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인터뷰] 한국 복귀 앞둔 황재균 "아쉽지만, 미련은 없다"
[매경닷컴 MK스포츠(美 새크라멘토) 김재호 특파원] 3일(이하 한국시간) 새크라멘토 시내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콧수염이 거뭇거뭇하게 자라 있었다.
"면도기 충전기가 없어서 면도를 못했다"며 웃어보이는 그. 지금은 캐리어 한 개만 남기고 나머지 짐들은 모두 한국에 있는 부모님 댁에 보냈다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소속 마이너리그 선수 황재균(30). 지금 이맘 때쯤 AT&T파크의 필드를 누비고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그는 지금으로부터 5일전, 구단으로부터 확장 로스터 기간 메이저리그에 콜업되지 않을 것이라는 통보를 받았다.
"두번째로 마이너리그에 강등됐을 때 답이 안보였다. 첫번째 강등 때는 타격감을 찾자고 했는데 두번째 통보 때는 구단의 태도가 바뀌었다. 미래에 대한 얘기는 없었다."
황재균의 통역을 맡고 있는 김민형 씨는 "그때 다시는 올라가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 예감은 현실이 됐다. 자이언츠 구단은 2일 그를 40인 명단에서 제외하는 마이너 이관 조치했다. 황재균은 5일까지 진행되는 트리플A 새크라멘토 리버캣츠 시즌을 소화하는 것으로 시즌 일정을 마칠 예정이다.
메이저리그 18경기에 출전, 타율 0.154(52타수 8안타) 2루타와 홈런 1개씩에 5타점. 실로 초라한 성적이었다. 사실은 제대로 시작도 못했다. 이번 시즌 그가 빅리그에서 얻은 기회는 57타석이 전부. 이는 그의 재승격을 가로막은 파블로 산도발(93타석), 라이더 존스(110타석)과 비교하면 턱없이 적은 기회다.
"적은 기회였지만, 조금만 더 잘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귀국을 앞둔 황재균의 표정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그러면서도 "구단 입장에서는 나보다는 다른 선수를 키우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것은 내 운"이라며 자신의 처지를 덤덤하게 받아들였다.
미련이 남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하고싶은 것은 다 해서 미련은 없다"고 말했다. "정말 다행인 것은 메이저리그에서 한 경기라도 뛰어봤다는 것이다. 미련은 없다. 한국에 돌아가서도 미련없이 재밌게 야구를 할 수 있을 거 같다."
제일 아쉬운 순간은 두번째 콜업
황재균은 지나온 순간중 가장 아쉬운 순간으로 첫번째 강등(7월 23일) 이후 6일만에 다시 콜업됐던 그때를 떠올렸다. 당시 트리플A에서 타격감을 찾으라고 그를 내려보냈던 자이언츠는 LA다저스의 좌완 투수들을 상대하기 위해 트리플A에서 두 경기만 치른 황재균을 다시 급하게 올렸다.
"그때 계속 경기를 나가지 못해 타격감이 바닥이었다. 후반기 첫 시리즈에서 대타로 나갔는데 공이 하나도 안보였다. 내려가서 감을 다시 찾으려고 했는데 공이 하나도 안보였다. 그런데 가자기 올라왔다. 첫 경기에서 안타를 어떻게 쳤는지도 몰랐다."
그런 와중에 그는 다저스 좌완이자 동갑내기 친구인 류현진을 상대했다. 황재균은 류현진과 두 차례 승부에서 땅볼과 삼진으로 물러났다. "현진이 공이 제일 좋았다. 공이 계속 모서리에만 꽂혔다. 체인지업이 그냥 존 바깥으로 떨어지는 것이면 참는데 가운데로 오다가 떨어졌다." 그는 당시 류현진과의 승부를 떠올렸다.
이후 서서히 잘맞은 타구도 나오고 볼넷도 얻으며 감을 찾는 것 같았지만, 그는 다시 강등 통보를 받았다. 그는 "지금 생각하면 그것이 내 운인 거 같다"고 말했다. "타자들은 계속 경기에 나가면 누구나 기본은 한다. 중요한 것은 어떤 선수가 기회를 잘 살려 주전 기회를 잡느냐다. 감이 올라오는 상황에서 콜업되는 것도 중요하다"며 자신은 이런 면에서 운이 따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답답하지만, 내가 못친 것은 사실이다. 감을 못찾고 올라온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나마 벤치코치에게서 수비는 메이저리그에서 통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받았다"고 말을 이었다.
시즌 초반 마이너리그에서 생활한 시간들은 힘들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어떤 어려움도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하고 왔는데 막상 받아들이려니 힘들었다. 처음 마이너리그에 왔을 때 빨리 벗어나고 싶었고, 이를 벗어날 길은 홈런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나를 ’장타를 치는 내야수’라 생각해 데려왔을 거라는 생각이 너무 강했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홈런밖에 없다고 생각했다"며 그때를 떠올렸다.
동료들과의 추억은 1년간 미국 생활에서 얻은 또 다른 소득이다. 황재균은 잊을 수 없을 동료들로 헌터 펜스, 닉 헌들리, 타이 블락 등을 언급했다. "선수들이 전체적으로 나에게 잘해줬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여기서 다시 김민형 씨의 말을 들어보자."보통의 신인 선수들은 노장들이 엄청 괴롭힌다. 버스에서 노래를 시키는 것은 기본이고 ’계약금이 얼마냐’ ’너네 엄마 예쁘냐’ 등 짓궂은 질문도 한다. 이동하거나 평소 생활할 때도 신인들에게는 편한 자리를 안내주거나 버스에서 내릴 때 제일 늦게 내리게 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가 올라왔을 때 다른 루키 선수들이 지참서같이 대응법을 알려주고 그러더라. 그런데 막상 동료들이 재균이형에게는 짓궂은 것도 안시키고 편하게 있으라고 했다. 왜그러냐고 물어보니 ’황재균은 루키지만 루키가 아니지 않느냐. 명성이 있는 선수에게 그럴 수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메이저 계약 아니면 도전하지 마라
황재균은 시즌이 끝난 뒤 LA로 이동, 이전에 한 차례 도움을 받은 덕 래타 코치를 찾을 예정이다. LA다저스 주전 3루수 저스틴 터너 등 여러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타격을 지도해 화제가 됐던 래타 코치는 지난 6월 새크라멘토까지 직접 찾아와 황재균의 타격을 도왔고, 그 결과 황재균은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을 수 있었다.
그는 "6월에 도움이 정말 많이 됐다. 사람도 너무 좋고, 나도 타격에 대한 미련이 있고 내년에 잘하고 싶어서 마지막에 배워서 가려고 한다"며 미국 일정의 마지막을 래타 코치 방문으로 정한 이유를 설명했다. "다음 시즌에 구단이 허락하면 스프링캠프 합류하기 전에 다시 훈련을 받을 생각도 있다"고 덧붙였다.
짧았던 빅리그 도전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그이지만, 그것이 야구 경력의 후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닌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미 오프시즌 훈련 계획을 다 짜놨다고 밝힌 그는 "매년 발전해야 한다. 성적에 만족하지 않고 매년 발전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 계속 올라가고 싶다"며 더 발전하고 싶다는 욕심을 드러냈다.
"웨이트를 더 해서 힘을 키워 방망이 무게를 올리고 싶다. 골반과 어깨의 가동 범위를 넓혀서 스프링처럼 탄력을 키울 생각"이라며 구체적인 훈련 계획까지 밝히는 그의 표정은 정말로 진지했다.
그는 이어서 "팬들중에 ’우리 팀에 와줬으면 좋겠다’고 하는 팬들이 많았는데 그 부분이 나는 너무 좋았다.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이 좋았다"며 자신의 복귀를 기다리는 팬들이 많다는 사실에도 기쁨을 드러냈다.
한국에 가면 양념치킨이 제일 먹고 싶다는 황재균, 그는 마지막으로 자신과 똑같은 도전을 생각하고 있는 선수들에게 짧지만 강한 충고를 남겼다.
"30대에 1년 계약을 맺은 선수에게는 많은 기회를 주지 않는다. 메이저리그 계약이 아니면 이곳에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고생할 자신이 있다면 와도 좋다."
한편, 황재균은 3일 엘 파소 치와와스(샌디에이고 파드레스 트리플A)와의 홈경기에서 대타로 출전, 좌익수 라인드라이브 아웃으로 물러났다. 팀은 1-8로 크게 졌다. 이제 같은 팀과 홈경기를 두 차례 더 치르면 공식적으로 시즌 일정을 마치게 된다. 귀국은 조용히 비공개로 하고싶다는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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