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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륭의 원사이드컷]맨유의 프리시즌, 그리고 "무리뉴 시즌2"

조회수 2017. 7. 28. 08:5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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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유의 프리시즌 미국투어 체크

요즘 유럽 축구는 프리시즌이 한창이다.

매일 긴박하게 돌아가는 이적 시장 덕분에 축구팬들은 비시즌이 결코 무료하지 않다. 무엇보다 조금은 편안한 마음으로 볼 수 있는 프리시즌 매치가 있기에 경기에 대한 갈증도 조금은 해소 할 수 있다. 클럽마다 프리시즌 일정이 다르지만 몇 해 전부터 미국에서 시작된 ‘인터내셔널 챔피언스 컵(ICC)’은 참가팀과 축구팬들에게 다양한 즐거움을 제공하고 있다.

나도 ICC 대회를 편안한 마음으로 시청했다. 클럽팀이 프리시즌 매치를 통해 새 시즌을 준비 하는 것 처럼 나에게도 프리시즌은 준비하는 시간이다. 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PSG 등 다양한 팀을 관찰했지만 가장 많은 시간을 쏟은 팀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다.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지난 16일, LA갤럭시 전을 시작으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프리시즌 다섯 경기 중 네 경기를 해설했기 때문이다.

오늘은 프리시즌, 그리고 맨유와 함께하는 '무리뉴 감독 시즌2'에 대한 이야기다.

맨유의 프리 시즌 경기, 열심히 해설 하고 있습니다. (SPOTV 중계화면)


# 프리시즌

“프리시즌 (preseason)”

- 시즌 전 선수들이 훈련하며 컨디션을 조절하는 기간, 다른 팀과 시범경기를 펼치는 기간.

프리시즌은 말그대로 준비 기간이다. 선수의 신체적, 기능적 능력을 팀의 전술에 맞춰 정상 궤도로 올리는 것이 목표다. 선수들은 시즌 중 늘 휴가를 꿈꾼다. 하지만 시즌을 마치고 보름 이상 쉬다보면 조금씩 공이 그리워지기 시작한다. 국가대항전에 차출된 선수가 아니라면 대부분 신체적, 정신적으로 잘 회복된 상태로 프리시즌을 시작한다. 한국 선수들이 동계 훈련이 시작되는 1월 초에 강하게 동기부여를 받는 것처럼, 유럽 무대의 선수들에게는 바로 지금이 그 시점이다.

프리시즌은 과학이다.

최근 유럽에서는 맨유의 토니 스트러드윅, 조스 반 다이크 같은 스포츠 사이언티스트의 비중이 점점 높아지는데 그들의 과학적인 지식과 근거있는 자료가 감독의 현장 업무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시즌을 마친 선수들은 휴가 기간에 기본적인 근력운동과 유산소 훈련을 소화한다. 하지만 휴가의 주 목적은 휴식과 회복이기에 선수들은 제각각 다른 체력 상태로 프리시즌을 시작한다.

그렇기 때문에 스포츠 사이언티스트의 역할이 중요하다. 선수들의 신체 데이터 자료를 수집하여 어떻게 훈련하고, 얼마나 휴식하며, 무엇을 먹어야 신체 능력이 빠르고 건강하게 준비될지 계획을 수립한다. 자료 수집은 다양한 방법으로 진행된다. 소집 직후 채혈과 소변 채취, 그리고 인바디 프로그램을 통해 체성분을 분석한다. 뿐만 아니라 프리시즌 훈련이나 경기 때 가끔 보이는 조끼의 내부에는 칩이 내장되어 있어 선수들의 활동량과 최고속도, 심박수 등 다양한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다.

선수들의 데이터를 수집하는 장비 중 하나인 '폴라' (TNTFC 페이스북)

이렇게 수집된 데이터는 훈련 프로그램의 근거가 된다. 동시에 데이터는 코칭스텝에게 훌륭한 무기가 된다. 예를 들어 신체적으로 준비가 덜 된 선수에게 코칭스텝이 추가 훈련을 지시한다면 선수가 반발 할 수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데이터를 제시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래시포드와 루카쿠, 두 선수는 좋은 퍼포먼스를 투어 기간 동안 선보였다.

프리시즌 경기는 대부분 교체 제한이 없다. 감독 입장에서는 훈련이 아닌 경기를 통해 최대한 많은 선수들의 상태를 확인하고 다양한 조합을 시도해야 한다. 선수들 역시 의식적으로 무리한 동작을 삼간다. 경합 상황에서 살짝 힘을 빼거나, 무리한 스프린트를 시도하지 않거나, 공을 잡을 때 다리를 길게 뻗거나, 과감한 태클을 시도하는 등의 행위에 해당된다. 프리시즌 때 다치는 것도 문제지만, 프리시즌 때 당한 잠재적 부상이 시즌 개막 후 더 큰 상황으로 연결되는 경우도 있다.

“이 경기는 경쟁적인 훈련 세션이다.“

지난 맨시티 전을 앞둔 무리뉴 감독의 말처럼 프리시즌의 우선 고려대상은 결코 경기 결과가 아니다. 스포츠 사이언티스트들이 디테일한 작업을 하는 것처럼, 감독 역시 프리시즌에 진행되는 모든 경기에 목적과 의미를 부여한다. 레알 전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 마샬이 풀타임을 소화한 것처럼 말이다. 지난 시즌 어려움을 겪은 마샬은 레알 상대로 1분마다 0.1% 의 자신감을 회복했을 것이다. 다 그런건 아니지만 프리시즌의 좋은 결과가 반드시 초반 정규시즌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이미 맨유는 판할 시절 경험한 일이다.

맨유의 프리시즌 명단

# 경기

프리시즌 미국 투어에서 맨유 선수들의 몸 상태는 전체적으로 괜찮았다. 휴가 기간동안 관리가 잘 된 느낌이였다. 맨유는 신입생 린델로프와 루카쿠를 포함하여 총 27명이 프리시즌에 참여했다. 애슐리 영과 루크 쇼는 다음달 복귀 예정이고 로호는 연말이 되어야 한다. 경미한 발목 부상을 당한 마타는 훈련에 복귀했고 옆구리에 타박상을 입은 에레라 역시 곧 돌아온다. 다행히 미국 투어에서 큰 부상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MLS 팀과 치른 첫 두 경기는 특별하지 않았다. 한창 시즌 중인 MLS 팀은 리듬과 전력 면에서 비교 대상이 되기 어려웠다. LA갤럭시는 약했고 레알 솔트레이크는 경쟁력을 보였지만 후반 발렌시아의 무리한 태클에서 나온 퇴장은 프리시즌 매치의 성격을 애매하게 만들었다. 인상적인 경기는 역시 최근 일주일간 치러진 세 경기였다.

프리시즌 첫 경기, v LA갤럭시 전 패스맵 (수월했던 경기, 모든 포지션별 관계도가 이상적이다.)

21일, 맨유는 맨체스터시티를 상대로 2-0 승리를 거뒀다. 양 팀은 전반전 45분에 집중했고 맨시티에게는 프리시즌 첫 번째 경기였다. 경기 내내 프리 시즌을 조금 더 빨리 시작한 맨유의 퍼포먼스가 돋보였다. 포그바, 래시포드, 미키타리안, 루카쿠가 인상적이였다. 진지할 때 포그바는 늘 위력적이고 래시포드는 지난 시즌 후반기 이후 좋은 페이스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었다. 미키타리안은 공격의 기점과 마무리 사이의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했고 루카쿠의 골은 모든 맨유팬을 기쁘게 했다. 맨유가 야심차게 영입한 루카쿠는 지난 시즌 28골을 기록한 이브라히모비치에 준하는 영향력을 행사 할 수 있을 것이다. 루카쿠는 공격수로서 많은 장점을 갖고 있지만 그 중 가장 강력한 것은 피니쉬 능력이다. 맨시티를 상대로 기록한 골처럼 루카쿠는 자신에게 연결된 패스의 종류와 회전 방향, 골키퍼가 나오는 타이밍, 골대의 위치를 본능적으로 인지한다. 다소 투박한 볼터치와 활동 범위가 넓지 않다는 지적도 있지만 현재 맨유의 경기 스타일에서는 큰 문제 가 없을 것이다.

24일, 레알 마드리드 와의 경기는 1-1 무승부 후, 승부차기로 승리했다. 이 경기 역시 전반전이 더 진지했다. 레알에게도 역시 프리시즌 첫 번째 매치, 하지만 레알은 휴가 중인 호날두를 제외하고 주전급 멤버로 경기를 시작했다. 반면 무리뉴 감독은 계획대로 맨시티 전과 다른 선발 라인업을 구성했다. 린가드, 마샬, 페레이라의 역할이 훌륭했다. 린가드는 골을 기록했지만 측면과 중앙을 오가며 2선의 밸런스를 잘 유지했고 마샬은 한창 좋았을 때의 폭발적인 드리블을 몇 차례 선보였다. 중요한 프리시즌을 진행 중인 페레이라는 무리뉴 감독의 생각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 것이다.

바르셀로나 전 경기 스탯

맨유는 미국 투어에서 3승1무1패를 기록했다. (승부차기 무승부 반영) 긍정적인 요소가 많았지만 마지막 두 경기에서 부정적인 요소도 드러났다. 기우일 가능성이 높지만 레알과의 후반전은 전반전과 많이 달랐다. 1-0 리드 하고 있는 상황, 포그바, 린델로프, 에레라, 미키타리안 등 주전급으로 분류되는 선수들이 출전했지만 B팀 위주의 어린 선수들이 대거 나선 레알보다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린델로프는 가볍기 그지 없는 수비 동작으로 페널티킥을 내줬고, 어린 레알 선수들을 상대한 포그바의 플레이에서는 교만함이 느껴졌다. 물론 맨유와 레알은 8월 9일 유럽 슈퍼컵에서 맞대결을 벌이기에 더욱 편하게 경기를 치렀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경기를 지켜본 사람들은 공감할 것이다. 후반전, 레알의 어린 선수들은 절대 편한 리듬으로 경기하지 않았다.

레알 전은 다가올 슈퍼컵의 영향이 있다고 하더라도 27일 치른 바르셀로나 전은 맨유에게 또다른 고민거리가 될 수 있다. 메시와 네이마르는 자신들의 특별함을 과시했다. 두 선수는 맨유의 센터백과 중앙 미드필더 사이 공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며 차이를 만들었다, 가장 큰 문제는 수비다. 이것 역시 필요 이상의 걱정이 될 수 있겠지만 기대한 린델로프가 시즌 초반에 오히려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도 있다. 맨유는 중앙 영향력과 점유율을 내준 채, 사이드 플레이를 통한 크로스 패턴을 시도했지만 발렌시아의 폼은 천천히 올라오는 듯 했고, 블린트의 크로스는 암울했다. 중원에서 포그바는 메시와 네이마르에 버금가는 영향력을 선보였지만 시간이 갈수록 최전방 루카쿠는 외롭게 고립됐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지금은 프리시즌이다.

문제점이 나올 수밖에 없고, 반드시 나와야 하는 시기다. 무리뉴 감독은 추가로 미드필더와 윙어를 찾고 있다고 했다. 알려진대로 마티치, 다이어, 페리시치에 대한 관심이다. 지금부터 영입되는 선수들은 단순한 한 명 이상의 옵션이 될 것이다. 당장 주말에 마티치 오피셜이 나온다고 가정해보자. 그 순간, 맨유의 중원에는 선택의 옵션뿐 아니라 조합의 옵션도 다양해진다. 즐라탄이 빠진 현 상황에서 포그바가 지금 당장 리더가 되긴 어렵다. 포그바는 강한 팀 앞에서 당당하지만 아직 약한 팀 앞에서는 교만한 모습을 보인다. 다만 한 명의 중앙 미드필더가 더 영입된다면 포그바는 더 자유롭게 플레이 할 수 있을 것이고, 더 빠르게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리그 개막까지 남은 기간은 보름 남짓. 미국 투어를 마친 맨유는 노르웨이와 아일랜드에서 발레렝가와 삼프도리아를 상대로 두 차례 평가전을 더 치르고 시즌을 시작한다.

무엇보다 이미 수많은 트로피로 증명된 ‘무리뉴 시즌 2’, 무리뉴 감독이 말했다.

“우리는 그럴(리그 우승) 준비가 잘 되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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