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구의 빌드업6] 산체스가 없는 아스널의 아쉬움

조회수 2017. 8. 20. 15:1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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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 2R 스토크 1-0 아스널 리뷰

잉글랜드 1부리그의 개막전이 금요일날 치뤄진 것은 129년 역사 중 처음이었는데 아스널은 레스터를 상대로 4-3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며 이에 걸맞은 명승부를 펼쳤다. 그렇다면 아스널이 2연승으로 리그를 시작한 적은? 무려 8년 전인 2009년. 많은 기대를 모았지만 1-0 석패를 기록한  2R 스토크 전을 리뷰해본다.


1. 양팀 공격패턴

양팀 공격패턴. '팀트웰브' 제공

스토크 시티는 철저히 철저히 롱볼과 역습 위주의 공격을 펼쳤다. 최근 몇 년간 특유의 ‘상남자 축구’ 색깔이 많이 옅어졌지만 그래도 이날 스토크의 선택은 매우 합리적이었는데 그 이유는;

a. 기술적으로 더 뛰어난 선수들이 많은 아스널을 상대로 중원싸움 맞불을 놓는 것은 피해가 더 크고,

b. 빠른 속도가 가장 큰 장점인 아스널 공격수들에게 뒷공간을 주지 않기 위해 내려앉은 5-4-1 형태의 수비전술을 택했으며,

c. 추포모팅-헤세-샤키리 공격편대는 아직 발을 맞춰 본적이 없어 유기적인 연계보단 개인 능력에 의존한 공격이 효과적인데 카운터 어택이 이에 제격이기 때문이다.


2. 박스 앞 중앙지역

이에 맞춰 아스널은 자연스럽게 주도적인 경기를 펼쳤다. 점유율은 8:2 정도까지 가져가며 스토크보다 3.5배나 많은 패스를 기록했다. 하지만 많은 것을 포기했던 스토크가 단 한가지 포기하지 않았던 것,박스 앞 중앙지역이였다.

스토크 5-4-1 수비형태. SPOTV 중계화면

스토크의 3-4-3은 수비시 깊은 5-4-1 형태로 바뀌었는데 유독 중앙공간, 5백 앞의 중앙공간을 집요하게 방어했다. ‘지독하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아스널의 모든 장점을 봉쇄하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마음먹은 한가지는 확실히 꺾고 가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팀트웰브’의 분석자료에 따르면 이날 아스널의 전체 공격 횟수 중 위협적인 슈팅까지 연결된 비율은 단 6.7%에 그쳤다. 이날 전체 공격 빌드업 횟수가 정확히 90번, 의미있는 슛은 5~6차례 정도만 허용한 것이다. 마크 휴즈 감독은 어쩔 수 없는 5~6차례의 위기를 작년 국가대표팀 경기에서 발목이 부러져 한 시즌을 거의 통으로 날린 버트란드 골키퍼에게 걸었다. 그리고 이날 버트란드는 그 믿음에 그대로 보답했다.


3. 외질 & 쟈카

시도: 공격 시도했으나 차단

전개: 공격 시도 후 페널티박스까지 연결

완료: 공격 시도 후 위협적 슛까지 연결

외질 정도 되는 선수에게는 항상 높은 기대가 따른다. 팀이 해답을 찾지 못할 때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외질은 쟈카와 함께 팀에서 가장 많이 공격을 시도했지만, 1라운드에 이어 2R에서도 100% 컨디션이 아닌 듯 했다. 오히려 기록적으로는 25번의 공격시도만 한 채임벌린이 페널티 박스까지 연결 10회, 위협적 슈팅까지 연결 2회를 기록하며 더 효율적인 모습을 보였다. ‘빠른게 곧 개인기’인 장점을 적극 활용했다.

 쟈카는 두 경기 연속 자신의 패스미스가 실점으로 연결되는 것을 지켜봤다. 물론 레스터전에선 엘네니의 ‘나몰라라 패스’가 한몫했고, 이날 경기에서도 온전히 쟈카의 잘못이라 보기 힘들다. 특히 공격적인 성향의 동료들에게 둘러싸여 있어 쟈카의 실수가 더욱 두드러져 보일때가 많다. 다만 앞쪽으로 볼을 운반할 때 더러 불안한 모습이 있다는 것은 이 장점 많은 선수가 한단계 더 발전하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4. 지루의 투입. 하지만 같은 전술

1-0으로 끌려가던 상황에서 지루의 이른 투입을 모든 이가 기대했다. 안되는 걸 같은 방식으로 계속 시도하는 것만큼 보기 힘든 것도 없다. 지루는 아스널 벤치에서 유일하게 다른 유형의 공격수였고, 66분 투입됐다. 하지만 그 뒤로도 아스널은 과감하게 과정을 건너뛰고 박스안으로 볼을 투입하는 대신 같은 방식을 고수했다. 지루는 몇차례 없는 찬스 속에서도 결정적인 헤더를 뽑아내긴 했지만, 득점까지는 무리였다.

지루 투입이후로도 같은 롱볼비율. '팀트웰브' 제공

20년만의 3백 변화가 있긴 했지만, 벵거 감독이 전술적으로 유연한 편이라 하긴 힘들다. 오히려 그 반대다. 굉장히 고집이 있다. 하지만 이 고집 자체를 비판해서는 안된다. 바르셀로나 역시 고집이 있었다. 누구보다 고집 센 플레이 스타일로 유럽을 수차례 제패했다. 우승년도의 레스터 역시 마찬가지였다. 축구에서 비판받아 마땅한 대상은 고집이 아니다. ‘결과’다. 결과를 내는 고집은 그 팀의 ‘철학’이 되는 것이고, 결과를 내지 못하는 고집은 비판 받는 것이다. 그렇다면 중요한 건 고집(또는 철학)의 ‘완성도’다.

 

5. 결국은 산체스

벵거 감독이 결과를 내기 위해서, 자신의 고집을 완성하기 위해선, 산체스가 필요하다. 최전방 공격수로 진화한 산체스는 상대의 밀집수비 앞에서 반칸 내려와 동료에게 찬스를 만들어 주는 능력에서도 이미 리그 최고다. 상대 수비를 끌고 나와 어딘가 반대편에 공간을 만들어주는, 그리고 그 공간에 있는 동료를 이용하는, 전체 판을 읽고 게임의 판도를 바꾸는 아스널의 유일한 선수다.

1R 산체스의 모습. SPOTV 중계화면

영국 미러지는 벵거 감독이 ‘27일 리버풀 전까지는 산체스가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벵거 감독은 현재 너무 숫자가 많은 스쿼드에서 몇 명을 줄이는 것이 영입보다 더 급한 일이라고 밝혔다. 밝힐 수 없었던 그 뒤의 생략된 말은 이런게 아니었을까.

 

“그리고 그렇게 만든 주급을 모두 배팅해 산체스 재계약에 사활을 걸겠다. 그렇지 않으면 우승도전은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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