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금 내라" "출전 땐 징계"..시·도 배드민턴협회 '갑질'

2017. 8. 16.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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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기업 '동호인 배드민턴 대회' 제동 거는 시·도협회〕
"승인받아라!" 요구..그렇게 안하면 '사대회' 규정, 출전 방해
"출전 땐 징계하겠다" 협박성 공문까지 지부에 내려보내
협회장, 생활체육 장려 대신 권력 쥐고 쥐락펴락
'발전기금' 명목으로 기업이나 단체에 거액 요구도
"이게 갑질이 아니고 뭐냐" 동호인들 한탄

[한겨레]

사례 1: ㄱ여행사는 지난 4월29일부터 이틀 동안 충남 아산시 이순신체육관에서 제1회 ㄱ여행사배 전국배드민턴대회를 개최했다. 그러나 관련 협회가 대회 승인은 해주지 않고, 공문을 통해 동호인들의 참여까지 막아 진통 끝에 힘겹게 대회를 치렀다.

충남도배드민턴협회는 이 대회에 대해 “시·도협회가 승인하지 않은 사조직 대회”라며 “충남도협회 시·군 및 전국 시·도지부는 소속 동호인들이 (이 대회에) 절대 참가하지 않도록 철저한 관리를 부탁드린다”는 내용의 공문을 내려보냈다. 그러면서 “권고사항을 미이행한 시·군협회에 대해 행정상 불이익을 줄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놨다.

그러자 ㄱ여행사는 “애초 아산시배드민턴협회와 협의했으나, 협회 내부 사정으로 부득이 자체 대회로 진행하게 됐다”며 “사전통보 없이 협회의 일방적인 불참 권고 공문 발송으로 대회를 통한 회사의 마케팅 활동에 지장을 받았고, ‘사조직 대회’란 표현으로 회사의 이미지도 실추됐다”고 반발했다.

이 대회를 주관한 배드민턴 동호인 모임 관계자는 16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협회가 수백만원 이상의 발전기금을 요구했다. 결국 돈 문제였다. 아산시배드민턴협회의 ‘갑질’에서 나중엔 충남도배드민턴협회의 ‘갑질’로 변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발전기금을 줬을 경우 제대로 집행되는지도 의문”이라고 했다.

사례 2: 스포츠용품 업체인 ㄴ사는 지난해 9월3일부터 이틀 동안 경북 경산체육관에서 회사 이름을 건 배드민턴 대회를 개최하려다 비슷한 일을 당했다. 경북도배드민턴협회가 이 대회는 도협회 차원에서 승인하지 않은 대회라며 산하 23개 시·군 배드민턴협회에 ‘미승인 대회에 참가시 도내 주최, 주관 대회에 참가할 수 없으며, 이를 어기면 징계조치를 하겠다’는 공문을 보낸 것이다.

그러자 ㄴ사 대표는 “이런 공문이 누구를 위한 공문이냐”며 “연합회나 협회는 기득권과 권력을 휘두르는 곳이 아니라 봉사하는 자리라 생각한다”는 내용의 항의성 글을 인터넷에 올리기도 했다. 이 대표는 “경북도배드민턴협회에서 (대회 개최 시) 300만원 하던 승인비를 200만원으로 내리고 3군데 더 승인을 해준다고 했는데, 경산대회는 끝내 승인해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적폐와 갑질문화 청산이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가운데, 동호인 배드민턴 대회 개최와 관련한 시·도배드민턴협회의 ‘갑질’이 논란이 되고 있다. 민간기업이나 단체들의 동호인 배드민턴 대회 개최를 장려하거나 도와줘야 할 시·도 배드민턴협회가 되레 대회 개최 승인을 명분으로 ‘갑질’을 해 곳곳에서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이들 협회는 관할구역 안에서 자신들의 승인을 받지 않는 동호인 대회는 모두 ‘사대회’(사조직 대회)라고 규정하고, 동호인들이 사대회에 출전할 경우 징계를 내리겠다는 내용의 협박성 공문을 내려보내는 등 전횡을 부리고 있다. 게다가 대회 개최 승인을 내세워 발전기금 등 명목으로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을 요구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런 사례는 지난해 엘리트 체육 단체와 생활체육 단체가 통합된 이후에도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생활체육연합회 출신 회장이 통합 회장이 된 인천시배드민턴협회의 ‘갑질’은 더욱 권력화돼 있다. 스포츠용품 업체인 ㄷ사는 최근 인천시 ㄹ구배드민턴협회와 협약을 맺어 이 지역에서 동호인 배드민턴 대회를 열려고 했으나, ㄹ구협회 상부기관인 인천시배드민턴협회에서 승인을 해주지 않아 무산됐다.

이 지역 한 동호인은 “우리 구에서 새로 뽑힌 회장이 동호인들을 위한 일을 하려 해도, 인천시배드민턴협회의 회장과 사무국장이 모두 차단해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다. 이게 갑질이다”라고 한탄했다. 그는 이어 “구협회에서는 시협회와 잡음이 생기면 일하기 힘들어지니까 하는 수 없이 시협회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대한배드민턴협회 고위 관계자는 일부 시·도배드민턴협회의 돈 요구, 동호인 출전 방해 행위 등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냈다. 그는 “중앙협회 차원에서 발전기금을 요구하는 것은 없다. 협회가 승인을 해주지 않았다고 동호인들의 출전을 방해하면 안 된다”고 했다.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동호인 수가 가장 많은 배드민턴 종목은 전국 곳곳에서 매주 동호인 대회가 열릴 정도로 열기가 뜨겁다. 그러나 민간기업이나 단체들이 주최하는 대회에 대해, 관련 시·도배드민턴협회에서 거액의 발전기금을 요구해 갈등이 빚어지는 사례가 빈번해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한겨레신문사와 스포츠하니 공동주최로 열린 ‘제1회 한겨레 아마추어 배드민턴 랭킹대회’ 경기 장면이다. 성남/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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