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붐 분데스리가 진출 40년 기획]①전설의 시작, 다름슈타트를 가다

피주영 2017. 7. 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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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스포츠 피주영]
1978년, 홀로 독일로 건너간 차범근은 SV 다름슈타트98 유니폼을 입고 처음 분데스리가 무대를 밟았다. 그리고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로 옮긴 이듬해부터는 당시 최고 리그인 분데스리가를 평정하며 '차붐(Chabum·골로 수비를 폭격한다고 해서 생긴 애칭) 전설'을 썼다.
10년간 308경기를 뛰며 98골. 지금도 차붐의 명성은 국내는 물론 독일에서도 여전하다. 일간스포츠는 차범근의 분데스리가 진출 40년을 맞아 그 발자취를 따라 그의 축구 인생을 돌아보는 기획을 연재한다.
21일(한국시간) 독일 다름슈타트의 메르크 슈타디온 암 뵐렌팔토어. 경기장 내 다름슈타트 선수단 라커 룸 앞에 선 차범근(64)은 생각에 잠긴 듯 한동안 말없이 서 있었다. 그러더니 나지막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바로 이곳에서 모든 것이 시작됐지…."

그의 말대로 다름슈타트는 차붐의 전설이 시작된 곳이다.

1978 방콕아시안게임을 마치고 독일(당시 서독)로 건나간 차범근은 다름슈타트와 가계약을 맺은 뒤 곧바로 데뷔전을 치렀다. 그는 1978년 12월 23일 열린 1978~1979시즌 분데스리가 16라운드 VFL 보훔과 홈경기에서 역사적인 데뷔전을 가졌다. 폭발적인 스피드와 강력한 돌파를 앞세운 차범근은 그라운드를 종횡무진 누비며 보훔을 상대로 3-1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 다름슈타트의 2017~2018시즌 출정식에 초대된 차범근은 경기장을 둘러보며 꿈 많던 스물다섯 청년 시절의 추억을 되살렸다. 선수 대기실로 이어지는 긴 복도 앞에 선 그는 가슴이 벅차오르는 듯 말했다.

"이 공간에는 정확히 40년 전에 한 번 서 보고 지금 다시 선다. 세월이 많이 흘렀는데도 별로 변한 게 없는 것 같다. 당시에는 TV에서만 보던 꿈 같은 무대에서 성공하고 말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경기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겠다.(웃음)"
보훔을 상대로 치른 데뷔전은 차범근이 다름슈타트 유니폼을 입고 뛴 처음이자 마지막 경기가 됐다. 예기치 못했던 병역 문제 해결을 위해 경기 직후 귀국길에 올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한 경기로 그는 단번에 독일 축구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아시아 선수가 생소했던 시절 차범근의 환상적인 플레이를 본 독일 축구계가 깜짝 놀란 덕분이다.

결국 다름슈타트에서 선보인 단 한 경기 활약을 발판으로 차범근은 이듬해 프랑크푸르트에 입단하게 된다. 프랑크푸르트 유니폼을 입은 그는 데뷔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컵 우승 트로피를 안기며 리그 최고 선수 반열에 올라섰다. 그래서일까. 차범근은 다름슈타트에서 뛴 한 경기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당시에는 성공해서 분데스리가에서 뛰고 싶은 마음뿐이라서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겠다. 이를 악물고 뛴 기억뿐이다. 그 한 경기가 있었기에 독일에서 10년을 뛸 수 있었다. 영원히 잊지 못할 경기다."

다름슈타트 역시 차범근을 향한 애정이 각별했다. 구단과 팬들은 분데스리가의 전설 차범근을 배출했다는 사실에 큰 자부심이 있었다.
출정식 뒤 만난 다름슈타트의 뤼디거 프리취(56) 회장은 차범근의 손을 덥석 잡으며 "전설과 마주하게 돼 '큰 영광(eine grosse Ehre)'이다. 차붐이 다름슈타트에서 뛰었다는 사실에 구단은 무척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차범근은 "돌아보면 다름슈타트는 차범근을 탄생시킨 '어머니 배 속'과 같은 곳이다. 다름슈타트에서 보낸 기억을 항상 마음 한편에 간직하고 있다"고 화답했다.
프리취 회장의 말이 빈말이 아니라는 것은 경기장을 나서는 과정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차범근이 자리에서 일어서자 1만여 팬들이 들어찬 관중석 곳곳에서는 "이스트 다스 붐쿤차(Ist das Bumkun Cha·저 사람 차범근 맞지)?"라는 말로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하나둘 차범근의 뒤를 따르기 시작했고, 경기장 밖에서는 결국 40년 만에 돌아온 차범근과 '즉석 팬미팅'까지 이뤄졌다. 용기를 내 먼저 차범근의 사인과 포옹을 받은 팬들은 몸을 오들오들 떨며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일 정도였다.
차범근은 순식간에 팬 수십 명에게 에워싸였는데 놀랍게도 이들 중 대부분은 차범근의 데뷔전을 직접 본 사람들이었다.

헤르베르트 쿤츠(44)는 "차붐의 데뷔전을 두 눈으로 직접 봤다. 당시 나는 아버지를 따라 경기장을 찾은 네 살 꼬마였는데 바람처럼 질주하던 차붐이 지금도 똑똑히 기억난다"며 감격했다. 차범근의 다름슈타트 데뷔전을 봤다는 또 다른 팬 탄야 슈미트(56)는 "차붐은 다름슈타트 데뷔전에서 77분을 뛰었다. 비록 다름슈타트에서는 한 경기만 뛰었지만, 그 이후에도 꾸준히 응원했다"고 했다.

차범근도 팬들의 뜨거운 사랑에 감동하는 모습이었다. 그는 "지금까지 다름슈타트 데뷔전에서 76분을 뛴 줄로만 알았다. 아직도 나를 기억해 주는 팬들을 통해 77분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차범근과 팬들의 만남 자리는 그 이후로도 한참 계속됐다. 그러는 동안 10여 명의 팬들은 "누어 에히테 팬스 에어켄넨 지(Nur echte Fans erkennen Sie·진정한 팬만이 (차범근) 당신을 알아본다"를 목청껏 외치며 자리를 떠날 줄 몰랐다.


다름슈타트(독일)=피주영 기자 사진= 다름슈타트(독일)=피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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