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범근의 따뜻한 축구] 독일에서 반짝반짝 빛난 우리 아이들

조회수 2017. 8. 2. 16:4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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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살 아이들로 뭉친 독일 원정대 '팀 차붐'이 지난 일요일에 한국으로 돌아갔다.

음식도 말도 날씨도 익숙치 않은 독일에서 열하루를 보냈으니 이제 얼른 집에 가고 싶을 때가 되었다.

뮌헨 공항에서 한국으로 떠나는 아이들을 하나하나 안아주면서 "이제 집에 가니까 좋지?" 하고 물었더니 아이들은 "더 있고 싶다"고 했다. 힘들어 하지 않아서 참 다행이다.



우리 아이들이 또래 친구들과 경기를 하면서 '세계 최고 수준의 축구를 하는 나라도 시작은 우리들과 같다'는 자신감을 갖게 해주고 싶은 것이 이번 프로젝트의 목적이었다. 그럼에도 나에게 이번 원정에서 우리 아이들에게 해준 가장 큰 선물을 꼽으라고 한다면 '아이들이 사랑받고 돌아갔다.'는 것이다.

나의 오랜 친구들은 우리 아이들을 모두 자기 선수들인 것 처럼 예뻐해주었다. 레버쿠젠에서는 어떤 나이 많은 아저씨가 나와서 운동장 문을 열더니 특별히 레버쿠젠 팀의 박물관을 구경시켜주었다.

원정팀 락커룸에 데리고 가서는 "메시도 여기서 옷을 갈아 입은 적이 있다"고 하자 아이들이 "와~!" 하고 좋아했다.



경기가 끝나면 손흥민 같은 스타들이 불려나와 기자들 앞에서 인터뷰를 하는 프레스룸도 보여주었다.


투어 가이드를 해주는 아저씨가 마이크를 켜주면서 아이들이 신나게 한마디씩 하면서 떠들고 놀게 해주었는데, 레버쿠센 운동장을 돌다보니 갑자기 옆에서 가이드를 해주고 있는 이 맘씨좋은 아저씨가 운동장 벽화에 떡!하니 나타났다. 그리고 아이들은 순간 깜짝 놀랐다.

루디거 폴본

레버쿠젠팀 115년 역사중 최고의 순간인 1988년 UEFA컵을 우승할 때, 나는 동점골을 넣어서 경기를 연장전으로 끌고간 공을 세웠지만 이 폴본 아저씨는 승부차기를 막아내면서 결국 레버쿠젠 팀이 우승을 하게 한 가장 공이 큰 선수인것이다. 그래서 아직까지도 루디거 폴본과 내가 사진은 물론이고 벽화들 까지 운동장 여기저기에 그려져있는 것이다.

살이 쪄서 배가 뿔룩나온 아저씨가 헐렁한 티셔츠 하나입고 나타나니까 아이들은 그냥 운동장에서 일하는 아저씨 인줄 알고 관심이 없다가 갑자기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아저씨 벽화 앞에서 단체사진을 찍어댔다. 조금전보다 조금은 존경스러웠을 것이다.그래서 살 좀 빼라고 하니까.....하하하



오후에는 레버쿠센 유소년 감독이 우리 아이들을 한 번 지도해 주면 기억에도 남고 또 아이들이 좋아할 것 같아서 그렇게 부탁을 해뒀다. 모두들 휴가여서 훈련도 쉬고 있는 상태라 한번 알아봐야 한다고 하더니 비가 오는 오후에 지도자가 두명이나 나타났다. 그것도 수퍼급으로!!!!

지난 시즌까지 독일 여자 국가대표팀 코치였다가 이번 시즌부터 레버쿠센 여자프로팀 감독을 맡은 VERENA HAGEDORN, 그리고 분데스리가 시절 나의 동료였던 폴란드 국가대표 출신인 분쫄이 나타난 것이다. 그야말로 헉!이었다. 지나치게 럭셔리 한 거 아닌가!

아이들은 이번 독일 원정중 가장 좋았던 기억이 VERENA와 함께 훈련했던 것을 꼽았다. 너무 재미있었다며. 내가 봐도 정말 재밌게 아이디어있게 잘 가르쳤다.

그날은 내가 독일에 온다는 소식을 듣고 영국에서 날라온 UEFA 카메라팀이 종일 따라 다녔는데, 아이들 코칭을 담당했던 분쫄은 내가 결승전에서 넣은 세번째 골을 자기가 어시스트 했다고 자랑했다.


나에게는 참 좋은 친구 샬리가 있다.

샬리는 dreieich 구단의 부회장이다. 40년이 다 되어가는 친구이니까 평생 친구라고 부를만 하다. 전세 제트비행기 등 항공산업을 하는 hahn air의 본사가 dreieich에 있는데 엄청나게 부자라는 그 회장이 몇 년 전 새롭게 창단한 구단이다. 이 날 친구 샬리 가족은 말할 것도 없고 그 부자 아저씨까지 경기장에 와서 함께 애들에게 목도리를 나눠주며 즐거워 했다.

아래 동영상 속 머리가 짧은 , 우리 아이들과 악수를 나누며 즐거워 하는 맘씨 좋게 생긴 그 아저씨가 그부자 구단주다. 드론까지 띄우며 요란을 떠는 우리 방송팀이 무척 신기한 모양이었다. 자신의 팀과 친선경기를 갖는 우리팀 아이들에게 빵과 과일 그리고 음료를 맘껏 먿으라고 하니까 애들은 기분이 좋은 나머지 아무래도 골을 너무 많이 넣은 것 같다. 하하. 구단주도 내친구 샬리도 우리 아이들의 어깨를 걸고는 마치 자기아이들인 것처럼 얘기도 해주고 이것저것 챙겨주었다. 원래 그렇게 좋은 사람이다.

'샬리는 경기후 고맙게도 영상을 손수 만들어 주었다. 세련되지는 않아도 투박한 그 멋이 마음을 전달하기에 충분하였다.'


다음 날, 아이들은 프랑크푸르트 시내구경을 갔다가 빌리 브란트 역 기등에 붙여진 프랑크푸르트 역대 레전드 열 한명의 사진에 차붐과 함께 그 할아버지도 있는 것을 보았으니 자부심이 더 커졌을것이다.

샬리는 아직도 분데스리가 최다 출장기록을 가진 역사적 인물이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은 아우크스부르크에도 갔다.

6시간 넘게 버스를 타고 갔지만 지루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구자철 지동원 선수와 함께 훈련이 잡혀있으니 얼마나 기다려졌을지 짐작이 간다. 아우크스부르크 유소년 선수들에게 프로 선수는 꿈이다. 그런 스타들이 우리 아이들을 가르쳐주고 경기를 보겠다고 아마추어 연습장까지 나타났으니 같이 사진 찍느라고 독일 아이들과 부모들이 더 신이 났다. 구자철과 지동원은 이곳에서도 스타니까.




그 모습을 지켜보는 우리 아이들의 마음이 얼마나 자랑스러웠을까!! 생각만으로도 뿌듯하다. 아우크스와의 친선 경기에서 세 골을 넣고 끝날무렵 두골을 실점했지만 열흘 남짓 사이 독일에 익숙해진 우리아이들은 자신있게 경기를 하고 기분좋게 마무리를 했다. 아이들의 공기속에는 자부심과 자신감 그리고 즐거움이 꽉 차있었다.

이번 원정대 일정에는 비밀로 유지된 하이라이트가 있었다.

뮌헨에서 두시간 반정도 버스를 타고 짤츠부르크로 황희찬의 경기를 보러가는 것이었다. 차범근 축구상 선배이면서 한창 뜨고있는 황희찬의 경기 초대는 아이들을 설레이게 하기에 충분했다. 거기다 황희찬은 이날 4경기 연속골에 리그 첫골을 성공시켰다. 골이 터지자 운동장의 관중들은 황희찬을 부르며 좋아했다. 부러워하는 이 사람들 앞에서 경기를 마친 희찬이 형이 스탠드까지 와서 아이들의 손을 잡아줄 때, 소리질러 으스대면서 좋아하는 우리 아이들은 그 순간이 아마도 영화속 주인공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희찬이네 감독 marco rose는 자기가 두리랑 같이 뛰었다면서 반가워했다. 차두리는 공은 시원찮게 차면서 여기저기 친구는 참 많다. 공을 못차니 팀을 많이 옮겨 다녀서 그러나? 틀림 없이 그런거 같다.하하. 희찬이는 자기가 막내로 대표팀에 들어갔을 때 두리가 정말 잘 보살펴 줬다며 고마워하는데 두리한테서 사진 한 장이 날라왔다. 한국 선수 경기보러 일본에 갔는데 동갑내기 지친구 포돌스키가 데뷔전에서 두 골을 넣었다며 함께 사진을 찍어 보낸 것이다.

축구 세상은 정말 좁다. 모두가 친구다. 이날 희찬이가 우리 아이들에게 푸짐한 한식으로 저녁을 쐈다.배부르게 저녁을 먹은 아이들은 사진도 찍고 싸인도 챙겼으니 세상에 부러울 게 없어보였다.

그래도 나는 마음이 몹시 불편했다. 그래서 희찬이에게는 이전에 성용이나 자철이 주호 청용이...한테 주었던 것보다 훨씬 더 용돈을 많이 쥐어줬다. 얼마인지는 비밀이다!!




뮌헨 공항에서 아이들을 보내고 돌아오면서 그동안 내가 참 이기적이었구나..하는 후회를 했다. 무엇인가를 하려면 잡음이 있기 마련인데 나는 그런것들이 너무 싫어서 내몸을 사리고 늘 멀리 떨어져 있었다.

나만이 할수있는 이런 일들을 좀 더 열심히 했어야했는데...이제 나를 도와줄 독일의 내 친구들은 점점 현장에서 물러나고있다. 이전 같았으면 더 많이 해줄수 있었는데..하는 아쉬움이 자꾸 남는다. 비록 내가 우리 아이들에게 해줄수 있는 힘이 눈에 띄게 작아지고 있지만 남은 시간은 작은 힘이라도 아이들을 위해 최선을 다해봐야겠다. 그동안 한 것이 너무 없다.

# 원고를 써서 보내놓고 분데스리가 연맹 총재와 점심을 함께했다.

벌써 소문이 다 났다. 우리아이들이 너무 잘한다고.....그리고 우리의 TEAM CHABOOM 프로젝트가 분데스리가에 너무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함께 좋은 프로젝트를 만들기로 약속을 하고나니 기분이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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