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예의 MLB현장] 황재균과 류현진의 깨달음, "팬서비스란"

조회수 2017. 9. 20. 17:2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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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재균에게 팬서비스란, “호날두를 보면서 많이 느꼈다.”

황재균, “착류, 착류도 있잖아요.”
기자, “착류? 그게 뭐에요?”
황재균, “착한 류현진. (웃음)”

한국 시각으로 지난 3일 새크라멘토에서 황재균과 마지막 인터뷰를 하던 중이었습니다. 기자는 황재균에게 “솔직히 놀란 부분이 있다.”고 말하며, 그 두 가지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첫 번째는 인터뷰가 늘 진솔하고 꾸밈없었던 것이고, 두 번째는 팬들을 대하는 태도가 인상 깊었다는 것입니다. 

자연스레 선수와 팬서비스 이야기를 나누게 됐습니다. 황재균의 팬서비스가 눈에 들어온 이유는 사인을 해주는 것뿐만 아니라 팬들과 아이컨택을 하고, 간단한 소통을 하는 모습이 자주 보였기 때문입니다. 능숙하지 않은 영어에도 황재균은 팬들의 물음에 답하고, 눈 마주치며 소통했습니다. 

미국으로 건너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스프링캠프의 어느 날입니다. 경기 전, 워밍업을 하던 중 잠시 짬을 내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던 황재균. 그는 이제 경기하러 가야 한다고 말하며 양해를 구합니다. 

트리플A 리버캐츠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사인하다가 팬이 질문하면 눈을 마주치고, 알고 있는 단어를 최대한 이용해 친절하게 답합니다. 

그리고 메이저리그에 콜업 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 PNC파크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경기 전, 야수들은 15분 전쯤 워밍업을 하기 위해 그라운드에 나옵니다. 다른 선수들보다 2~3분 먼저 나온 황재균은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야수들도 모두 나왔고, 트레이너도 그라운드에 나오자 황재균은 “I have to warm up. I'll be back. (워밍업 해야 해서요. 끝나고 다시 올게요)”이라고 말하며 팬들에게 양해를 구합니다. 

황재균의 통역을 맡았던 김민형 씨는 “재균이 형이 미국 오자마자 물어본 게 팬들 대할 때 사용하는 영어였어요. 지금 가야 하는데.. 워밍업 끝나고 와서 해드릴게요. 등 이런 표현들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물어봤죠. 정확하게 팬들에게 답해주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황재균은 “이제는 길을 가다가도 사인이나 사진 찍자고 하면 무조건 응한다.”고 말합니다. “이제는? 예전엔 그렇게 못했다는 의미에요?”라고 물으니, “사실 못했다.”며 솔직하게 답합니다. 

“넥센에서 자이언츠로 갔을 때가 23살. 자이언츠에 가니 팬들의 관심이 커졌음을 느끼겠더라고요. 그런데 그 관심이 솔직히 부담됐어요. 길을 걷다가도 팬들에게 둘러싸이기도 하고, 커피숍을 가거나 음식점을 갔을 때도 알아보는 팬들이 계속 사인 요청을 하고.. 그때는 팬들의 마음을 알지 못했어요. 어린 나이에 그냥 부담이라고 생각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황재균은 팬서비스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할 계기가 있었다며 세계적인 스포츠 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이름을 꺼냈습니다. 

“호날두가 저를 많이 바꿔놨죠. 아는 사이가 아니고요. (웃음) 굉장히 좋아하는 선수인데, 호날두의 팬서비스를 보면서 많은 걸 느꼈어요. 정말로. 호날두가 보여준 팬서비스 이야기가 많잖아요. 굉장히 감동이더라고요. 아이와 아이컨택 하며 인사하고, 사진 찍고, 사인해주고. 유니폼 벗어 주고.. 등등 어떻게 보면 선수에게 큰 어려움은 아니거든요. 어려운 일 아니에요. 근데 그 장면들이 엄청난 감동을 주고, 가슴 따뜻해지고… 세계적인 스타도 저런 팬서비스를 하는데..라는 생각이 확 드는 거예요. 내가 뭐라고 부담을 느꼈나 싶기도 하고. 정말 그 생각이 드는 순간부터 팬들 한분 한분 모두가 소중하게 느껴지더라고요.” 

황재균은 호날두의 팬서비스를 보면서 깨달았다고 전했습니다. 그리고 그 후로 딱 한 번의 사인 거절이 있었고, 매번 응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 한 번의 거절은 언제였을까. 

“팬서비스에 대한 생각이 바뀐 뒤로, 매번 잘 응했던 것 같아요. 사진 찍어 달라고 하면 사진도 같이 찍고.. 그런데 한 번의 거절이 있었어요. 휴지를 내밀며 사인을 해달라고 했는데, 차마 거기에는 못하겠더라고요. 휴지를 보는 데 차마.. 그래서 “죄송한데, 제가 휴지에는 사인하는 건…좀.. 대신 사진 찍어 드리면 안 될까요?”라며 사진 찍자고 제안했어요. 다행히 서로 기분 나쁘지 않게 잘 진행됐고요.” 

팬의 소중함과 팬서비스의 의미를 몰랐을 땐 ‘부담’이라고 느꼈지만, 그 의미와 가치를 깨달은 이후엔 팬 한분 한분이 모두 소중하다고 말하는 황재균. 그 깨달음 이후에 실천에 옮겼고, 앞으로도 그럴거라고 확실하게 말합니다. 

기자는 황재균의 말을 들은 뒤 이렇게 말했습니다. “알면서도 안하면 문제가 되겠지만, 깨달아서 실천에 옮겼다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지금 황재균 선수가 보여주는 팬과의 소통이 보기 좋다.”라고. 

◆ 착류, “팬이 원하면 한다”

이에 황재균은 한 마디 더 거듭니다. “착류, 착류도 있잖아요.”
착류가 뭐냐고 물으니 “착한 류현진”이라고 답합니다. “LA 갔을 때 보니까 현진이 팬 서비스 좋던데요? 착해졌어요. 그래서 제가 착한 류현진이라고 불러요. (웃음)” 

결국, 깨달음이었습니다. 

류현진도 지난해 팬서비스 논란이 있었습니다. 하나둘 사례가 나오더니 여론은 악화됐고, 전에 깨닫지 못했던 팬서비스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사실이 아닌 이야기도 나돌았지만, 당시 류현진은 “무조건 내 잘못이다.”며 “이제부터 사인이든 사진 요청이든 적극 응하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 뒤로 류현진은 정말 바뀌었습니다. 사인이든 사진이든 팬서비스에 적극적입니다. 

사인도 사인이지만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플레이어스 위크엔드였던 지난 8월 말. 주말 3연전에만 닉네임 유니폼을 입었는데, 3일 중 류현진이 등판하는 날은 없었습니다. 우드나 다르빗슈를 보면 닉네임 저지를 입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선발 투수의 경우엔 경기 뛰는 날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저지를 입을 이유가 없습니다. 같은 날, 류현진도 우드처럼 훈련복을 입고 더그아웃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더그아웃에 나온 류현진에게 “왜 저지 안 입었냐?”고 물으니 “안 입어도 되는데..”라고 말합니다. 이런 류현진에게 “팬들이 보고 싶어 할 텐데..”라고 한 마디 던졌습니다. 류현진은 두말하지 않고 별명이 적힌 특별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다시 더그아웃에 나왔습니다.

다른 설명도 하지 않았고, 입고 나오라는 부탁도 하지 않았습니다. “팬들이 보고 싶어 할 텐데..”라는 말 한마디에 류현진은 곧바로 유니폼을 갈아입고 나왔습니다. 그리고 등을 떡하니 보여줍니다. 팬들에게 보여주라면서 말이죠.  ‘팬이 원하면 한다!’는 게 류현진의 생각입니다. 

계기는 달랐지만, ’깨달음’은 두 선수를 변하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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