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타슈켄트] 보여준게 없는 '신의 축구' 축배보다 반성이 먼저다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
한국축구는 9월 6일(한국시간) 타슈켄트 분요드코르 스타디움에서 끝난 우즈베키스탄과의 2018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10차전에서 0-0으로 비겨 조 2위의 성적으로 본선진출을 확정했다. 천신만고 끝에 얻은 결과다.
자력은 아니었다. 이란이 안방에서 시리아와 2-2 무승부를 거뒀기에 승점 2의 격차를 유지한 덕분에 2위를 지켜낼 수 있었다. 경기내용이 만족스러웠던 것도 아니었다. 8월 31일 홈 이란전도 이번 우즈베키스탄 원정도 똑같은 결과를 냈다. 연이은 0-0 무승부. 이 정도 플레이라면 본선에 가서도 기대할 것이 없다는 비난도 나온다. 분명 아쉬운 결과지만 그렇다고 마냥 폄훼할 필요도 없다. ‘신태용호’는 8월 21일에 출범한 새로운 배다.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
이 과정에서 치른 2차례 중요한 전투였다. 만일 슈틸리케 감독과의 이별이 좀더 빨랐고 그래서 신 감독에게 보다 시간적인 여유를 줬더라면 이보다는 훨씬 상황이나 결과가 좋았을 것이라는 안타까움은 남는다.
타슈켄트에서 신 감독은 자주 상념에 빠져 있었다. 대표팀이 훈련장으로 사용한 분요드코르 스타디움 7번 보조구장에서 눈이 마주치면 살짝 미소를 보냈지만 평소의 그답지 않게 쫓기는 듯한 모습이었다. 일각에서는 신 감독이 과거 이끌었던 연령별(20세 이하·23세 이하) 대표팀과는 비교할 수 없는 월드컵의 중압감에 당황했고, 멘붕에 빠진 것이 아니냐는 시선도 보냈다.
사실 운명을 건 전투를 앞두고 마음이 평온한 지휘관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평정심을 최대한 지키는 것이 할 수 있는 전부다. 잠도 거의 이루지 못했다. 끼니를 거를 때도 많았다. 얼굴이 핼쑥해졌다. 대표팀 스태프는 “감독님이 많이 힘드신 것 같다”고 걱정했다. 대표팀 단장으로 원정길에 동행한 협회 김호곤(66) 기술위원장은 “(신)태용이가 세상에 홀로 서 있는 느낌일 거다. 당사자가 아니면 결코 알 수 없는 기분이다. 열심히 각종 정보를 취합하고, 대응을 준비하고 전략을 세워도 부족함이 느껴진다. 시시각각 바뀐 전황에 빠르게 판단하고 대처해야 한다. 리더가 그래서 어렵다”고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독이 든 성배’를 받아들였기에 감내할 몫이다. 갑작스레 기회가 찾아왔던 것은 맞다. 슈틸리케 감독이 계속 머물렀다면 신 감독은 2018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릴 아시안게임과 3년 뒤 2020도쿄올림픽을 대비했을 것이다. 그런데 운명이 소용돌이쳤다.
축구대표팀 신태용 감독. 스포츠동아DB |
한 때 영웅으로 추앙받다가 하루아침에 죄인으로 몰린 홍명보(48) 감독의 전철을 기억하라는 진심어린 조언도 있었다. 이 때 협회 안기헌(63) 전무로부터 연락이 왔다. “함께 해봅시다.” 많이 고민하지 않았다. “열심히 하겠다”고 답했다. 자칫 일이 꼬이면 ‘역적’의 꼬리표가 평상 따라다닐 수 있다는 걸 알았지만 자신이 있었다. “대표팀 감독의 기회는 흔치 않다. 운명으로 여겼다. 긴 호흡에 따라 뽑힌 감독이 아닌 소방수지만 역할은 같다. 큰 꿈을 가장 큰 무대에서 펼쳐 보이고 싶었다.”
K리그 최고의 공격수로 한 시절을 풍미했지만 유독 대표팀과 인연이 없었다. 태극마크를 달고 신 감독이 밟아본 가장 큰 국제대회는 1992바르셀로나올림픽이었다. 국가대표로 나선 A매치는 23회(3골)로 많지 않다. 월드컵은 문턱도 밟아보지 못했다. 대신 선수는 어려워도 언젠가 지도자로 지구촌 최고의 스포츠 이벤트에 도전하겠다는 꿈은 잃지 않았다.
많은 이들은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과 올해 U-20 월드컵에서 토너먼트에 오르자마자 조기 탈락한 신 감독이 중요한 경기에 약하다고 꼬집는다.
닉네임만 그럴싸한 ‘그라운드의 여우’일 뿐, 공격에 치중하면서 균형적인 전략·전술을 갖추지 못한‘개살구’라고 헐뜯는 사람도 있다. 그래도 경험과 지식은 비례한다. 쌓이고 쌓일수록 강해지는 법이다. 신 감독은 월드컵 본선진출을 확정한 직후 “한국축구의 우수성을 본 무대에서 증명하겠다”고 약속했다. 그 말을 믿는다. 본선까지 남은 시간을 알차게 사용해서 새로운 한국축구를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뜨겁게 응원한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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