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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는 구라다] 추신수의 위치도 오프 사이드였나 - 대기 타석 논란

조회수 2017. 7. 28. 17:3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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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여름 KBO 리그를 뜨겁게 달궜던 일이다. 임창용의 ‘창조 견제구’ 사건을 다시 한번 얘기해야겠다.

마무리로 나왔던 그는 갑자기 2루 주자 오재원을 향해 강력한 포심 패스트볼을 뿌렸다. 베이스에 들어온 야수는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 공은 주자의 머리 쪽으로 향했다. 그 이상한 견제구 때문에 그라운드가 시끄러워졌다. 김태형 감독이 달려나와 거세게 어필했다. 양쪽 선수에게 경고가 내려졌다. 임창용에게는 추가로 출장정지 3경기에 사회봉사 120시간의 제재가 부과됐다.

도대체 왜 그랬냐를 두고 말들이 많았다. 일감은 사인 훔치기였다. 오재원이 2루에서 포수 사인을 타자에게 알려줬다고 의심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하지만 다른 원인을 지적하는 야구인들도 있었다. 사실은 오재원이 대기 타석 때 너무 벗어났기 때문이라는 짐작이었다. 거의 포수 뒤까지 나오는 바람에 임창용을 기분 나쁘게 했을 지 모른다는 해석이다. 이 주장을 뒷받침 하는 팩트도 있다. 오재원이 타석에 들어오자 빠른 공이 몇 차례 몸쪽으로 날아들었다. 위협구의 냄새가 물씬 풍겼다. 결국 볼넷으로 출루했다. 거기서 2루 도루까지 했으니, 곱게 보일 리는 없었을 것이다(경기는 KIA의 5-3 승리).

임창용은 이튿날 오재원을 찾아가 사과했다. “그럴 의도는 없었다.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하지만 수군거림은 여전했다. 심지어 미국에서도 화제가 됐다. CBS스포츠는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견제구(korean pitcher unleashes world’s most dangerous pickoff throw)’라고 보도했다.

문제의 작년 경기 장면. 임창용의 공을 보기 위해 오재원이 많이 앞으로 나왔다.    sky sports 중계화면

추신수, 한 걸음씩 앞으로… 

5회 초. 원정 팀이 3점을 따라붙었다. 6-4가 됐다. 안심할 수 없는 스코어가 됐다. 홈 팀의 5회말 공격. 선두 타자 루그네드 오도어의 홈런으로 분위기를 바꿨다. 고삐를 늦추면 안된다. 여기서 결정을 짓자. 사구로 만든 1사 1루에서 9번 조이 갈로가 타석에 섰다.

상대 투수 브라이언 엘링턴이 진땀을 흘리고 있다. 연거푸 볼만 던진다. 열심히 카운트 싸움을 하고 있는 갈로의 왼쪽에 언뜻언뜻 뭔가가 보인다. 3-0이 되자, 그 이상한 물체의 실체가 나타났다. 다음에 나올 타자였다.

갈로의 출루가 유력해지자 그의 움직임은 한결 적극적으로 변한다. 조금씩 중계 화면 안쪽으로 밀고 들어오기 시작한다. 풀 카운트가 되자 아예 타자와 똑같은 움직임이 된다. 투수의 세트 모션에 맞춰 준비 자세로 타이밍을 맞추고 있다. 잘못 보면 타자가 두 명인 것처럼 착각이 들 정도로 꽤 많이 들어왔다.

투수는 결국 볼넷을 허용했다. 1사 1, 2루. 대기 타석에서 공을 8개나 지켜본 다음 타자의 차례가 됐다. 2구째. 92마일짜리가 존 안으로 들어왔다. 정확한 타이밍에 만난 공은 우익수 옆으로 빠져나갔다. 지안카를로 스탠튼이 열심히 중계 플레이를 해봤지만 역부족이었다. 주자 2명은 여유 있게 홈을 밟았다. 9-4가 되며 사실상 이날 승부가 결정나는 지점이었다. 수요일인 그제(한국시간 26일) 텍사스에서 열렸던 마이애미 전 얘기다.

그제 경기 장면. 추신수도 중계 화면에 잡힐 만큼 많이 나왔다.        mlb.tv 화면

벨트레의 황당한 퇴장 사건

어제(27일) 경기다. 홈 팀이 탈탈 털리고 있었다. 달빛이 트레이드설에 태업이라도 하는 줄 알았다. 게임이 거듭될수록 차이는 말도 안되게 벌어졌다. 8-18로 승부가 완전히 기운 8회 말이었다. 모두가 지루한 하품을 할 때 쯤이었다. <개그콘서트> 또는 <코미디빅리그>가 한 편 펼쳐졌다.

2루심이 돌연 경기를 중단시켰다. 그리고는 구심에게 뭔가 사인을 보낸다. 대기 타석에 있던 애드리안 벨트레를 뒤로 더 물러나게 하라는 뜻이었다. 심판이 가리키는 곳은 다음 타자가 준비하라고 만들어 놓은 온 데크 서클(on deck circle)이었다. 그는 진작부터 그곳을 한참 벗어나 있었다. 몇 걸음 앞으로 나와 거의 포수 뒤쪽까지 점령한 것을 보고 제지시킨 것이다. 그러고 보니 추신수가 전날 있었던 자리와 비슷했다.

“뒤로 가. 거기서 기다려.” 마치 애견훈련장 같은 분위기가 됐다. 명예의 전당 헌액이 유력한 당사자는 황당한 표정이었다. 그러나 이내 특유의 유머 감각을 발휘했다. 대기 타석을 표시한 둥근 고무 매트를 자기쪽으로 끌어다 놓는 기발한 퍼포먼스를 시전했다. 34년 경력의 2루심 게리 데이비스는 발끈했다. 즉각 강권을 발동했다. 감히 심판 조장의 권위를 무시해? 검지로 하늘을 찔렀다. “퇴장~”. 감독 제프 베니스타가 달려나왔다. 얼굴이 벌개지며 거칠게 항의했다. “그게 무슨 퇴장감이야. 블라블라.” 묵묵히 듣고 있던 심판으로부터 돌아온 답변은 뻔했다. “당신도 퇴장.”

'벨트레, 장난 지금 나랑 하냐?' 심판의 명령에 매트를 옮겨놓는 개그를 펼치고 있다.    mlb.tv 화면      

경기후 벨트레는 기가 막히다며 기자들에게 하소연했다. “아니 어제, 오늘 일도 아니고…. 비디오 한번 돌려보세요. 모두들 그 자리에서 공을 보잖아요. (추신수 뜨끔) 왜 오늘, 나한테만 그러는 건지 모르겠어요. 다들 이번 시리즈 내내 그랬는 데 말이예요.”

상대하고 있던 투수는 어땠을까. 마이애미의 드류 스테켄라이더였다. “웃겨 죽는줄 알았어요. 글러브로 입을 가리고 우리끼리 키득거렸죠. 그런 대단한 선수가 그렇게 멋진 몸개그(매트를 끌어다놓는)를 하다니.ㅋㅋㅋㅋ.” 또다시 기자가 물었다. “혹시 벨트레의 위치가 눈에 거슬렸어요?” 스테켄라이더가 어깨를 으쓱했다. “공을 던질 때 (벨트레가) 보이기는 했어요. 그런데 별로 신경쓰지 않았어요. 그냥 그런가 보다 했죠.”

대기 타석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있는가

우리는 대기 타석, 또는 웨이팅 서클(waiting circle)이라고 부른다. 미국 사람들은 ‘온 데크 서클(on deck circle)’, 또는 간단히 ‘온 데크’라고 한다. 그런 걸 보면 웨이팅 서클은 일본식 표현인가 보다.

어쨌든. 온 데크에 대한 유래는 미국 전문가들에게도 어려운 숙제다. 'A Game of Inches' 라는 책을 쓴 야구 연구가 피터 모리스는 그 역사를 이렇게 서술했다. ‘사람들의 기억이 모호하다. 처음 기록은 1878년에 나온다. 그러나 보편화 된 것은 1919년부터 1943년 사이로 보인다.’ 물론 이마저도 명확하지 않다. 시기적인 폭이 25년이나 된다. 그만큼 관심거리가 아니었다는 뜻이다.

어제 사건에 대한 핵심 질문은 이거다. ‘벗어나면 규칙 위반이 성립하느냐’ 하는 것이다. 대답은 ‘NO’다. 1989년부터 메이저리그 심판으로 활약한 개리 세더스트롬의 설명이다. “그 부분에 대한 어떤 가이드라인도 없다. 심지어 나는 그 쪽을 (온 데크 쪽을) 쳐다보지도 않는다.” 그러니까 규칙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러니 위반은 성립되지 않는다. 즉 온 사이드(on side)도, 오프 사이드(off side)도 없는 셈이다.

다만, 그럴 수는 있다. 수비측의 이의는 가능하다. 시야에 문제가 된다든 지, 플레이에 방해가 되는 정도라면 심판에게 시정을 요구할 수 있다. 또 심판의 재량으로 ‘심하다’고 판단하면 위치를 조정할 수 있다. 어제 벨트레의 경우다.

원정팀도 벗어난 것은 마찬가지였다. 텍사스 중계팀이 벨트레의 퇴장에 발끈해서 보여준 장면.    mlb.tv 화면

규약은 그렇다 치자. 야구는 불문율의 스포츠 아닌가. 선수들의 느낌은 어떨까. 벨트레의 행동에 별로 신경쓰지 않았다는 마이애미 투수와 비슷한 생각이 대부분이다. ‘어차피 요즘은 투구 비디오도 수십, 수백번씩 보는 데. 몇 발짝 앞에 나온다고 대수겠냐’는 투다.

하지만 가끔은 민감한 투수들도 있다. 필리스에서 뛰던 제이미 모이어 같은 투수가 그렇다. 그는 대기 타석을 벗어나는 타자들에 대해 알레르기 반응을 나타냈다. 구심에게 요청해서 즉각 돌아가게 만들곤 했다. 그런 인터뷰도 남겼다. “작은 이득이라도 얻기 위해 너무 집요하게 노력하는 타자들이 있다. 특히 양키스, 브레이브스, 블루제이스에 그런 선수들이 많아서 피곤했다.” 물론 그렇다고 모이어가 공으로 맞히는 일은 없었다.

타자들의 반론도 있다. 주로 이런 논리다. ‘우리도 위험을 감수하면서 다가가는 것이다. 가까이 갈수록 타구에 맞아 부상당할 우려가 있다.’ 실제로 카디널스의 외야수였던 후안 엔카나시온은 2007년에 사고를 당했다. 파울볼에 눈 아래쪽을 강타당해 복합 골절상을 입었다. 수술을 받았지만 시력이 회복되지 않아 결국 선수생활을 끝내야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걸 불사하는 이유는 타이밍 때문이다. 조금이라도 좋은 위치에서 준비하려는 의욕인 것이다. 물론 상대와, 심판의 거부감과는 합의가 필요하겠지만. 

백종인 / 칼럼니스트 前 일간스포츠 야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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