마스로 이어지는 리그 대진과 스포르팅을 상대하는 챔피언스리그 2차전까지 천천하고 꾸준히 전력을 상승 시킬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9월 남은 일정까지 바르셀로나가 담백할 수 있다면, 발베르데의 바르셀로나는 10월, 다음 단계로 넘어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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