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복합쇼핑몰서 타이틀전?.."프로복싱 부활위해 관장들이 뭉쳤다"

김용일 2017. 8. 17. 0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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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성이 15일 서울 신도림 테크노마트 11층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한국권투연맹(KBF) 슈퍼페더급 한국챔피언 결정전에서 박준우를 꺾고 우승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제공 | 더 뉴로드 프로모션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여러분 광복절을 맞아 권투가 다시 빛을 볼 수 있도록 멋진 경기를 기대합니다.”

15일 서울 신도림 테크노마트 11층 그랜드볼룸. 한국권투연맹(KBF) 슈퍼페더급 한국챔피언 결정전에 앞서 장내 아나운서가 이같이 외치자 장내를 가득메운 500여 관중이 환호했다. 복싱인과 가족 뿐 아니라 국내 최대 이동인구 지역으로 꼽히는 신도림역 인근에 사는 주민들도 다수 보였다. 침체기를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는 프로복싱 경기에서 모처럼 뜨거운 열기가 느껴졌다.

3년 전 프로복싱 부활을 목표로 출범한 KBF는 수년간 타 단체가 파벌 다툼으로 운영에 잡음이 생기면서 일부 복싱인이 새로 결성한 단체다. 전국 300여개 체육관 중 90% 이상이 KBF에 가입하며 동분서주 복싱 부활을 위해 뛰어다니고 있다. 이 대회 역시 단순한 챔프전이 아니다. 프로복싱 부활의 최대 선결조건은 과거 유명우, 장정구처럼 스타 선수를 배출하는 것이다. 불황을 겪고 있는 국내 복싱 시장 상황은 대형 프로모터가 스폰서를 끌어오지 않으면 대회 자체를 열기가 쉽지 않은 구조가 돼 버렸다. KBF 슈퍼페더급 한국챔피언 결정전은 유명 프로모터가 아닌 KBF와 손잡은 전국 체육관 관장들이 금전적인 손해를 감수해가며 연 대회다. 총대를 맨 대회 주최사 더 뉴로드 프로모션 대표 윤강준 씨도 신길권투체육관 관장이다. 윤 씨는 “건강과 다이어트 목적으로 복싱을 배우는 생활체육동호인이 여전히 전국에 수 천명이 넘는 추세다. 그러나 정작 프로복서가 설 자리가 없어 체육관 내 예비 선수들이 꿈을 잃는 것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 정말 큰 대회를 열려면 갈 길이 멀지만 젊고 유망한 선수에게 경기 경험을 쌓는 기회를 주는 것만으로도 매우 보람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권투연맹(KBF) 슈퍼페더급 한국챔피언 결정전을 앞두고 선수 소개 퍼포먼스가 펼쳐지고 있다. 김용일기자 kyi0486@sportsseoul.com

넉넉한 예산으로 준비하진 못했지만 질적으로는 매우 뛰어난 대회였다. 이종격투기 대회를 보는 듯 링을 중심으로 화려한 조명 아래 선수 입장 퍼포먼스가 펼쳐졌다. 오픈경기와 챔프전 모두 시종일관 뜨거운 펀치를 주고받으며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펼쳤다. 링 위에 오르는 것을 간절하게 기다려 온 젊은 프로복서의 열정이 가득했다. 아내, 아들 2명과 관전한 박주식(37) 씨는 “복싱을 접한 적이 거의 없었는데 쇼핑몰 내에서 이런 타이틀전이 열린다고 해서 호기심이 생겨 가족을 데리고 왔다. 아이들이 지루해할 줄 알았더니 너무나 좋아하더라”고 웃었다.

현장에서 방송해설을 맡은 정선용 KBF 사무총장은 “일본 사례를 참고했다. 우리가 복싱 전성기를 누릴 때 일본은 최악의 침체기를 겪었다. 그때 일본에서는 복싱인 중심으로 대회를 작게나마 열고 티켓도 사주자는 데 적극적으로 동참했다. 우리도 옛날같으면 복싱인들이 라이선스를 내세우면서 공짜로 대회장에 들어가려고 하고 그랬을텐데 이번엔 정말 영업사원처럼 티켓 판매를 위해 뛰어다녔다”고 설명했다. VIP석 5만5000원, 일반석 3만3000원, 단체석 2만 원 등 최근 복싱 인기를 고려했을 때 결코 낮은 금액이 아니었으나 500석이 매진됐다. 출전 선수 파이트 머니와 기타 운영비를 합치면 사실 KBF와 주최사에 남는 돈은 거의 없다. 그럼에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회 유치에 큰 의의를 둔 것이다. 정 총장은 “유명우, 장정구 선배들이 활약했을 땐 방송사에서 중계권료로 1억 넘게 지급했기에 프로모터로는 무리 없이 대회를 유치했다. 격세지감을 느끼나 자업자득이다. 우리가 불황에 대비하지 못한 결과인데 절망만 할수 있느냐.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프로복싱 부활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15일 서울 신도림 테크노마트 11층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한국권투연맹(KBF) 슈퍼페더급 한국챔피언 결정전 오픈경기 57.5kg급 경기에서 주민국(신길권투)이 송이랑(피닉스복싱)을 누른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제공 | 더 뉴로드 프로모션

대회 장소를 체육관이 아닌 복합쇼핑몰이 있는 신도림에서 연 것도 전략적인 선택이다. 정 총장은 “대림동 등 인근 지역에 중국 교포가 지내고 있다. KBF는 최근 복싱 강국으로 발돋움한 중국, 특히 중국 서안지역 복싱협회와 교류를 맺고 한·중전을 치르고 있다. 향후 신도림에서 한·중전을 열어 중국인 관중 유치도 노리고 있다. 이 대회에 서안협회 회장이 방문했는데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KBF 슈퍼페더급 한국챔피언 결정전에서는 김윤성(더원복싱)이 박준우(산본미래)를 상대로 1라운드 1분13초 만에 TKO 승을 따내면서 챔피언 벨트를 손에 넣었다.

◇KBF 슈퍼페더급 한국챔피언 결정전
- 메인 이벤트
김윤성(더원복싱) vs. 박준우(산본미래) - 김윤성, 1R 1분13초 TKO승

- 오픈경기
① 주민국(신길권투) vs. 송이랑(피닉스복싱) - 주민국 4R 3-0 판정승
② 이영민(복싱히어로) vs. 박기태(김태선복싱) - 이영민 4R 3-0 판정승
③ 이재혁(이베레스트) vs. 김범수(SG복싱) - 김범수 4R 2-1 판정승
④ 최문성(대한권투) vs. 이중경(T.A.P 복싱) - 최문성, 8R 2-1 판정승
⑤ 안동수(대한권투) vs. 차철모(창원몬스터) - 안동수 2R 2분30초 KO승
⑥ 최도현(삼성권투) vs. 김영민(브리드복싱) - 최도현 4R 3-0 판정승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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