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이면 뭐하나. 7시간 동안 공항 바닥에나 앉고

이원희 기자 2017. 8. 1.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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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N스포츠=이원희 기자]

한국 여자농구 대표팀이 2017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 대회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대회 정상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4위를 기록해 내년 9월 스페인에서 열리는 FIBA 월드컵 출전권을 획득했다. 4강전부터는 호주, 중국 등 강호들을 만나 좋은 경기력을 펼쳤다. 세대교체 중인 여자농구 대표팀에 긍정적인 기운을 많이 느낄 수 있는 대회였다.

그러나 여자농구 대표팀은 값진 성과에도 힘겹게 한국으로 돌아와야 했다. 계획했던 귀국 스케줄이 틀어지면서 인도 델리 공항에서 무려 7시간 동안 발이 묶였던 것. 원인은 부족한 환승 시간에 있었다. 선수들이 넉넉히 한국행 비행기를 타려면 3시간 정도가 필요했는데, 대한민국농구협회가 애당초 환승 시간이 1시간45분 밖에 되지 않는 표를 끊어주면서 선수들이 우왕좌왕했고, 결국 한국으로 오는 비행기를 놓친 사고였다.

대표팀은 벵갈루루 캠피코다 국제공항에서 현지시간 오후 3시15분에 델리로 출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출발 시간이 지연되면서 30분 정도 늦은 오후 3시45분에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원래부터 환승시간이 부족했던 것을 알고 있던 선수들은 델리에 도착하자마자 정신없이 짐을 찾았다. 항공사 직원들까지 발 벗고 나서 선수들을 도왔다. 그럼에도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한 명이라도 태워 보내야겠다는 마음으로 짐을 먼저 찾는 선수부터 차례대로 올려 보냈지만, 이미 국제선 카운터가 문이 닫혀 한국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아무도 탈 수 없었다.

기다림의 연속이었다. 비행기를 놓친 대표팀은 대체 항공편도 신속하게 마련되지 않아 약 7시간 동안 공항 바닥에 앉아 다음 비행기를 기다렸다. 선수들의 피로는 쌓일 대로 쌓였던 상황. 이번 아시아컵은 연일 경기를 펼치는 강행군이었다. 게다가 김한별, 김단비 등 몇몇 선수들은 허리와 발목 부상에 힘들어했다. 피로와 부상이 겹쳤는데도 선수들은 제대로 된 안식처 없이 바닥에 누워, 또 짐에 기대 피곤함을 달랬다.

문제는 부족한 환승시간에 있었다. 선수들이 예정된 시간에 벵갈루루를 떠났다고 해도 한국행 비행기를 탔을 것이라고 장담하지 못했다. 협회는 환승시간이 1시간45분밖에 되지 않은 표를 끊어 주었고, 이는 선수들이 환승하기에는 매우 촉박한 시간이었다. 항공사 관계자에 따르면 선수들의 인원이 많고 인도 현지 사정상 환승시간이 넉넉하게 3시간은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지 않아도 부족한 환승 시간에 벵갈루루를 떠나는 비행기마저 늦게 출발하니 꼼짝없이 델리에서 잡히게 됐다. 비행기 티켓을 구매할 때부터 환승 시간을 짧게 잡은 것이 문제였다.

대한민국농구협회 관계자는 "다른 비행기표를 구하려면 인도의 항공사, 또는 국영 항공사인 에어 인디아를 이용해야 했다. 하지만 에어 인디아의 경우 두 번 경유를 해야 했다"고 설명하면서도 "환승 시간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비행기를 환승한다는 것은, 지하철처럼 간단한 일이 아니다. 확인해야 할 절차가 있고 짐도 찾아야 하며, 때로는 예상치 못한 사건 사고까지 발생한다. 여기에 20여명이나 되는 인원이 비행기를 옮겨 타야 했다. 하지만 환승 시간을 생각지 못한 협회의 실수 때문에 선수들은 속절없이 바닥에 몸을 누웠다.

원래 대표팀은 전날(7월31일) 오전 6시50분 인천 공항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인도에서 발이 묶이면서 오후 1시쯤에야 한국에 들어올 수 있었다. 몇몇 기자들은 이른 새벽임에도 도착 시간에 맞춰 대표팀을 맞이할 준비를 했지만, 예상치 못하게 귀국 시간이 늦어져 발길을 돌려야 했다. 협회는 대표팀의 바뀐 예상 도착 시간도 공지하지 않았고, 대표팀은 제대로 된 인터뷰와 환영도 없이 소속팀 숙소로 쓸쓸히 향했다. 사실 대표팀 선수들은 그런 것조차 생각할 힘도 없었다. 한국에 도착한 여자농구 대표팀 선수들은 "너무 힘들다", "죽는 줄 알았다"며 빨리 휴식을 취하길 원했다.

여기에 여자농구 대표팀이 새롭게 탑승할 비행기표를 사기 위해 약 2000만 원의 돈을 소비했다. 환승 시간문제만 없었다면 쓰지 않아도 될 돈이었다. 돈은 돈대로 쓰고 선수들은 선수들대로 힘들어했다. 대한민국농구협회는 국제대회만 있다하면 갖가지 문제로 홍역을 앓아왔다. 2015년 아시아남자농구선수권에서는 '도시락', '손빨래', '이코노미 클래스' 사건 등에 휘말렸다. 이번에도 미숙한 일처리에 선수들이 힘들어했다.

사진=인도 델리 공항에 앉아 있는 대표팀.

mellor@stnspor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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