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도 질주..KIA 챔피언스필드는 '소주와의 전쟁' 중

광주 |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2017. 8. 18.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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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광주에 야구 열풍이 몰아치고 있다.

올시즌 내내 선두를 놓치지 않고 8년 만에 우승을 향해 달리고 있는 KIA를 보기 위해 구름 관중이 몰려들고 있다. KIA는 지난 16일 NC전까지 55차례 홈 경기에서 총 78만8462명 관중을 기록했다. 지난 시즌 세웠던 창단 이후 한 시즌 최다 관중 기록(77만3499명)을 경신했고 올시즌 목표(78만1200명)도 뛰어넘었다. 7월 현재로 집계돼 있는 광주광역시 인구는 146만6415명이다. 단순 수치로 계산하면, 광주 시민의 53.8%가 올시즌 KIA 홈경기를 직접 본 셈이다. 2만500석 규모의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는 올해 9차례 매진돼 개장 첫해였던 2014년의 최다 매진 기록(7차례)도 가뿐히 넘어섰다. KIA는 잠실을 홈으로 쓰는 LG(85만3819명)와 두산(82만2873명)에 이어 올해 흥행 3위를 달리고 있다.

역대 한 시즌 최다 매진(21회)을 기록했던 2009년의 무등경기장보다 훨씬 쾌적한 챔피언스필드에서 야구를 즐기는 KIA 팬들의 문화도 한층 달라졌다.

■2017년, 광주에서 야구란?

이종범은 과거 해태 시절 관중석 풍경을 떠올리며 “팬들이 이길 때는 내 이름을 외치고 질 때에는 장엄하게 ‘김대중’을 외쳤다”고 말했다. 선동열이 던지고 이종범이 치던 시절, 1980년대를 막 벗어난 광주에서 야구는 일종의 감정 탈출구였다. 삶은 힘들지만 밥 먹듯이 우승하는 해태를 보며 홈팬들은 고달픈 현실을 극복했다.

2017년 챔피언스필드는 광주 시민들이 여가를 즐기는 일종의 문화공간 역할을 하고 있다. 퇴근 혹은 하교 뒤 약속 장소로 야구장을 택하는 사람들이 많다. 꼭 야구를 좋아하지 않더라 저녁 시간을 야구장에서 보내는 경우가 많아졌다. 챔피언스필드가 개장한 2014년부터 장내 아나운서로 활동중인 MC 이슈 씨는 “가족 관람객이 가장 많지만 올해는 단체 팀이 많이 온다. 퇴근후 회식을 야구장에서 하고 선생님과 반 학생들이 단체로 관람하는 경우도 굉장히 많다”며 “올해는 ‘사랑의 전광판’ 이벤트에 고3 수험생의 신청이 부쩍 많아졌다. ‘KIA가 우승하면 나도 마음 편히 수능을 잘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고 전했다.

KIA 타이거즈 비전 TF팀이 올해 관중 129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남성(59.1%)과 여성(40.9%)의 비율이 큰 차이 없고, 연령대도 20대(26.8%), 30대(32.7%), 40대(20.8%)가 고루 분포돼있다. 가족과 함께 야구장을 찾는 경우가 36.5%로 가장 많고 친구(26.5%), 직장 동료(20.3%), 연인(11.9%)과 함께 챔피언스필드를 찾았다.

야구장을 방문하는 팬들의 ‘노하우’도 발전하고 있다. 좋은 야구장에서 좋은 자리에 앉기 위해서는 예매가 필수라는 인식이 널리 퍼졌다. 노대권 KIA 마케팅 팀장은 “현장 판매율이 감소하고 예매율이 지난해 대비 20% 증가했다. 현장에 와서는 좋은 좌석을 구매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이제 팬들이 잘 안다는 뜻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16일 NC전에서 KIA 구단 측이 회수해 보관하고 있던 일부 소주와 막걸리. 광주 | 김은진 기자

■소주와의 전쟁 : 마시려는 자vs막으려는 자

관중석은 흥이 넘친다. 응원하는 KIA가 이겨서 좋고 신나서 좋다. ‘가볍게 한 잔’이 빠질 수 없다.

‘주당’인 팬들에게는 아쉽게도 현재 프로야구장에는 안전한 관람을 위해 6도 이하의 주류만 갖고 들어갈 수 있다. 야구장 안에서도 맥주만 판매하다보니 소주 생각이 간절한 팬들이 많다. 결국 소주를 반입하려는 자와 이를 막아야 하는 자의 싸움이 매경기 벌어진다. ‘입장 제지’ 당한 소주는 이름 적은 스티커를 붙여 구단측에 보관했다가 귀가시 돌려받으면 된다. 그러나 경기를 보며 신나게 한 잔하려던 꿈이 가로막힌 아픔에 차라리 쓰레기통으로 던져버리고 들어가는 팬들도 많다.

소주 전쟁을 펼치는 주인공들은 주로 30~50대 남성 팬들이다. 가끔 중년 여성 팬들도 있다. 소주가 반입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모르고 가져오기도 하지만, 잘 알기에 신선한 아이디어로 무장하는 팬들이 넘쳐난다. 예리한 눈으로 이를 잡아내야 하는 것은 KIA 마케팅 팀의 주요 업무 중 하나다.

다양한 아이디어가 출동하고 있다. 첫 단계는 생수병이다. 물인 척 물병에 소주를 담아오는 팬들이 가장 많다. 물과 달리 소주는 흔들어보면 거품이 일어나 바로 적발된다. 아기 젖병에 물을 담아오는 경우도 있다. 노대권 팀장은 “가장 기발했던 것은 한약 파우치를 제작해 소주를 넣어 건강음료로 위장한 사례였다”며 “난감한 경우는 여성 팬들이 가방이 아닌 옷속에 숨겨 들어오는 경우다. 몸 수색을 할 수 없으니 통과되지만 결국은 관중석도 여러 차례 돌며 점검하기 때문에 소용없으니 소주는 가져오지 않으시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KIA 타이거즈 제공

■100만관중도 가능할까

다양한 팬들을 접하고 있는 KIA는 이제 ‘미지의 세계’로 진입할 준비를 하고 있다. 구단 역대 최다 관중을 넘어 100만 관중 시대를 열 태세다. 17차례 홈경기를 더 남겨둔 상태에서 100만 관중까지는 21만1538명명이 남았다. 올시즌 평균관중이 1만4336명이니 산술적으로는 충분히 가능하다.

현재 10개 구단 가운데 한 시즌 100만 관중을 맞아본 구단은 두산, LG, 롯데, SK뿐이다. 잠실, 사직, 문학 등 2만명 이상을 수용하는 구장을 홈으로 써온 구단들이다. KIA가 도전하는 100만 관중의 의미는 한 차원 다르다. 인구 대비 100만 관중이 차지하는 비율에서 큰 차이가 있다. 서울특별시 인구(990만8000여명) 중 100만명은 10%의 비중이다. 서울 인구를 두산, LG, 넥센 3개 팀 구역으로 나누더라도 100만명은 30%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롯데의 연고지인 부산광역시 인구(348만4800여명) 대비 100만명은 28.7%, 인천광역시(294만7800여명)는 33.9%다. 그에 비해 훨씬 적은 146만6415명이 거주하는 광주에서 100만 관중은 68.2%의 비중이다. KIA는 차원이 다른 ‘100만 관중’ 시대를 연다면 KBO리그 흥행 역사에 한 획을 그을 수 있다.

KIA가 100만 관중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마지막까지 우승을 위한 아슬아슬 레이스를 펼쳐야 한다는 시선도 있다. 반면 KIA의 승패와는 관계없이 올시즌 축제 분위기에 이미 불이 붙어 순위가 언제 확정되든 100만명 돌파는 가능하리라는 시선도 존재한다. 김기태 KIA 감독은 “최다 관중 기록은 구단 직원들이 경기 외적 서비스에서도 노력해준 결과다. 감사드린다”며 “100만 관중을 돌파하면 감독으로서 어떤 이벤트를 할 수 있는지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

<광주 |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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