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탯토리] 구원투수로 '이닝을 쪼갤' 때

조회수 2017. 8. 29.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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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감독의 일 중 투수교체가 가장 어렵다고도 한다. 경기 후반의 박빙승부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게다가 결과가 좋으면 칭찬받는 것은 투수이고 결과가 나쁘면 감독이 앞서 비난받는다. 결과론이라 해도 별 수 없이 그게 '팬지상정'이다. 

교체타이밍을 잡을 때 고려할 것은 많다. 점수차, 남은 이닝, 투타 상성, 구원투수의 컨디션과 피로도, 다음 경기에 대한 안배 등등. 이런 변수를 고려한 투수운용방법 중 흔히 ‘이닝쪼개기’라고 부르는 것이 있다.  엄격하게 정의된 개념은 아니지만 보통 ‘한 이닝을 두명 이상의 투수가 나눠 맡는 것’을 말한다.

‘이닝 쪼개기’는 보통 타이트한 상황에서 나온다.  아슬아슬한 순간을 수읽기와 판단력으로 돌파하려는 감독의 승부수다. 실제로 올 시즌 ‘이닝쪼개기’ 즉 구원투수가 이닝의 첫타석이 아닌 이닝 중간에 등판한 경우, 80.3%는 주자가 있었고 점수차 평균은 2.7점이다. 구원투수가 새로운 이닝 시작에 맞춰 등판할 때는 당연히 '0아웃 주자없음'에 마운드에 오르고 평균 점수차는 3.5점이었다.

결과는 어땠을까. 감독의 승부수는 '성공적'이었을까.  

'이닝쪼개기'는 아무래도 투타 상성을 따져 특정 타자를 겨냥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결과만 놓고 볼때  '쪼갠이닝' 첫 타석 결과는 '시작이닝' 첫 타석 결과보다 휠씬 나쁘다.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이닝쪼개기’로 등판했을 때와 그렇지 않았을때, 첫타자 상대 결과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다.

'이닝시작' 등판투수의 첫타자 상대결과 :  타율 .272 출루율 .345 장타율 .414 피OPS .758
'쪼갠이닝' 등판투수의 첫타자 상대결과 :  타율 .290 출루율 .371 장타율 .458 피OPS .830      

이닝을 쪼갤 때 결과가 휠씬 나쁘다.  어디서 이런 차이가 생겼을까.  생각해볼 수 있는 요인은 세가지다.

첫째는 투수와 타자의 수준차이.  '쪼갠이닝'은 더 급박하고 결정적인 순간이다. 따라서 타석에 마침 더 강한 타자들이 나왔을 수 있다. 또는 '쪼갠이닝'을 막기 위해 올린 투수들이 더 약한 투수였을지도 모른다.

둘째는 등판시점의 주자상황이다. '이닝시작' 상황은 아웃카운트도 주자도 없는 깨끗한 상황이다. 반면 '쪼갠이닝' 상황은 그렇지 않다.   이 차이가 투수에게 나쁜 영향을 주었을지도 모른다.

셋째는, 등판 상황 그 자체다. 새로운 이닝 시작 전에 통보를 받고 준비를 하는 것과 이닝 도중에 벤치의 호출을 받고 달려나가는 것에서 오는 차이일 수도 있다.

두 상황에서 투수, 타자의 수준은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이닝시작'에 등판한 투수 평균 피OPS는 0.797이다. '쪼갠이닝'에 등판한 투수 평균 피OPS도 똑같이 0.797이었다.  투수의 수준은 같았다.

'이닝시작'의 첫타자 평균OPS는 0.782 이다. '쪼갠이닝'의 첫타자 평균OPS는 0.803이다. '쪼갠이닝'에서 상대한 타자가 약간 더 잘치는 타자였다.  하지만 0.758(시작이닝)과 0.830(쪼갠이닝) 의 거리를 설명하기엔 너무 작은 차이다.

'쪼갠이닝'에 마운드에 선 피OPS.797 투수가 왜 첫타자 상대에서 OPS.830라는 나쁜 결과를 기록했는지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 

무사 주자없는 상황에 투수들이 더 잘던지기 때문일까.

'이닝시작' 투수는 당연히 ‘0아웃 주자없음’에 마운드에 오른다.  '쪼갠이닝' 투수는 그렇지 않다. 80.3% 경우에서 주자가 있을 때 마운드에 오른다. 그렇다면 퀵모션 부담과 심리적 압박이 투수를 흔들어놓았던 것일까?

선발투수 경우 ‘0아웃 주자없음’ 피OPS .795이고 그렇지 않을 때 피OPS .794로 거의 같다. 구원투수 경우도 등판 첫타석을 제외하면 ‘0아웃주자없음’에서 피OPS .794, 나머지 경우에서 피OPS .800 으로 비슷하다.

‘구원투수 첫타자 승부’를 예외로 하면, 다른 모든 경우 투타 승부에서 ‘0아웃 주자없음’이란 조건은 투수에게 특별히 더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구원투수의 등판 과정의 차이다.

'이닝시작' 등판은 앞선 이닝 종료에 맞춰 등판통보를 받고, 이닝 브레이크 때 준비를 마치고, 이닝 시작과 동시에 마운드에 선다.   '쪼갠이닝' 등판은 이닝이 진행되는 도중 벤치의 호출을 받고 마운드로 달려나가야 한다.  '쪼갠이닝'과 '시작이닝'에서 투수-타자 수준이 비슷했고 또 주자상황이 타석결과에 영향을 주지 않는 것이라면,  이 '등판과정 차이'가 OPS.758과 OPS.830이라는 전혀 다른 결과를 초래했다는 추측을 가능케 한다.

물론 구원투수의 첫타자 승부가 아니라 두번째 타석 이후의 승부에서는 또 다른 양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닝쪼개기'의 의도가 지금 타석에 선 '바로 그 타자의 저격'일 경우라면 결과는 의도와 달랐다.  OPS .803 타자에게 OPS .830의 결과를 허용했기 때문이다.  혹시 '쪼갠이닝'의 첫타석 승부가 실패로 돌아가고 다음 타석에 또 새로운 투수를 마운드에 올렸다면 결과는 더 나빠질 것이다.  통계는 이닝을 잘게 쪼갤수록 나쁜 결과가 누적될 것임을 시사한다.  이런 것이 '이닝쪼개기'의 결과다. 

물론 평균이 모든 것을 설명할 수는 없다. '쪼갠이닝'에 더 강한 투수가 있을 수 있고 '쪼갠이닝'에서 좋은 결과를 낸 팀이 있을 수도 있다.   다음은 올 시즌, 10개팀의 투수교체 중 '이닝시작'과 '쪼갠이닝'의 비중, 그리고 그 결과다.

'쪼갠이닝' 등판이 가장 적은 팀은 넥센히어로즈다. 전체 구원등판의 24.4%만 '쪼갠이닝' 등판이다. 역시 '이닝시작' 등판의 결과가 더 좋다. '이닝시작' 첫타석에는 0.706,  '쪼갠이닝' 첫타석에는 0.795다.

가장 자주 이닝을 쪼갠 팀은 LG트윈스다. 전체 구원등판 62.6%가 '쪼갠이닝' 즉 이닝시작 시점이 아니라 이닝 중간에 교체된 구원등판이었다.  '이닝시작' 첫타석 결과는 OPS .712, '쪼갠이닝' 첫타석 결과는 OPS .738이다.  '쪼갠이닝'의 결과가 상대적으로 나쁘지만 큰 차이는 아니다.  '쪼갠이닝' 피OPS 0.738도 나름 준수한 결과다.    

그런데 구원투수 운용에서 전혀 다른 선택을 했던 LG와 넥센 두팀에게 비슷한 부분이 있었다.  구원투수 등판 첫타석 결과가 피OPS .728과 .727로 거의 같다. 그런데 LG트윈스의 불펜은 넥센히어로즈의 불펜보다 좀더 강한 편이다.   LG트윈스가 '이닝쪼개기'를 좀더 줄였다면 결과는 어떻게 달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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