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탯토리] SK의 홈런1위는 '효율적 발사각' 때문이다

조회수 2017. 7. 25. 10:2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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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럴(barrel)’은 한국에서는 아직 낯선 개념이다.  2015년 메이저리그에서 사용하기 시작한 스탯캐스트(StatCast) 기술에서 나왔다.  이것이 타율, 장타율, OPS 같은 이전 타격지표와 완전히 구별되는 것은 ‘타격의 결과’가 아니라 ‘타구의 질’을 측정한다는 점 때문이다.

더 빠른 타구는 당연히 더 좋은 타격 결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타구각도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165kmh의 강한 타구라도 땅볼이 되면 기껏 1루타가 된다. 하지만 만약 35도 각도로 날아가면 평균적으로 100m 이상의 비거리를 갖게 되고 높은 확률로 펜스를 넘길 수 있다.

'배럴타구(barreled ball)’란 '최소 157kmh(98mph) 이상이며 26도-30도 근처의 발사각으로 날아가는 타구'를 말한다. 타구속도가 좀더 빠를 경우 26도-30도를 약간 벗어난 경우라도 배럴타구가 될 수 있다. 이런 타구는 가장 높은 득점생산성을 갖는 타구들이며 평균적으로 타율 5할 이상 장타율 1.500 이상을 기대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배럴타구’란 실제 경기의 결과가 아니라 순수하게 '타구의 질'로만 판단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상대수비나 구장이 효과와 무관하다. 또 볼넷출루능력이나 주루에 의한 공격력과도 무관하다. 대신 페어그라운드로 보낸 타구의 잠재적 장타가능성을 평가한다.

KBO리그 10개팀 barrel비율 (2017년 13,840개 인플레이 타구, barrel여부는 KBO리그 통계 기준) 

올 시즌 KBO리그 13,840개의 타구에 대해 각 팀 평균 배럴비율을 분석하면 1위는 SK다. 전체 타구 중 9.1%가 배럴타구였다. 2위는 두산 7.3% 3위는 한화 6.4%다. 최하위는 LG 3.9%로 SK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 순위는 실제 각 팀의 장타능력과 거의 일치한다. 그런데 몇가지 특이한 점이 보인다.

타구속도 5위인 SK는 어떻게 배럴비율 1위가 되었을까.

배럴비율 1위인 SK는 그런데 평균타구속도는 1위가 아니다. 두산이 141.6kmh로 1위이고 SK는 138.9kmh로 두산, KIA, 넥센, 한화에 이어 5위이다. 압도적인 홈런 1위팀 SK는 가장 강한 타구를 날리는 팀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SK의 장타능력을 효율적인 타구각도 덕분이었다. 배럴타구의 기준은 최소 157kmh 이상의 타구가 26도-30도 근처의 타구각도를 가지는지 여부에 있다. 따라서 더 빠른 타구를, 더 많이 때렸다고 해도 그 타구들이 타구각이 26도-30도 근처에 있지 않으면 배럴타구가 되지 않는다. 

완전히 빗맞은 타구를 제외하고 125kmh+ 이상 타구 중 배럴타구 최소조건인 157kmh+ 이상 타구 비율에서도 1위는 두산 36.1%이고 SK는 31.2%로 10개팀 중 4위다. 하지만 타구 발사각에서 차이가 있다. SK는 157kmh+ 타구에 대한 평균 타구발사각은 18.9도로 다른 팀에 비해 휠씬 높다. 그리고 배럴기준에 해당하는 26도-30도에 근접해있다. 결과적으로 157kmh+ 타구 중 절반에 가까운 46.5%를 배럴타구로 만들었다.

이와 대비되는 것은 롯데다. 롯데 타자들의 타구는 평균타구속도 139.1kmh로 SK보다 약간 높다. 그리고 157kmh+ 이상 타구도 36.0%로 SK보다 많다. 하지만 평균 발사각이 10.6도로 휠씬 낮다. 배럴비율이 24.3% 밖에 되지 못한 이유다.

SK 타자들의 엄청한 홈런 생산력은 압도적으로 빠른 타구속도 때문이 아니다. 빠른 타구를 ‘더 효과적인 발사각으로’ 날려보냈기 때문이다. 또 타구속도와 배럴비율은 구장크기와 무관한 지표다. 홈런친화적인 구장이 SK의 홈런갯수에 영향을 주었겠지만 그것 아니라도 SK타자들은 모든 팀들 중 장타가능성이 높은 타구를 가장 많이 때려냈다.

유효타구(타구속도>125kmh) 중 157kmh 이상 타구 분석
LG의 장타력 부재는 단지 구장 때문일까.

LG의 타석당 홈런비율과 순장타율(장타율-타율)은 둘 다 리그 9위다. 안타 중 장타비율은 25.6%로 10위다. 리그에서 가장 큰 잠실구장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당연하게 여길 수도 있다. 하지만 타구속도, 타구각도, 배럴비율은 구장 크기와 관계없는 지표다.

LG는 배럴비율에서 전체 최하위다. 좋은 타구를 날렸는데 펜스가 멀어서 잡힌게 아니라 애당초 강하고 멀리 날아갈 수 있는 타구가 적었다.  똑같이 잠실구장을 사용하고 있는 두산과 비교하면 이는 더 분명해진다.

두산은 타석당 홈런비율 2위, 순장타율 3위다. 안타 중 장타비율 31.0%로 역시 3위다. 이 차이는 타구속도, 배럴비율의 차이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유효타구(125kmh이상) 중 157kmh+ 타구 비율에서 두산은 36.1%로 리그1위 LG는 26.3%로 리그 8위다. 게다가 차이가 하나 더 있었다.

LG 타자들의 평균타구속도는 137.1kmh로 좋은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7위다. 그런데 타구발사각이  효율적이지 못했다. 두산은 157kmh+ 타구 중 33.1%를 배럴타구로 만들었는데 LG는 157kmh+타구 중 27.2%만 배럴타구로 만드는데 그쳤다. 강한 타구의 빈도가 낮은데 그 타구들 조차 효율적인 발사각 안에 넣지 못한 것이다.

평균타구속도는 타자들의 컨택과 파워가 종합된 결과다.  좋은 타자는 대체로 더 빠른 타구를 쳐낸다.  하지만 같은 타구속도라도 발사각에 따른 효율성 차이가 생긴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최근 타자 특성에 맞는 최적의 타구각도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 것도 그래서다.  

야구 역사에는 데이터 안에서 새로운 가치를 찾아내고 그것을 승리로 연결시킨 사례들이 많이 있다.  그렇다면 새로운 데이터는 늘 새로운 가능성이다.   


(7월 19일 두산전, SK 홈런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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