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링과 선수위해 존재해야 하는데.." 연맹 행정 마비에 女 대표 감독 호소

김용일 2017. 8. 17. 0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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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평창 동계올림픽 컬링 여자 국가대표팀인 경북체육회. 사진은 지난 3월 베이징 세계선수권대회 당시 모습. 제공 | 경북체육회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컬링과 선수를 위해 존재해야 하는 게 연맹이잖아요.”

김민정(36) 여자 컬링 국가대표팀(경북체육회) 감독은 집행부 내분으로 표류, 대한체육회 관리단체로 지정된 대한컬링경기연맹 얘기에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 6개월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연맹 행정이 마비되면서 대표팀에 대한 정상적인 지원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에 “올림픽만 바라보고 아등바등하며 훈련하는 선수들에게 미안할 뿐”이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컬링연맹이 체육회 관리단체로 지정된 소식을 가장 먼저 접한 건 김 감독과 여자 대표 선수들이다. 이들은 최근 이기흥 체육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평창올림픽 경기력 향상지원단의 존재를 7월이 돼서야 알게 됐다”고 말했다. 경기력 향상지원단은 평창에서 한국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내놓은 지원 정책으로 지난해 11월 TF팀을 조직했고 지난 2월 공식 출범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 평창조직위원회, 동계종목 단체가 참여했다. 애초 간담회에 컬링연맹 관계자도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8개월 가까이 대표팀은 전혀 몰랐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이 사실을 직접 듣고 격노했고 그 자리에서 “컬링연맹을 관리단체로 지정하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상적으로 지원단과 소통했다면 대표팀은 예산 걱정 없이 맞춤식 훈련 프로그램은 물론 해외 전지훈련, 외국인 코치 영입으로 전력을 끌어올릴 계기를 만들 수 있었다. 김 감독은 “체육회 관계자의 얘기를 들어보니 현재 컬링 관련 예산도 15억원 남았다는 것 같더라”며 “그간 우리는 연맹에서 예산이 없다는 얘기를 들은 뒤 자생적으로 훈련하려고 애썼는데 너무나 황당했다”고 말했다. 지난 11일 의성에서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믹스더블 대표 이기정도 작심한 듯 “훈련에 한계가 있었다. 평창올림픽이 열리는 강릉컬링센터에 서본 적이 없다”며 홈 이점을 전혀 누리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여자 대표팀은 평상시 훈련하던 의성컬링훈련원에 머무르며 구슬땀을 흘렸는데 이곳은 관중석도 없어 올림픽 분위기를 미리 경험하기가 쉽지 않다. 또 체력 훈련 등 기타 공간마저 없어 경북체육회 도움을 받아 인근 역도장, 양궁장, 조정경기장 등을 돌며 땀을 흘렸다.

컬링연맹은 2016년 9월 장문익 초대 통합 회장을 선출했는데 체육회 감사 결과 자격이 없는 선거인단이 참여한 것으로 확인, 부정선거로 판단하고 지난 6월 인준을 취소했다. 그 후 회장이 공석인 상태로 내부 혼란이 가중됐다. 지난달 19일 김경두 연맹 부회장이 직무대행을 맡았는데 김 감독에 따르면 이때 정부 지원의 존재를 알게 됐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지원 관련 정보가 대표팀에 전해지지 않은 것도 컬링계 내부의 세력 다툼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하고 했다. 회장 직무대행을 맡은 김경두 부회장은 경북컬링협회 전 회장이다. 즉 경북체육회가 중심이 된 국가대표를 견제하는 집단이 연맹 내부에서 ‘검은 행정’을 했다는 의혹이다. 김 직무대행은 “7월 경기력 향상지원단 3차 회의를 한다는 공지를 받고 나서야 이런 조직이 있는 줄 알았다”고 털어놨다.

김 감독은 이번 사태를 두고 컬링계 파벌 또는 세력 다툼이라는 지적에 매우 조심스러워했다. 그는 “내게 체육회 한 관계자께서 ‘연맹 담당자에게 (경북체육회가) 얼마나 미운털이 박혔으면 지원 정책도 듣지 못한 것이냐’고 안타까워하더라”며 “자꾸 주변에서 윗동네, 아랫동네 다툼으로 보시는 데 현장 지도자 입장에서는 그런 게 아니다. 물론 내부에서 (각 팀, 지역마다) 경쟁은 있을 수 있으나 결국 올림픽에서 대표팀이 좋은 성적을 내면 컬링도 발전하고 연맹도 좋은 것 아니냐. 행정적인 견해를 두고 대립이 생겼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설령 누군가를 미워하더라도 연맹의 존재 이유가 무엇이냐. 컬링과 선수를 위한 것”이라며 “남은 기간이라도 예산 잘 활용해서 효율적인 훈련으로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 낼 수 있도록 모든 것을 쏟겠다”고 말했다.

한편 대한체육회는 28일 이사회를 열고 컬링연맹의 관리단체 지정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관리단체로 지정되면 연맹은 모든 권한을 상실하고 체육회 관리위원회가 운영한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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