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구의 빌드업6] 슈틸리케와 신태용 감독은 어떻게 달랐나

조회수 2017. 9. 1. 15:2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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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예선 이란전 두 경기 데이터 비교분석

또 한 차례의 이란전이 유효슈팅 없이 끝났고, 대한민국의 월드컵 본선은 끝까지 안개 속을 가게 됐다. 두 차례의 이란전을 비교하여 슈틸리케호와 신태용호는 어떤 점이 달랐는지 분석해본다.

 

나도 중계 때 많이 한 말이지만 “더 세밀한 연결이 필요하다”, “더욱 빠른 전환이 필요하다”와 같은 말들은 근본적으로 크게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결국에는 “더 축구를 잘해야 한다”는 말인데 당연한 목표를 이루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이 빠져있기 때문이다. 모든 감독들이 가능하기만 하다면 더 세밀한 연결을, 더 빠른 전환을 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선수들의 실력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상대와 우리의 전력차이, 특징을 고려해 상대의 장점을 최소화하고 우리의 장점을 극대화 해 최대한 축구를 잘 할 수 있는 ‘확률’을 높이는 그 팀만의 방법을 우리는 그 팀의 ‘색깔’이라고 부른다.

 

슈틸리케호가 부진한 성적 자체보다 훨씬 큰 비난을 받았던 데는 바로 이 ‘색깔’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도대체 어떤 시도를 하려다 졌는지, 그래서 앞으로는 달라 질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비전이 없었다. 신태용호는 오늘 경기 전반전에 한해서는 그래도 한가지 뚜렷한 색깔을 보여주었다.

 

바로 압박이다. 

일단 라인업 전원을 압박에 능한 선수로 구성했다.

 

그리고 이날 한국은 중간단계를 생략한 롱볼을 전방으로 뿌리는 경우가 많았는데,

a) 이는 최전방 공격수로 한번의 연결을 의도한 롱볼은 아니었다.

b) 오히려 최전방 공격수가 롱볼을 따내지 못하더라도 이어지는 세컨볼 싸움을 높은 활동량을 기반으로 승부를 걸기 위함이었으며

c) 세컨볼을 따내지 못하더라도 압박에 능한 우리 선수들이 최대한 높은 지역에서 압박을 시작하고 상대를 몰아붙여

d) 이란 철옹성 수비의 실수 또는 최대한 조직력이 흐트러진 상황에서 찬스를 잡기 위해서였다.

높은 지역에서도 이루어진 상대 공격 차단  (팀트웰브)


실제로 이와 같은 신태용호의 실용적 선택은 공격 형태에서도 슈틸리케 호와 다른 결과를 낳았다.

두 감독의 이란전 빌드업 비교

롱볼과 측면밖에 없었던 작년 승부에 비해 뒷 공간 침투를 비롯해 패턴이 다양화 되었다. 하지만 모든 상황이 변하는 사건이 후반 이른 시간에 터졌는데 바로 이란 에자톨라히의 퇴장이었다. 아이러니 하게도 바로 이 시점부터 신태용호는 슈틸리케호와 뚜렷한 차이를 더 만들어 내는데 실패했다.

 

특히 공격성공률에서.

 

슈틸리케호와 신태용호 모두 전체 공격시도 횟수 대비 위협적 슈팅 연결 확률은 0% 에 그치고 말았다. 숫적 열세에 놓인 이란은 더 이상 올라오지 않고 하프라인 지역까지 모두 한국에게 넘겨 준 채 굉장히 수비적인 자세를 취했다. 반드시 승리가 필요한 한국대표팀은 완성도 높은 공격이 어느때보다도 필요했으나 이를 이뤄내지 못했다.

두 감독의 이란상대 공격 끝점 히트맴 (팀트웰브)


상위 이미지는 한국의 공격이 마무리된 지점을 나타낸 히트맵이다. 두 맞대결 모두 이란의 박스 안으로 진입하는 데 상당한 애를 먹었을 뿐만 아니라 두 명의 유럽파; 손흥민과 황희찬의 컨디션이 100% 가 아니었던 어제 경기에서 오히려 더욱 힘든 모습이었다.

 

물론 고려해야 할 요인은 있다. 이란은 최근 5경기에서 위협적 슈팅 허용률이 무려 0.92%였다. 상대가 백번 공격을 시도했을 때 위협적인 슛이 하나를 채 허용치 않았던, 화면으로 느껴지는 것 이상의 위력이 있는 팀이라는 것.

그리고 또 하나는 신태용 감독이 부임한지 이제 2개월, 이번 경기의 훈련기간은 10일, 모든 선수들이 모여서 완전체 훈련을 한 것은 3일 남짓이라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손흥민과 황희찬은 부상에서 갓 돌아온 상태였다.

 

한국 대표팀에게 스페인과 같은 경기력을 기대할 수는 없다. 그것은 감독의 문제가 아니다. 스페인의 2016년 유소년 선수의 숫자는 66만 5천여명. 한국은 2만7천여명이다. 보여지는 차이가 10이라는 것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차이는 대략 100정도 된다고 봐야 하는데 이건 무려 30배 차이다.

 

또 한번의 실망을 팬들이 느끼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질타 또한 당연하다. 하지만 절망이라고 할 정도로 바뀐 점이 없지는 않았다. 그리고 신태용 감독에게는 세상 어떤 감독보다 시간과 응원이 필요한 시기다. 남아 있는 단 한 경기로 신태용 감독의 모든 것이 판가름 날 수도 있다는 것이 잔인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더욱 신태용 감독이, 한국대표팀이, 이겨내기를 간절히 바란다. 월드컵 진출 실패시 한국축구가 받는 타격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좋은 팀이 만들어 지는데는 긴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한국이 여기까지 오는데도 절대 쉽지 많은 시간과 노력이 있었다.

하지만 모든 과거의 강팀이 그랬듯, 공든탑이 무너지는데는 쌓는 데 걸린 시간의 반의 반도 걸리지 않을 것이다. 

다시 한번 우즈벡 전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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