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의 원샷 야구] 파도파도 미담만..'착한 선수' 롯데 신본기
━ [김원의 원샷 야구] 네 번째 이야기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연봉 5000만원 받는 선수가…'라는 제목의 글과 함께 사진 한 장이 올랐다.
사진에는 부산의 한 식당에서 10만 8500원이 계산된 영수증과 이를 계산한 체크카드가 담겨있었다. 카드 소유자 이름은 ‘SIN BON KEE’.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내야수 신본기(28)다. 이 게시물을 올린 사람은 "(신본기가) 매달 10만원씩 고아원 애들에게 밥을 사준다"고 했다.
"화제될 일이 전혀 아닌데…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하죠. 제가 한 것에 비해 과분한 칭찬을 받은 것 같아요. 사실 봉사활동을 하면서 제가 아이들을 통해 얻는 게 더 많거든요. 오히려 아이들에게 고맙다고 해야하죠."
선행, 평생 인연을 만나다
신본기는 4년 전부터 부산 암남동에 있는 아동 양육시설 '마리아꿈터'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마리아꿈터는 지난 1985년 세워졌다. 0세부터 18세까지 시설에 있으며, 사정 때문에 부모와 함께 살기 힘든 아이들이 꿈을 키워가는 곳이다. 신본기는 군복무 중에도 휴가를 나올 때면 이 곳을 찾아 아이들을 만났다.
"매달 한 번씩 아이들을 찾아가 놀아주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어요. 시즌 중에는 아무래도 시간을 내기 어렵거든요. 그래서 함께 봉사활동을 하는 여자친구에게 카드를 줘 식사를 할 때 계산을 하라고 했거든요. 봉사활동을 함께 하는 분께서 사진을 찍었더라고요. 저희 모임의 활동 내역을 정리하는 곳에 사진을 올려놓은 건데 이렇게 화제가 됐네요."
신본기는 아구계의 '파파미'다. '파파미'는 '파도 파도 미담만 나온다'의 줄임말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신본기의 과거 선행도 함께 주목을 받았다. 이미 롯데 팬들 사이에서는 신본기를 '기부천사'라고 부른다.
"야구를 하면서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던 건 저 혼자 만의 힘이 아니었어요. 고등학교(경남고)를 졸업하고 프로에 지명을 받지 못했어요. 야구를 그만두려고 마음 먹었을 때 동아대에서 기회를 준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제가 받은만큼 돌려줘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고, 이제 조금씩 실천에 옮기고 있어요. 부모님께서도 돕고 사는 걸 좋아하셨거든요. 그 영향도 받은 것 같습니다."
신본기는 봉사활동에서 만난 여자친구와 오는 12월 24일 결혼한다.
"여자친구 언니가 제 팬이에요.(웃음) 봉사활동을 같이 하면서 알게 됐죠. 서로 알고 지낸지는 4년이 넘었지만 본격적으로 사귀기 시작한 건 1년 정도에요. 저를 정말 잘 챙겨줘요. 요즘 보기드문, 정말 찾기 힘든 착한 사람이에요."
기본,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
그해 올스타전 번트왕 상금 200만원은 모두 부산 감천초등학교 후배들에게 전달했다. 감천초 후배들은 더 애정이 간다. 지난 9일에는 구단의 도움으로 후배들을 야구장에 초대했다. 경기 전 시간을 쪼개 구장 옆 보조 경기장에서 함께 훈련을 하기도 했다.
"초등학교 후배들을 보면 처음 야구를 시작했을 때가 생각나요. 후배들을 만나는 시간은 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죠. 롯데에 입단해 처음 갔을 때 야구를 막 시작한 아이들이 이제 벌써 6학년이 됐어요. 하루하루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기특하죠."
마음 씀씀이만큼 실력도 일취월장하고 있다. 데뷔 첫해부터 3년간 백업 내야수로 뛰면서 경험을 쌓은 그는 2014시즌이 끝난 뒤 경찰야구단에 입대했다. 경찰야구단에서 그는 약점인 타격을 집중 보완했다. 2년간 타율 0.351을 기록했다. 지난해 퓨처스리그 최다안타(116개)와 득점(95점)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많은 타석을 경험한 게 큰 도움이 됐어요. 여러 유형의 투수와 만날 수 있었구요. (경찰야구단은) 야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잖아요. 이런저런 실험도 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지난해 9월 제대한 그는 곧바로 1군에 엔트리에 포함됐다. 25경기에 출전해 타율 0.309를 기록했다. 큰 기대를 안고 올 시즌을 맞이했지만, 생각만큼 잘 풀리지 않았다. 부진이 계속되자 4월 말 20여일간 2군에 다녀오기도 했다.
"주변에서도 그랬고, 개인적으로도 기대를 많이 했어요. 하지만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너무 강했던 것 같아요. 기대가 부담이 된 거죠. 제가 주인공이 되려고 하다보니 타석에서 힘도 많이 들어갔고, 경기에 집중하지 못했던 거 같습니다. 욕심을 버리고 내가 할 수 있는 것만 하자고 마음먹은 뒤부터 잘 풀리더라구요. 안타가 한 두개씩 나오다보니 자신감도 붙었습니다."
"저는 아마추어 시절부터 특출난 선수가 아니었어요. 타고난 재능이 없는 내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본'에 충실해야 했습니다. 제일 잘 할 수 있는 것이기도 하구요."
꿈, 같은 자리에 오래 머무는 선수
"상대를 이기기 위해선 악역을 맡아야할 때도 있는 거 같아요. '나쁜 사람'이 될 필요도 있다고 생각해요. 저도 그런 면이 부족하다고 느끼지만 천성이 이런데 어쩌겠어요. 야구장에서 만큼은 악착같이 플레이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프로 데뷔 6년차 신본기는 아직 포스트시즌 경험이 없다. 2012년 데뷔 첫해 팀이 플레이오프에 나섰지만 당시 그는 엔트리에 포함되지 않았다.
"개인적인 목표는 따로 없어요. 팀이 5위 안에 들어가서 포스트시즌을 경험하고 싶습니다. 그게 제 개인 목표죠. 잘 먹고 잘 자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팀이 중요한 시기잖아요. 이제 35경기 정도 남은데 정말 매 경기가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집중해서 이기자는 생각 뿐입니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어떤 야구 선수로 기억되고 싶냐'고 물었다.
"사람의 기억에 남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해요. '같은 자리에 오래 머물면 사람들의 기억 속에 오래 남는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거든요. 여기 사직구장, 제 자리에 오래 남고 싶어요. 그래서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자리잡고 싶습니다."
부산=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원샷--.' 야구 속 '한 장면'에 담긴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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