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올림픽 D-200] 애견 산책로 된 4700억짜리 주경기장, 누적 적자 63억

박린.김지한.김원 입력 2017. 7. 24. 01:02 수정 2017. 10. 28.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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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올림픽 D-200] <상> 인천아시안게임의 교훈
대회 뒤 활용 계획 미리 안 세운 탓
스포츠 이벤트 유치 0 '돈 먹는 하마'
"정치적 논리로 지어진 최악 실수"
16개 신설 경기장 연 98억 적자
인천시, 대회 뒤 빚 1조원 떠안아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을 치렀던 인천 아시아드 주경기장이 큰 부채를 떠안으며 애물단지로 전락했다.4700억원을 들여 새로 지은 인천 아시아드 주경기장은 아시안게임이 끝난 뒤 단 한 건의 스포츠 이벤트도 열리지 않았다. 인천=김경록 기자
'전 세계인의 겨울축제' 평창 겨울올림픽(2018년 2월 9~25일)이 200일 앞으로 다가왔다. 평창 올림픽 경기장과 도로 등 인프라 건설도 마무리 단계다. 본지는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을 치렀던 경기장들의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현장을 고발하는 한편 내년 올림픽을 앞둔 강원도 평창과 강릉 현지 취재를 통해 경기장을 점검하고 사후 활용방안을 모색하는 기획시리즈(3편)를 마련했다.

2014년 9월 19일 인천시 서구 연희동의 인천 아시아드 주경기장. 가수 싸이와 한류 스타 김수현 등이 참가한 가운데 인천 아시안게임 개막식이 화려하게 펼쳐졌다. 45개국 1만3000여 명의 선수와 6만여 명의 관중은 이날 하루 동안 개막식 행사를 즐겼다.

인천 아시아드 주경기장 주차장에 주차된 차가 없어 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인천=김경록 기자
인천 아시아드 주경기장에 있는 웨딩홀 외부 모습. 예약실의 문은 잠겨 있었고, 외벽에 적힌 번호로 전화를 걸어도 받지 않았다. 인천=김경록 기자
인천 아시아드 주경기장 인근에 있는 워터파크에 손님이 없어 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인천=김경록 기자

주경기장 내 웨딩홀-영화관도 썰렁 2년10개월이 흐른 2017년 7월 13일. 인천 아시아드 주경기장은 한적하다 못해 썰렁하기까지 했다. 초대형 주차장은 무료인데도 텅텅 비어 있었다. 주경기장 내 웨딩홀 예약실의 문은 잠겨 있었고, 외벽에 적힌 번호로 전화를 걸어도 받지 않았다. 경기장 내 영화관에는 인적이 드물었고, 경기장 인근의 워터파크를 찾은 사람도 10여 명에 불과했다. 텅 빈 주경기장 주변에는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하는 시민 10여 명만 눈에 띄었다. 애견과 산책 나온 김의곤(54·인천시 서구 연희동)씨는 "평일에는 경기장 주변에 사람이 거의 없다. 경기장을 지어 놓고 활용하지 못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주경기장은 면적 63만1975㎡, 지상 5층 규모다. 아시안게임 때는 개·폐회식과 육상경기가 열렸다. 그러나 건설비용만 4700억원이 들어간 주경기장은 '돈 먹는 하마'로 전락했다.

아시안게임 이후 주경기장에서 치러진 스포츠 이벤트는 한 건도 없다. 경기장 내부로 들어가 봤더니 기존 6만1818석의 좌석은 2만9465석으로 줄어 있었다. 상업시설 유치를 위해 2015년 5월 동쪽 스탠드 중 가변석을 철거했다. 장인석 인천시청 체육진흥과 주무관은 "2015년 주경기장에서 K팝 콘서트를 개최했고, 지난해 주차장에서 자동차 튜닝 페스티벌을 열었다"면서도 "올해와 내년엔 확정된 스포츠 이벤트가 한 건도 없다"고 전했다.

인천 아시아드 주경기장에 있는 한 웨딩홀 예약실이 방치돼 있다. 인천=김경록 기자
인천 아시아드 주경기장 인근에 있는 워터파크에 손님이 없어 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인천=김경록 기자
인천시는 2007년 아시안게임을 유치하면서 경제효과가 13조원을 넘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인천시가 고작 16일간의 스포츠행사를 마친 뒤 떠안은 빚은 1조원이 넘는다. 인천시가 아시안게임을 위해 주경기장과 강화 고인돌체육관, 남동 아시아드럭비경기장 등 16개 경기장을 새로 지으면서 쏟아부은 돈은 1조7224억원이나 된다. 경기장 신축에 들어간 돈은 결국 심각한 재정 부담으로 되돌아왔다. 인천시는 국비 27%를 제외한 1조2523억원을 시예산으로 채우느라 지방채 발행을 남발했다. 인천시는 2015년부터 2029년까지 매년 100억~1500억원의 원리금을 상환해야 한다.
인천시에 따르면 16개 신설 경기장의 연간 운영 적자는 98억3120만원이다. 지난해 적자도 108억원이었으니 해마다 약 100억원씩 적자를 보고 있는 셈이다.
인천 아시아드 주경기장 내부 모습. VIP들이 있던 주빈석엔 의자 없이 계단만 있었다. 인천=김경록 기자
인천 아시아드 주경기장 내부. 가변석을 철거한 뒤 외벽 칠이 벗겨져 휑한 모습이다. 인천=김경록 기자
인천 아시아드 주경기장 내부 모습. VIP 구역이 텅 비어 있다. VIP 라운지, 레스토랑엔 어떤 시설도 들어서 있지 않았다. 인천=김경록 기자
아시안게임을 마친 뒤 경기장을 어떻게 활용할지 미리 계획을 세우지 않은 탓이 크다. 인천시는 주경기장을 활용하기 위해 2015년 5월 입찰 공고를 냈지만 네 차례나 유찰됐다. 인천시는 지난해 5월에야 연간 임대료 36억2000만원에 다목적 컨벤션홀과 뷔페 등을 운영할 사업자로 피에스타·알유피트니스코리아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이 시설은 내년 3월에야 문을 연다. 박달화 피에스타 이사는 "웨딩홀과 뷔페가 들어서면 내년부터 임대수익을 올릴 수 있고 주경기장 운영은 흑자로 전환된다"고 주장했다. 주경기장의 적자 규모는 2015년 34억원, 지난해 24억원이었다. 웨딩홀과 뷔페가 들어온다지만 정작 4700억원을 들여 신축한 주경기장은 텅 빈 상태다. 경기장 트랙을 중·고교 육상선수들이 훈련장으로 쓰는 게 전부다. 연고팀 프로축구 인천 유나이티드는 천연잔디가 깔린 주경기장 대신 중구에 위치한 인천 축구 전용 경기장을 사용 중이다.

당초 5만 석 규모의 인천문학경기장을 증축해 아시안게임 개·폐회식장으로 활용하자는 주장이 있었지만 지역 이기주의와 정치적 이해관계로 묵살당했다. 김송원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은 "문학경기장 구조상 리모델링에 어려움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지역 개발을 염원하는 서구 주민과 표를 얻으려는 정치인들의 이해관계로 주경기장을 신축했다"고 말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인천아시아드 주경기장.
"평창, 대책 안 세우면 더 큰 재앙 올 것" 익명을 요청한 전 인천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 관계자는 "인천시장이 세 차례나 바뀌는 과정에서 정치적 논리로 지어진 주경기장이 '최악의 실수'란 평가가 조직위 내부에도 있었다"고 전했다. 인천 아시아드 주경기장은 서구 주민들 사이에서도 애물단지 취급을 받고 있다. 인천시 시설관리공단 관계자는 "2015년 K팝 콘서트가 열렸을 때는 인근 주민들로부터 '시끄럽다'는 항의 민원이 빗발쳤다"고 말했다.
주경기장 외 15개 경기장도 적자를 면치 못하는 건 마찬가지다. 테니스·스쿼시 경기를 치르기 위해 1650억원을 들여 신축한 열우물경기장의 경우 올해 예상 적자 규모만 약 17억원이다.
인천 아시안게임 태권도, 우슈 등 경기가 치러진 강화 고인돌체육관. 인천=김준영 기자
인천 아시안게임이 치러진 강화 고인돌체육관 인근 주차장. 인적이 드물어 잡초가 무성하게 자랐다. 인천=김준영 기자
인천 아시안게임 사이클 BMX 경기가 치러진 강화 BMX경기장. 인천=김준영 기자
경기장 운영 주체도 오락가락한다. 인구 6만의 강화에 지어진 강화고인돌체육관은 지역 주민을 위한 공익형으로 운영중이다. 체육관을 관리하던 강화고려역사재단이 해산됐다. 연구팀은 인천문화재단, 시설팀은 시설관리공단으로 쪼개졌다.

인천시 송도에 사는 김종민(35)씨는 "나중에 우리 아이가 빚을 감당해야 하는 것 아닐까 걱정된다. '아이가 크면 다른 도시에서 사는 게 맞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고 전했다. 박준복 참여예산센터 소장은 "약 10년 후 시설이 더 노후화되면 통신·전기·전자시설 등을 교체해야 하는데 이 경우 부담이 더욱 가중될 것"이라며 "지금부터 경기장 사후 활용방안을 놓고 세심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평창 올림픽은 인천 아시안게임보다 더 큰 재앙이 될 수도 있다. 평창은 인천을 반면교사로 삼아 확실한 사후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인천=박린·김지한·김원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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