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열의 하프타임] 허더즈필드에서 진행중인 동화같은 스토리

조회수 2017. 8. 16. 17:4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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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미바디처럼 동화속의 주인공을 꿈꾸는 소년
동화같은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허더즈필드
1년 만에 7부리그 아카데미에서 프리미어리그 리저브팀과 계약한 주인공

지난 주말 아스널과 레스터 경기를 시작으로 2017-18 프리미어리그의 9개월 여정에 들어갔습니다. 1라운드 경기부터 아스널과 레스터의 난타전, 리버풀의 힘겨운 무승부 그리고 지난 시즌 챔피언 첼시의 홈 패배 등, 흥미로운 경기와 충격적인 결과들이 속출했었죠.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이슈를 만든 팀은 우리나라 팬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허더즈필드였습니다.

45년만에 프리미어리그 첫 승을 기뻐하는 허더즈필드타운 팬들 (출처 : 허더즈필드fc 트위터)

45년 만에 프리미어리그 진출 후 첫 경기, 그것도 홈이 아닌 어웨이에서 3대0 대승을 거두었습니다.이청용 선수가 속한 크리스탈팰리스와의 경기에서 말이죠. 우리나라 팬들은 이청용 선수가 뛰는 모습을 볼 수 없어서 안타까울 수도 있겠지만 허더즈필드 팬들에게는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지난 시즌에 만들어 낸 동화가 지금도 쓰여지고 있는 듯 합니다.


제 2의 제이미바디를 꿈꾸는 소년

여전히 많은 선수들에게 희망의 아이콘이자 동화의 주인공인 ‘제이미 바디’. 그를 보면서 어려운 환경 속에서, 하부리그에서, 투잡을 뛰면서 많은 선수들이 꿈을 꾸고 있습니다. ‘나도 제이미처럼 동화의 주인공이 되어야지’ 라는 꿈을…  벽돌공으로 일하던 7부 리거에서 프리미어리그 우승의 주인공이 된 제이미 바디처럼 허더즈필드가 써 내려가고 있는 동화의 주인공이 되고 싶다는 꿈을 꾸는 소년이 있기에 그를 소개 하려고 합니다.

허더즈필드타운와 계약한 데션 달링(출처: 허더즈필드 Examiner)

엊그제 19살이 된 소년 ‘데션 달링’입니다. 물론 그는 음바페나 뎀벨레같은 유명선수는 아닙니다. 솔랑케나 루크만처럼 퍼스트팀 선수도 아닙니다. 허더즈필드 리저브팀인 U23세 팀의 공격수입니다. 의아해 하실수도 있을 것입니다. ‘왜 한국인도 아닌데, 리저브팀에 있는데, 그만한 선수들은 잉글랜드나 유럽에 많을텐데… 그런 선수를 소개하지?’라며…

데션을 처음 만난 것은 작년 7월이었습니다. 스테인즈타운FC 아카데미의 프리시즌 경기였습니다. 스테인즈타운은 7부리그 격인 라이먼리그(프리미어리그를 1부리그로 지칭할 경우)에 속한 팀입니다. 그 경기에서 인상적인 플레이를 보여 준 선수가 있었습니다. 바로 데션이었습니다. 그는 ACTS29 FC (영국FA에 등록되어SURREY SOUTHWESTERN리그에 속한 한국인이 주축이 된 팀)에서 함께 운동도 했습니다. 이 후, 스테인즈타운 퍼스트팀에서 뛰었고, 2017년 1월 당시 18세의 나이로 허더즈필드와 1년 6개월의 계약기간에 사인을 했습니다.

작년 스테인즈타운 FC U19경기를 마치고 기념사진을 찍은 데션과 동료들. 한국선수들의 얼굴도 보인다. (출처 :스테인즈타운 FC)


꿈꾸는 소년의 축구이야기

데션은 2남 2녀의 장남입니다. 런던 동남쪽에 있는 페컴에서 태어난 아프리카계 영국인입니다. 그 지역에는 아프리카 출신들이 주로 거주하고 있습니다. 경제적인 여유가 없었습니다.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좋은 환경도 아니기 때문에 그 지역 아이들은 대부분 축구선수를 꿈꾼다고 합니다. 물론 그도 그 아이들 중 하나였구요. ‘유명한 축구선수가 되어서 가족들을 보살피고 싶다’는꿈을…

“5살때부터 축구를 했어요. 축구를 좋아했어요. 그리고 가족들을 위해 유명한 축구선수가 되고 싶었어요. 어린 남동생과 여동생 둘 그리고 할머니와 엄마와 함께 살아요. 친구들도 축구를 했고, 지금도 축구선수가 많아요. 노르위치, AFC윔블던, 밀월 FC 등 다양한 팀에서 선수생활을 하고 있어요. 동생인 퍼프도 8살인데 축구를 해요.”

데션의 시즌 첫 경기를 응원 온 동생들. 축구를 하는 퍼프와 여동생들.


가족의 생계를 위해 축구를 시작했다는 데션, 그런 그에게 힘든 시기가 찾아왔다고 합니다.

“풀럼에서 아카데미선수를 하다가 부상으로 인해 팀에서 방출되었어요. 한동안 축구를 쉬었죠. 친구들이 프로팀으로 가는 것을 보고 다시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프로 유스팀을 찾기가 쉽지 않더라구요. 결국 스테인즈타운을 찾아서 들어가게 되었어요. 17살때였어요. 처음에는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어요. 훈련장까지 거리도 멀었고, 멘탈적으로 좌절했던 것 같아요. 축구를 쉬는 기간이 있었기 때문에 다른 친구들보다 뒤쳐진다는 생각을 했어요. 빨리 프로선수가 되고 싶었거든요. 다행히 동료인 제리(한국 이름 :장윤호)와 함께 퍼스트팀에서 호출을 받았어요. 하지만 경기를 뛰지 못했어요. U19에서 경기를 뛰고 훈련만 퍼스트팀에서 했어요. 그 때 마음이 힘들었죠.”

“제리를 비롯해 아카데미에 있는 한국아이들이 훈련이 없을 때나 경기가 없는 주말에 성인들과 운동을 한다고 하더라구요. 우리 팀 아카데미 디렉터인 마틴도 아이들이 한인팀에서 운동을 하는 것을 알고 있더라구요. 그래서 저도 프리시즌에 함께 경기에 참여하기도 하고 운동도 했어요. 마음을 다시 잡고 운동을 했죠. ‘나도 친구들보다 잘 할 수 있다’는마음으로요. 그런 와중에 퍼스트팀에서 출전기회를 얻었어요. 그 이후 연락만 주고 받고 함께 그 팀과 운동할 시간은 없었어요."

운동을 하고 있는 데션과 스테인즈타운 FC U19선수들 (출처: 스테인즈타운FC)

자신은 7부리그 U19팀에 있는데 함께 축구를 했던 친구들이 좋은 팀으로 가는 것을 보며 좌절했지만,그런 생각을 동기부여로 바꾸고  여느 성공한 선수처럼 힘든 시기를 운동으로 이겨냈다고 합니다.

“제가 컵대회 결승에서 득점을 하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어요. 이 후 기회가 생겨서 허더즈필드에서 트라이얼을 보게 되었고, 허더즈필드에서 제 모습이 마음에 들었는지 계약을 하자고 하더라구요.  2018년 6월까지 계약을 했어요. 아직 퍼스트팀 스쿼드는 아니지만 그래도 리저브팀에서 열심히 하고 있어요.”


19살 소년의 동화는 여전히 진행형

14일 오후 2시(영국시간) 밀월FC트레이닝센터에서 ‘2017-18 U23 Development League’ 밀월과 허더즈필드 U23의 개막경기가 열렸습니다. 데션은 레프트윙으로 선발출전 했습니다. 56분 부상으로 교체되어 나올 때까지 열심히 뛰었지만 결과는 4대0 패배였습니다. 결과 때문에 그는 얼굴이 많이 어두웠습니다.

“오랜만이에요. 실망스러워요. 경기도 지고 저도 플레이가 좋지 않았어요. 퍼스트팀은 개막전에 잘 했는데… 다음에 뵐게요.”  대화를 나눈 뒤 인사를 하고 버스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그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Don’t be frustrated. You are doing well enough. Your dream will come true(좌절하지마. 넌 충분히 잘하고 있어. 네 꿈이 이루어질거야.)

14일 밀월 U23과의 개막경기에서 패배한 후에 실망한 표정의 데션

경기 전날이 그가 19세가 되는 날이었습니다. 19세가 된 다음 날 그는 개막전 선발 출전했습니다. 작년 이 맘때 그는 7부리그 U19에서 프리시즌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1년 만에 여기까지 온 것입니다. 충분히 잘 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시즌 첫 경기 가 진행되었을 뿐입니다. 그가 서두르지 않고 조금 더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나는 그가 언젠가는 제이미 바디처럼 1군에서 뛰는 꿈을 이룰 것이라는 믿음이 있습니다.

아주 유명한 선수의 스토리는 아니지만 ‘데션 달링’이라는 선수를 통해 현재 축구를 하고 있는 무명의 많은 선수들, 제이미바디를 꿈꾸는 어려운 환경의 선수들과 어린 선수들이 희망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 선수들에게 응원의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Don’t be frustrated. You are doing well enough. Your dream will come true.” (좌절하지마. 넌 충분히 잘하고 있어. 네 꿈이 이루어질거야.)


*U23팀은 백승호선수가 속한 바르셀로나B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될 듯 합니다. U23팀에서는 퍼스트팀으로 호출받기도 하고 퍼스트팀에서 내려와서 경기를 뛰기도 합니다. 부상을 당해서 복귀를 했는데 바로 경기에 투입되지 못할 때 경기감각을 위해서 뛰는 것이죠. 실례로 첼시에서는 파브레가스와 바추아이, 테리를 비롯해 나이 많은 여러 선수들이 지난 시즌에 뛰기도 했구요. 이청용선수도 얼마 전에도 U23팀에서 경기를 뛰면서 경기감각을 회복한 적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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